괜찮네

양창수200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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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네

 

 

사랑을 잃는 것이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안다.

나는 옥상에 옥탑방을 얹은 낡은 삼층짜리 건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며

가벼운 실수나 후회거리가 생기면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때 찬물을 먹었어야 했는데.

헤어지기 전 그녀가 내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괜찮지?"

"괜찮네."

물론 기차처럼 긴 술집에 대한 품평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얘기를 듣는 동안 내가 겪고 있는 실연의 고통이 서서히 무뎌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녀의 괜찮냐는 물음에 괜찮다는 대답을 되풀이하면서,

그녀가 자꾸 나의 안부를 묻고 나는 그것에 대답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괜찮지? 괜찮아.

그러면서 나는 정말 괜찮아졌다.

이제 모든 것은 소소한 과거사가 되었다.

나는 기차간 모양의 술집 분위기를 내는 이 단골 술집에 혼자 앉아,

맞아 그때 그런 얘길 했었지라든가 왜 그랬을까 그녀는, 하고 생각한다.

그녀의 이름, 그녀가 했던 얘기들, 그녀의 피식 웃던 표정,

그녀의 단정한 인중선과 윗입술을 떠올린다.

그녀는 오지 않고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엄청난 위로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사랑이 보잘것없다면 위로도 보잘것없어야 마땅하다.

그 보잘것없음이 우리를 바꾼다.

그 시린 진리를 찬물처럼 받아들이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