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 - #215

강재진200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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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 #215

 

 

전화를 걸어온 그녀는 그럽니다.

이랬다 저랬다해서 미안하다고,

 

'미안하면 안 그러면 되잖아.'

 

나는 원망하며 숨을 멈춥니다.

마음을 돌리라는 뜻이었지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침묵은 아니었는데,

그녀는 내 침묵을 잘못 이해했나 봅니다.

계속 혼자서 몇번이나 사과하더니 이번엔 또 기도를 하겠답니다.

 

다음엔 나같은 사람 좋아하지 않길 빌께요.

참 고맙기도 하다고 생각하면서 못된 말을 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확 나더니 그녀가 진짜로 미워집니다.

 

'너같은 사람 또 있으면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면 되겠지.

문제는 니가 딱 하나라는거지.'

 

울음도 꿀꺽 삼킬 겸,

뻣뻣해진 목이 뚝 소리를 내며 꺽일 것도 방지할 겸,

그리고 이제 그만 말하라는 시늉까지 겸해서 나는 전화기 앞에서 크게 끄덕여보입니다.

근데도 그녀는 아직도 혼자서 사과하고 그러고 또 뭘 기도한답니다.

정말 미안하다고, 다음엔 꼭 좋은사람 만나길 빌겠다고,

'그게 말이 되냐?'

난 그렇게 딱 한마디만 쏘아 붙이고 싶어집니다.

 

착한 사람도 세상엔 많고.

훌륭한 사람도 많고,

예쁜 사람도 많지만,

좋은 사람 너밖에 없는데.. 넌 사랑하지 말라며,

 

그동안 가끔 내게 전화를 해주거나, 나를 보면서 웃어주거나,

같이 밥먹는데 젓가락을 챙겨줄 때면 나는 심장이 벌렁벌렁거리게 좋았는데..

지금은 누가 빨래를 짜듯 내 가슴께를 꽉 쥐었다 놓은 것처럼 소화가 안됩니다.

병을 주더니 듣지도 않는 가짜 약이나 던져주고,

 

전화가 끊어진 세상은 덩그러니 겨울이 된 거 같습니다.

현실감은 하나도 없어집니다.

끊어진 전화기에서 통화목록을 다시 확인해보니

나는 방금 정말로 그녀와 통화를 했었고,

그걸 본 나는 당장 다시 전화를 걸어 말하고 싶어집니다.

 

너도 다음엔 전화로 이러지 말라고,

만나서 똑바로 쳐다보고 말하라고,

안 그러면 믿고 싶지 않아서,

믿지 않기로 마음먹고 통화목록만 지우고,

아무일도 없는 척 내일 또 전화를 걸고 싶어질 거라고,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