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00분토론 이후 전거성이 한창 떠오를 무렵에 써놓았던 글인데 요즈음 군대문제로 남녀간에 비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그 주요 소재거리의 하나로 군가산점제가 이야기되는데 문제의식을 느껴 올려봅니다. 이하는 군가산점제의 진실과 그 논의가 지닌 허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쓰여진 글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겠지만 양해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떠오르는 영웅
요즘 '전거성'이 떠오르고 있다. 초특급 아이돌 스타의 인기를 방불케 하는 이 특이한 별명의 주인공은, 바로 며칠 전 '공무원 시험의 제대군인 가산점제'를 다루었던 KBS 심야토론에 찬성측 패널로 참가해서 "세상에 가고 싶은 군대가 어디있나.", "돈 백만원 줘도 안가요." 등의 주옥같은 명언을 쏟아낸 전원책 변호사다.
실제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KBS 심야토론 게시판에는 예비역 시청자들이 반대측 패널로 나왔던 여성운동가를 비난하고 성토하는 게시물을 수천건이나 올렸을만큼 이 방송은 커다란 파장을 낳았고 다음 날부터 신문 등 언론매체들에서도 이 논의를 앞다퉈 중요하게 다루는 등 군가산점 문제는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그 관심의 중심엔 모든 예비역의 대변인으로 떠오른 전원책 변호사가 있었다.
이미 우리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9년 12월, 제대군인이 6급 이하의 공무원 또는 공, 사 기업체의 채용시험에 응시할 때에 필기시험의 각 과목별 득점에 각 과목별 만점의 5 또는 3퍼센트를 가산하도록 되어있는 제대군인지원에관한법률 제8조 1항, 3항 및 동법시행령 제9조가 여성과 군에 가지 못한 남성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위헌결정을 내린바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17대 총선의 예비역 유권자를 겨냥한 일부 정치인들에 의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면서 KBS가 심야토론의 주제로 다루게 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 여성단체들이기에 TV 토론에서도 반대측 패널로 민변 변호사 한 명과 두 명의 여성운동가가 나왔고, 찬성측 패널에는 이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정치인들과 전원책 변호사가 나왔다.
대중의 엉덩이를 핥아서라도 한 표를 더 얻어내려는 정치인들과 안티팬을 만드는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여권운동가들을 대립시켜놓은 패널구성이 워낙 흥미로웠던지라 나도 이 토론을 주목하고 보았는데 진행되면 될 수록 이 토론이란게 참으로 가관이었다.
사회자가 중심을 잡지 못해 논의가 논점을 벗어나기를 수차례 거듭하였고, 여성운동가라는 사람은 정상적인 성인 남성이 들으면 안티팬이 되지 않을 수 없을만한 개소리를 몇번이고 날려주었으며, 전원책 변호사는 전국민이 시청하는 TV토론회에서 초등학교 학급회의에서도 통하지 않을 예의없는 자세로 일관했던 것이다.
다행히 진흙탕에 핀 연꽃처럼, 그 난장 속에서도 인물은 존재했다. 반대측 패널로 참가한 민변 변호사가 핵심을 찌르는 명쾌한 발언과 들뜬 열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직한 자세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성을 갖추고 토론에 임한 것이었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 사람을 주목하며 토론을 보았는데 이게 왠걸, 다음 날 아침 스타로 부상한 사람은 논의의 초점도 찾지 못한채 개소리에 막말로 대응하고 스스로 흥분하여 토론을 파장으로 이끈 전원책 변호사였다.
전원책 변호사는 토론내내 군대는 자유를 빼앗는 나쁜 것이고 그것이 분단국가에선 필요악이기에 보상을 해주어야 하며 그 보상은 군가산점으론 택도 없어 더욱 늘려야 하는 시점인데 이런 상황에서 군가산점을 폐지하는건 말도 안된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그의 자극적인 말에 동의하고 그에 맞선 여성운동가의 개소리에 분노한 사람들이 전원책 변호사를 옹호하고 영웅으로 만드는 것을 보며 나는 그야말로 어이가 없었다.
분명 그의 말엔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적어도 그 토론회에서만큼은 그의 말이 틀렸다. 논의의 초점이 무엇인가. 군가산점제가 제대군인에게 주어지는 보상으로써 적절한가 그렇지 못한가의 문제가 아니던가. 제도의 적절성과는 별개로 여성주의에 대한 반감이 어째서 군가산점제에 대한 옹호로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2. 가라앉는 본질
군가산점제는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과 여자와 장애인을 포함한 비제대군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상반된 효과가 있는 정책이다. 그렇기에 이 정책의 추진은 여자와 장애인에 대한 차별효과가 감안할 수 있는 정도이며 이 차별에 비해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이 훨씬 더 큰 공익적 효과가 있을 때에야 비로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득실의 차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그저 군대에 다녀온 남성의 피해는 보상받아야 하며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여성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라는 논리만 존재했을 뿐이다. 민변 변호사가 말한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격이다."라는 말이 이보다 적절하게 쓰일 수 있을까 싶다.
분명 의무복무를 해야만 하는 군인들의 입장에서 군복무기간은 자신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시간이다. 따라서 분단이라는 특수성에 입각해 볼 때 우리나라에 의무복무제가 필요하다고 본다면 제대군인에 대한 다각적이고 보다 입체적인 보상 및 지원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 정당한 목적에 비해 이 제도는 그 수단으로 적절치 못하다.
제대군인에 대하여 사회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는 사회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다른 집단에게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을 침해하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분명 군가산점 제도는 다른 응시자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그것도 치명적인 정도로, 침해하고 있으므로 그 수단이 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다시말해 군가산점제의 시행으로 인하여 그 현재의 실력과는 상관없이 떨어지게 되는 불합격자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군가산점제도의 혜택이 합격여부를 좌우할 정도로 그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가산점 제도의 혜택대상자가 아닌 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조성하여 직업선택의 자유까지 침해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군가산점제가 적용되는 시험은 7급과 9급 공무원 시험이다. 이 시험들은 대개의 경우 90점대 후반에서 1-2점 차로 당락이 결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3-5%의 가산점이란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더 공부했느냐 덜 공부했느냐가 아니라 군대를 갔다 왔느냐 안갔다 왔느냐가 당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더구나 군가산점제가 사시나 행시 등의 5급 이상 고급 공무원 시험이 아닌 7급과 9급 공무원 시험에 한하여 적용된다는 사실은 이 제도가 총선을 앞둔 정치인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제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될 7,9급 시험에는 제도를 적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덜 치명적일 고급 공무원 시험에는 이 제도를 적용되지 않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적용 받는 대상들이 힘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5급 이상의 고급 공무원 시험을 치르는 사람들은 보다 목소리가 크고 힘이 있는 집단의 구성원일 확률이 높다. 상대적으로 7,9급 공무원 시험의 응시자들은 그렇지 못할 확률이 높을테고 말이다. 내가 보기에 군가산점 제도의 수혜자가 아닌 시험 응시자들은 이 제도를 추진하는 사람들에 의해 희생양으로 선택된 것이다. 너무 음모론인가.ㅋㅋㅋㅋ
게다가 이 제도엔 또 하나의 중대한 허점이 존재한다. 가산점 혜택을 적용받는 대상이 군제대자 전부가 아닌 7,9급 시험에 응시하는 군제대자에 한정 된다는 사실이다. 마치 군제대자 전부에 대한 이익인 것처럼 선전하고 광고되는 것과는 달리, 군제대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공무원 시험 응시자의 이익을 위해 추진되는 이 제도는 이 법률의 수혜자가 되지 못하는 응시자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추진할 실익이 없는 제도인 것이다.
3. 끌어올린 결론
로널드 드워킨이 분류한 복지의 평등과 자원의 평등이라는 평등의 개념을 통해 볼 때 적극적 평등화 조치는 침해받은 평등권에 대한 사후적 보상으로써 그 의미를 갖는다. 그렇기에 적극적 평등화 제도가 평등의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공익을 위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사후적 보상을 하는데 사용된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군가산점의 경우는 그 시행과정에서 이 법률의 수혜자가 되지 못하는 응시자의 권리를 치명적으로 침해할 뿐 아니라 그 혜택에 있어서도 군복무를 한 모든 개인에게 보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시험에 응시하는 군제대자에 한정하여 보상하는 제도로써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
게다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혜택받는 대상이 명확하고 그 대상의 호응이 열광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 정치현실에서 그 의도가 심히 의심되기에 언론과 온라인 등에서 이루어지는 초점을 잃은 논의들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현재 전원책 변호사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관심과 찬사는 그동안 여성부와 여성운동가들의 활동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던 다수 남성들의 억눌러진 반감과 더불어, 2년이라는 시간을 합당한 보상조차 없이 군대에서 보내야 했던 남성들의 뒤틀린 분노가 어우러져 만들어 낸 이상현상이 아닌가 싶다.
자칫 다수 남성과 여성 사이의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는 이런 비정상적인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앞에도 적었듯이 제대군인에 대한 다각적이고 보다 입체적인 보상 및 지원대책이 시급히 마련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남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여성부와 여성단체의 활동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데도 쓰잘데기없는 이런 비생산적인 논의는 보다 나은 사회로 발돋움하는데 해가 될 뿐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군가산점 논의의 함정
과거 100분토론 이후 전거성이 한창 떠오를 무렵에 써놓았던 글인데 요즈음 군대문제로 남녀간에 비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그 주요 소재거리의 하나로 군가산점제가 이야기되는데 문제의식을 느껴 올려봅니다. 이하는 군가산점제의 진실과 그 논의가 지닌 허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쓰여진 글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겠지만 양해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떠오르는 영웅
요즘 '전거성'이 떠오르고 있다. 초특급 아이돌 스타의 인기를 방불케 하는 이 특이한 별명의 주인공은, 바로 며칠 전 '공무원 시험의 제대군인 가산점제'를 다루었던 KBS 심야토론에 찬성측 패널로 참가해서 "세상에 가고 싶은 군대가 어디있나.", "돈 백만원 줘도 안가요." 등의 주옥같은 명언을 쏟아낸 전원책 변호사다.
실제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KBS 심야토론 게시판에는 예비역 시청자들이 반대측 패널로 나왔던 여성운동가를 비난하고 성토하는 게시물을 수천건이나 올렸을만큼 이 방송은 커다란 파장을 낳았고 다음 날부터 신문 등 언론매체들에서도 이 논의를 앞다퉈 중요하게 다루는 등 군가산점 문제는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그 관심의 중심엔 모든 예비역의 대변인으로 떠오른 전원책 변호사가 있었다.
이미 우리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9년 12월, 제대군인이 6급 이하의 공무원 또는 공, 사 기업체의 채용시험에 응시할 때에 필기시험의 각 과목별 득점에 각 과목별 만점의 5 또는 3퍼센트를 가산하도록 되어있는 제대군인지원에관한법률 제8조 1항, 3항 및 동법시행령 제9조가 여성과 군에 가지 못한 남성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위헌결정을 내린바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17대 총선의 예비역 유권자를 겨냥한 일부 정치인들에 의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면서 KBS가 심야토론의 주제로 다루게 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 여성단체들이기에 TV 토론에서도 반대측 패널로 민변 변호사 한 명과 두 명의 여성운동가가 나왔고, 찬성측 패널에는 이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정치인들과 전원책 변호사가 나왔다.
대중의 엉덩이를 핥아서라도 한 표를 더 얻어내려는 정치인들과 안티팬을 만드는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여권운동가들을 대립시켜놓은 패널구성이 워낙 흥미로웠던지라 나도 이 토론을 주목하고 보았는데 진행되면 될 수록 이 토론이란게 참으로 가관이었다.
사회자가 중심을 잡지 못해 논의가 논점을 벗어나기를 수차례 거듭하였고, 여성운동가라는 사람은 정상적인 성인 남성이 들으면 안티팬이 되지 않을 수 없을만한 개소리를 몇번이고 날려주었으며, 전원책 변호사는 전국민이 시청하는 TV토론회에서 초등학교 학급회의에서도 통하지 않을 예의없는 자세로 일관했던 것이다.
다행히 진흙탕에 핀 연꽃처럼, 그 난장 속에서도 인물은 존재했다. 반대측 패널로 참가한 민변 변호사가 핵심을 찌르는 명쾌한 발언과 들뜬 열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직한 자세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성을 갖추고 토론에 임한 것이었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 사람을 주목하며 토론을 보았는데 이게 왠걸, 다음 날 아침 스타로 부상한 사람은 논의의 초점도 찾지 못한채 개소리에 막말로 대응하고 스스로 흥분하여 토론을 파장으로 이끈 전원책 변호사였다.
전원책 변호사는 토론내내 군대는 자유를 빼앗는 나쁜 것이고 그것이 분단국가에선 필요악이기에 보상을 해주어야 하며 그 보상은 군가산점으론 택도 없어 더욱 늘려야 하는 시점인데 이런 상황에서 군가산점을 폐지하는건 말도 안된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그의 자극적인 말에 동의하고 그에 맞선 여성운동가의 개소리에 분노한 사람들이 전원책 변호사를 옹호하고 영웅으로 만드는 것을 보며 나는 그야말로 어이가 없었다.
분명 그의 말엔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적어도 그 토론회에서만큼은 그의 말이 틀렸다. 논의의 초점이 무엇인가. 군가산점제가 제대군인에게 주어지는 보상으로써 적절한가 그렇지 못한가의 문제가 아니던가. 제도의 적절성과는 별개로 여성주의에 대한 반감이 어째서 군가산점제에 대한 옹호로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2. 가라앉는 본질
군가산점제는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과 여자와 장애인을 포함한 비제대군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상반된 효과가 있는 정책이다. 그렇기에 이 정책의 추진은 여자와 장애인에 대한 차별효과가 감안할 수 있는 정도이며 이 차별에 비해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이 훨씬 더 큰 공익적 효과가 있을 때에야 비로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득실의 차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그저 군대에 다녀온 남성의 피해는 보상받아야 하며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여성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라는 논리만 존재했을 뿐이다. 민변 변호사가 말한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격이다."라는 말이 이보다 적절하게 쓰일 수 있을까 싶다.
분명 의무복무를 해야만 하는 군인들의 입장에서 군복무기간은 자신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시간이다. 따라서 분단이라는 특수성에 입각해 볼 때 우리나라에 의무복무제가 필요하다고 본다면 제대군인에 대한 다각적이고 보다 입체적인 보상 및 지원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 정당한 목적에 비해 이 제도는 그 수단으로 적절치 못하다.
제대군인에 대하여 사회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는 사회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다른 집단에게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을 침해하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분명 군가산점 제도는 다른 응시자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그것도 치명적인 정도로, 침해하고 있으므로 그 수단이 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다시말해 군가산점제의 시행으로 인하여 그 현재의 실력과는 상관없이 떨어지게 되는 불합격자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군가산점제도의 혜택이 합격여부를 좌우할 정도로 그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가산점 제도의 혜택대상자가 아닌 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조성하여 직업선택의 자유까지 침해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군가산점제가 적용되는 시험은 7급과 9급 공무원 시험이다. 이 시험들은 대개의 경우 90점대 후반에서 1-2점 차로 당락이 결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3-5%의 가산점이란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더 공부했느냐 덜 공부했느냐가 아니라 군대를 갔다 왔느냐 안갔다 왔느냐가 당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더구나 군가산점제가 사시나 행시 등의 5급 이상 고급 공무원 시험이 아닌 7급과 9급 공무원 시험에 한하여 적용된다는 사실은 이 제도가 총선을 앞둔 정치인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제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될 7,9급 시험에는 제도를 적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덜 치명적일 고급 공무원 시험에는 이 제도를 적용되지 않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적용 받는 대상들이 힘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5급 이상의 고급 공무원 시험을 치르는 사람들은 보다 목소리가 크고 힘이 있는 집단의 구성원일 확률이 높다. 상대적으로 7,9급 공무원 시험의 응시자들은 그렇지 못할 확률이 높을테고 말이다. 내가 보기에 군가산점 제도의 수혜자가 아닌 시험 응시자들은 이 제도를 추진하는 사람들에 의해 희생양으로 선택된 것이다. 너무 음모론인가.ㅋㅋㅋㅋ
게다가 이 제도엔 또 하나의 중대한 허점이 존재한다. 가산점 혜택을 적용받는 대상이 군제대자 전부가 아닌 7,9급 시험에 응시하는 군제대자에 한정 된다는 사실이다. 마치 군제대자 전부에 대한 이익인 것처럼 선전하고 광고되는 것과는 달리, 군제대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공무원 시험 응시자의 이익을 위해 추진되는 이 제도는 이 법률의 수혜자가 되지 못하는 응시자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추진할 실익이 없는 제도인 것이다.
3. 끌어올린 결론
로널드 드워킨이 분류한 복지의 평등과 자원의 평등이라는 평등의 개념을 통해 볼 때 적극적 평등화 조치는 침해받은 평등권에 대한 사후적 보상으로써 그 의미를 갖는다. 그렇기에 적극적 평등화 제도가 평등의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공익을 위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사후적 보상을 하는데 사용된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군가산점의 경우는 그 시행과정에서 이 법률의 수혜자가 되지 못하는 응시자의 권리를 치명적으로 침해할 뿐 아니라 그 혜택에 있어서도 군복무를 한 모든 개인에게 보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시험에 응시하는 군제대자에 한정하여 보상하는 제도로써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
게다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혜택받는 대상이 명확하고 그 대상의 호응이 열광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 정치현실에서 그 의도가 심히 의심되기에 언론과 온라인 등에서 이루어지는 초점을 잃은 논의들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현재 전원책 변호사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관심과 찬사는 그동안 여성부와 여성운동가들의 활동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던 다수 남성들의 억눌러진 반감과 더불어, 2년이라는 시간을 합당한 보상조차 없이 군대에서 보내야 했던 남성들의 뒤틀린 분노가 어우러져 만들어 낸 이상현상이 아닌가 싶다.
자칫 다수 남성과 여성 사이의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는 이런 비정상적인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앞에도 적었듯이 제대군인에 대한 다각적이고 보다 입체적인 보상 및 지원대책이 시급히 마련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남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여성부와 여성단체의 활동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데도 쓰잘데기없는 이런 비생산적인 논의는 보다 나은 사회로 발돋움하는데 해가 될 뿐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written by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