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재미없어. 솔직히 깜박 졸기까지 했어. 물론 새벽까지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달린 탓에 피곤하기도 했지만, 실험영화도 아니고 로맨틱코미디를 보면서 쏟아지는 졸음과 싸워야 했다고. 그냥 졸립기만 했으면 맘 편이 잠이라도 잤을 텐데, 순간순간 짜증이 치밀어 올라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그래, 알아. TV시리즈를 꼼꼼히 챙겨보지 않은 불성실한 관객이어서 이런 반응이라는 거. 이 영화는 TV시리즈 시즌 여섯 개 중 하나의 시즌이라도 챙겨봤던 팬들을 위한, 팬미팅용 영화였거든.
영화만 봐서는 뉴욕의 4총사 캐리, 사만다, 샬롯, 미란다의 캐릭터를 절대 파악할 수 없어. 사건보다는 캐릭터 중심의 영화인데 드라마팬이 아니고서는 캐릭터 파악을 할 수 없으니 참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영화이기도 해.
하지만 내가 짜증났던 건 이것 때문이 아니야. 이거야 영화 보기 전에 알고 있었던 사실이고, 그래서 TV시리즈는 띄엄띄엄 몇 편 본 게 다인 나에게 좀 버거운 영화겠다 각오도 했는 걸 뭐. 그런 건 다 이해할 수 있다고!
문제는 드라마팬용 영화라는 뻔뻔한 전제조건만으로는 용서가 안 되는 그 무엇이 있었기 때문이지. 아니, 내가 TV시리즈 몇 편 보면서 그나마 꽂혔던 방향과 영화가 너무 엇나갔기 때문이지. (내가 뭐라고 용서씩이나 하겠어.)
오늘은 이 영화가 날 미치도록 졸립게 했던 이유, 짜증나게 했던 이유나 수다로 풀어보려 해.
미치도록 졸렸던 이유 - 영화가 아니라 내가 문제라고?
영화를 보기 전 몇몇 평론가들이 쓴 별점을 보았어. 그리고 네티즌들의 별점도 슬쩍 보았지. 그런데 거기에 제일 많이 나온 말이 뭔 줄 알아? "여자들이나 좋아할 영화" 혹은 "여자들은 좋아할 영화"래.
나 여자거든! 근데 왜 이래? 난 이나 혹은 은이라는 아주 묘한 뉘앙스로 구분지은 그 여자들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거야? 그런 거야?
나이 마흔은 훌쩍 넘긴 캐리와 그녀의 친구들은 10년 전 TV시리즈에서 그랬듯 똑같이 연애 때문에, 결혼 때문에, 아이 때문에, 섹스 때문에 고민이야. 그리고 우울할 때, 혹은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고 싶을 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명품 쇼핑을 하지. 사실 지금에야 고백하는 건데, 영화 보는 내내 달러를 원으로 환산하느라 머리가 좀 아팠어.
근데 그녀들이 하는 고민이 도대체 공감이 안 돼. 난 적어도 사만다보다 10년 이상 어릴 텐데, 캐리나 샬롯, 미란다보다도 10 가까이 젊을 텐데, 왜 이런 거지? 영화를 끌고 가는 주된 얼개는 캐리와 미스터빅의 결혼문제인데, 결혼 가지고 울다 웃다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캐리를 보며 공감보다는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거야. 저 나이까지 저러고 살아야 해? 어우, 피곤해. 이런 거지. 미란다가 남편 스티브의 외도로 난리블루스를 출 때도 마찬가지였어. 어우, 지겨워. 뉴욕판 사랑과 전쟁이야? 이런 거지.
그녀들의 명품 치장은 TV시리즈 때부터 관심 밖이었으니 그냥 참고 넘어가려고 했어. 근데 TV시리즈에 있던 많은 이야기들은 쏙 빠진 채 캐리의 결혼식을 빌미로 펼쳐지는 명품 패션쇼는 정말 보아넘기기 어렵더군. 내 눈엔 하나도 안 예뻐 보이는데, 저따위 촌스럽기 짝이 없는 드레스가, 구두가, 가방이 얼마라고? 미쳤군. 이런 혼잣말이 절로 나오는데 어쩔 거야.
그래, 이런 투덜거림은 내 패션감각이 후져서 그런 거라 치자고. 패쓰~~
완전 짜증났던 이유 - 세월을 거스르는 그녀들, 재미없어진 그녀들
영화 끄트머리에 뉴욕 4총사는 한자리에 모여 사만다의 생일파티를 해. 몇 살 생일이게? 50살이야.
우리나라처럼 태어난 연도는 물론이고 날짜까지 따져가며 서열 매기는 습관이 없으니, 캐리의 친구 사만다가 50이 됐다고 해서 놀랄 건 없지.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을 보면 그 나이로 보이는 걸 뭐.
정말 놀라운 것은 사만다의 생일축하 샴페인 건배사로 "남은 50년을 위하여"를 외치는 40~50대 그녀들이 사는 법이야. 어쩜, TV시리즈의 30대로부터 한치로 자라지 않을 수 있을까? 30대와 40대가, 40대와 50대가 외모만 살짝 늙었을 뿐 하는 고민이나 갈등의 원인이 조금도 변하지 않을 수 있다니, 그녀들은 진시황의 불로초라도 구해 달여먹기라도 한 건가?
오해하지 말길 바라. 나이가 든다고 연애에 관심이 없어지거나 성적인 욕구와 매력이 없는 무성적 존재가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야. 나이 든 여자들은 아줌마나 할머니라는 제3의 성으로 분류하는, 여자 나이에 대한 이 사회의 요상한 잣대에 대해 누구보다도 불만 많은 사람이야.
하지만 말야. 20대 때의 나와 지금의 나만 비교해도 정말 많이 다른데, 어떻게 뉴욕 4총사들은 하나도 안 변하고 10년 전과 똑같이 말하고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냔 거지. 세월의 흐름이 노화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잖아. 성숙이란 의미도 가지고 있잖아. 그리고 중년여성들이 하는 고민은, 그녀들이 가지는 판타지와 욕망은 20대나 30대 여성과 많이 다른 게 사실이잖아.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은 감출 수 없을지 모르나 마음만은 여전히 30대라고 주장하고 싶은 거야? 됐다 그래!
패션과 연애, 섹스만이 30대 여성을 규명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TV시리즈가 상당 부분 30대 여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던 것은 30대 여성의 언어, 30대 여성의 사고를 날것으로 풀어냈기 때문이지 않았나? 그러면 10년 후 그녀들이 모였을 때는 또 그 또래 여성의 언어와 사고를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아, 그럴 생각이 없었다고? 그래, 쓸 데 없는 기대를 품은 내가 문제지 뭐. 쳇.
이 영화를 통해 깨달은 게 있다면, 불로초는 절대 없어야 한다는 거. 세월을 거스르는 그녀들, 40대에도 50대에도 여전히 30대처럼 웃고 울고 갈등하고 서로에게 멘토가 되어주는 그녀들의 모습이 썩 아름답지 않더라고. 누가 불로초를 내 앞에 내놓는다면, 당장에 창 밖으로 내던져 버리겠어!
극장을 나오는데 자꾸 니콜 홀로프세너의 이 떠오르더라. 의 친구들은 뉴욕의 4총사처럼 여전한 우정과 의리를 과시하지는 못했지만(오히려 뒷담화로 서로를 깎아내리기 바빴지), 그래도 그 친구들이 훨씬 매력적이었고, 공감이 많이 갔어.
섹스 앤 더 시티
섹스 앤 더 시티 (Sex And The City, 2008)
감독 : 마이클 패트릭 킹
흥! 불로초따위는 개한테나 던져주라지!
아, 재미없어. 솔직히 깜박 졸기까지 했어. 물론 새벽까지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달린 탓에 피곤하기도 했지만, 실험영화도 아니고 로맨틱코미디를 보면서 쏟아지는 졸음과 싸워야 했다고. 그냥 졸립기만 했으면 맘 편이 잠이라도 잤을 텐데, 순간순간 짜증이 치밀어 올라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그래, 알아. TV시리즈를 꼼꼼히 챙겨보지 않은 불성실한 관객이어서 이런 반응이라는 거. 이 영화는 TV시리즈 시즌 여섯 개 중 하나의 시즌이라도 챙겨봤던 팬들을 위한, 팬미팅용 영화였거든.
영화만 봐서는 뉴욕의 4총사 캐리, 사만다, 샬롯, 미란다의 캐릭터를 절대 파악할 수 없어. 사건보다는 캐릭터 중심의 영화인데 드라마팬이 아니고서는 캐릭터 파악을 할 수 없으니 참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영화이기도 해.
하지만 내가 짜증났던 건 이것 때문이 아니야. 이거야 영화 보기 전에 알고 있었던 사실이고, 그래서 TV시리즈는 띄엄띄엄 몇 편 본 게 다인 나에게 좀 버거운 영화겠다 각오도 했는 걸 뭐. 그런 건 다 이해할 수 있다고!
문제는 드라마팬용 영화라는 뻔뻔한 전제조건만으로는 용서가 안 되는 그 무엇이 있었기 때문이지. 아니, 내가 TV시리즈 몇 편 보면서 그나마 꽂혔던 방향과 영화가 너무 엇나갔기 때문이지. (내가 뭐라고 용서씩이나 하겠어.)
오늘은 이 영화가 날 미치도록 졸립게 했던 이유, 짜증나게 했던 이유나 수다로 풀어보려 해.
미치도록 졸렸던 이유 - 영화가 아니라 내가 문제라고?
영화를 보기 전 몇몇 평론가들이 쓴 별점을 보았어. 그리고 네티즌들의 별점도 슬쩍 보았지. 그런데 거기에 제일 많이 나온 말이 뭔 줄 알아? "여자들이나 좋아할 영화" 혹은 "여자들은 좋아할 영화"래.
나 여자거든! 근데 왜 이래? 난 이나 혹은 은이라는 아주 묘한 뉘앙스로 구분지은 그 여자들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거야? 그런 거야?
나이 마흔은 훌쩍 넘긴 캐리와 그녀의 친구들은 10년 전 TV시리즈에서 그랬듯 똑같이 연애 때문에, 결혼 때문에, 아이 때문에, 섹스 때문에 고민이야. 그리고 우울할 때, 혹은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고 싶을 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명품 쇼핑을 하지. 사실 지금에야 고백하는 건데, 영화 보는 내내 달러를 원으로 환산하느라 머리가 좀 아팠어.
근데 그녀들이 하는 고민이 도대체 공감이 안 돼. 난 적어도 사만다보다 10년 이상 어릴 텐데, 캐리나 샬롯, 미란다보다도 10 가까이 젊을 텐데, 왜 이런 거지? 영화를 끌고 가는 주된 얼개는 캐리와 미스터빅의 결혼문제인데, 결혼 가지고 울다 웃다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캐리를 보며 공감보다는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거야. 저 나이까지 저러고 살아야 해? 어우, 피곤해. 이런 거지. 미란다가 남편 스티브의 외도로 난리블루스를 출 때도 마찬가지였어. 어우, 지겨워. 뉴욕판 사랑과 전쟁이야? 이런 거지.
그녀들의 명품 치장은 TV시리즈 때부터 관심 밖이었으니 그냥 참고 넘어가려고 했어. 근데 TV시리즈에 있던 많은 이야기들은 쏙 빠진 채 캐리의 결혼식을 빌미로 펼쳐지는 명품 패션쇼는 정말 보아넘기기 어렵더군. 내 눈엔 하나도 안 예뻐 보이는데, 저따위 촌스럽기 짝이 없는 드레스가, 구두가, 가방이 얼마라고? 미쳤군. 이런 혼잣말이 절로 나오는데 어쩔 거야.
그래, 이런 투덜거림은 내 패션감각이 후져서 그런 거라 치자고. 패쓰~~
완전 짜증났던 이유 - 세월을 거스르는 그녀들, 재미없어진 그녀들
영화 끄트머리에 뉴욕 4총사는 한자리에 모여 사만다의 생일파티를 해. 몇 살 생일이게? 50살이야.
우리나라처럼 태어난 연도는 물론이고 날짜까지 따져가며 서열 매기는 습관이 없으니, 캐리의 친구 사만다가 50이 됐다고 해서 놀랄 건 없지.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을 보면 그 나이로 보이는 걸 뭐.
정말 놀라운 것은 사만다의 생일축하 샴페인 건배사로 "남은 50년을 위하여"를 외치는 40~50대 그녀들이 사는 법이야. 어쩜, TV시리즈의 30대로부터 한치로 자라지 않을 수 있을까? 30대와 40대가, 40대와 50대가 외모만 살짝 늙었을 뿐 하는 고민이나 갈등의 원인이 조금도 변하지 않을 수 있다니, 그녀들은 진시황의 불로초라도 구해 달여먹기라도 한 건가?
오해하지 말길 바라. 나이가 든다고 연애에 관심이 없어지거나 성적인 욕구와 매력이 없는 무성적 존재가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야. 나이 든 여자들은 아줌마나 할머니라는 제3의 성으로 분류하는, 여자 나이에 대한 이 사회의 요상한 잣대에 대해 누구보다도 불만 많은 사람이야.
하지만 말야. 20대 때의 나와 지금의 나만 비교해도 정말 많이 다른데, 어떻게 뉴욕 4총사들은 하나도 안 변하고 10년 전과 똑같이 말하고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냔 거지. 세월의 흐름이 노화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잖아. 성숙이란 의미도 가지고 있잖아. 그리고 중년여성들이 하는 고민은, 그녀들이 가지는 판타지와 욕망은 20대나 30대 여성과 많이 다른 게 사실이잖아.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은 감출 수 없을지 모르나 마음만은 여전히 30대라고 주장하고 싶은 거야? 됐다 그래!
패션과 연애, 섹스만이 30대 여성을 규명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TV시리즈가 상당 부분 30대 여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던 것은 30대 여성의 언어, 30대 여성의 사고를 날것으로 풀어냈기 때문이지 않았나? 그러면 10년 후 그녀들이 모였을 때는 또 그 또래 여성의 언어와 사고를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아, 그럴 생각이 없었다고? 그래, 쓸 데 없는 기대를 품은 내가 문제지 뭐. 쳇.
이 영화를 통해 깨달은 게 있다면, 불로초는 절대 없어야 한다는 거. 세월을 거스르는 그녀들, 40대에도 50대에도 여전히 30대처럼 웃고 울고 갈등하고 서로에게 멘토가 되어주는 그녀들의 모습이 썩 아름답지 않더라고. 누가 불로초를 내 앞에 내놓는다면, 당장에 창 밖으로 내던져 버리겠어!
극장을 나오는데 자꾸 니콜 홀로프세너의 이 떠오르더라. 의 친구들은 뉴욕의 4총사처럼 여전한 우정과 의리를 과시하지는 못했지만(오히려 뒷담화로 서로를 깎아내리기 바빴지), 그래도 그 친구들이 훨씬 매력적이었고, 공감이 많이 갔어.
이렇게 투덜거리고 나니, 내가 무진장 나이든 것 같네. 쩝.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