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의 식사

이우석200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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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의 식사

조용한 배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갑자기 한쪽 구석이 소란스러워졌다. 누군가 새치기를 한 것이다. 허기질 터인데 그들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살벌하다. 그러자 국을 퍼 주고 있던 김목사가 “20대인줄 아나봐. 그만들 하셔”라며 큰 목소리로 호통을 친다. 그러면서도 이런 일에 익숙한 듯 미소를 머금는다. 두 노인은 마치 아버지의 꾸중을 들은냥 목소리가 줄어들며 고분고분해진다. 밥을 먹고 있는 노인들은 이런 조그만 사태에는 관심도 없는지 고개를 돌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점심을 먹는 그들에게 여유로움은 찾아볼 수 없다. 머리 위에서 비둘기떼가 설쳐대도 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어떤 노인은 잠바 주머니에서 비닐 봉지를 꺼내들더니 먹다 남은 밥과 반찬을 챙긴다. 저녁 끼니다. “먹을 사람은 많고 돕는 사람은 적다” 93년부터 이 일을 시작한 ‘사랑채’의 김목사는 갈수록 줄어드는 후원에 늘어만가는 독거노인들의 현주소를 토로했다. 김목사는 “쪽방살이 하는 노인들에게 하루에 5천원(한달 15만원)이면 방값을 낼 수 있다”며 독거노인들이 방값을 마련할 수 있는 자매결연을 호소했다. 그는 독거노인의 대부분이 연고자가 있기에 정부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결국 가족들이 이들을 방치한 셈이다. 그는 또 “지금 이들을 돕는 사람들은 소위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자신도 부족하지만 푼돈을 쪼개어 후원하는 이들이 있기에 가능하다”며 독거노인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조그만 정성을 기다리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현재 65살 이상 혼자 사는 노인의 비율이 해가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 노인건강연구소는 이들이 치매나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가족과 동거하는 노인들에 비해 높다고 밝혔다. 또 각종 질병에 노출되어 있으며 치료를 받지 않는 노인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점심 한끼를 채우기 위한 사람들의 행렬은 길었지만 종묘공원의 무료급식은 빨리 끝났다. 멀찌감치서 무릎을 주무르며 꾸부정하게 앉은 김노인이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