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산유국인가?

이원복200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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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빌립보 생태마을 관장 황창연(베네딕토) 신부님의 글


요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나라가 온통 시끌벅적하다. 텔레비젼도, 라디오도, 국민들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보면서 울화통을 터뜨린다. 온 나라가 미국의 협박에 굴복한 정부에게 화가 잔뜩 났다. 물론 신부인 나도 자존심 상하고 기분 나쁘고 신경질이 난다. 그런데 정말 지금 우리나라가 미국산 쇠고기에 몰입해 있어야 할 때인가? 아니다. 지금 미국산 쇠고기보다, 광우병보다 훨씬 무시무시한 위협이 한반도를 덮치고 있다. 중국 쓰촨성 지진처럼 한반도를 초토화할 괴물은 배럴당(1배럴은 159리터) 130달러까지 치솟는 원유값이다.

2007년 우리나라 총수입액이 3,567억 달러였는데, 그 가운데 석유와 석탄을 포함한 에너지 수입액이 907억 달러였다. 2007년 60달러 밖에 안하던 원유값이 100달러까지 뛰어 올라, 2008년 에너지 예상수입액은 1295억달러이다. 지금 원유 값은 지난해의 두 배도 넘는 130달러까지 치솟았다. 지금 같은 꼴로 원유 값이 뛰면 2008년 에너지 총수입액은 어림잡아도 1,500억 달러를 훌쩍 넘어, 대한민국 경제는 97년 11월에 경험한 국제구제금융(IMF)시절로 돌아갈 것이다. 물가상승률을 들여다 보면 이미 대한민국은 IMF시절로 돌아갔다.

석유 값이 뛰면 성당 다니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힘들다. 심지어 농사꾼들도 석유 값 때문에 농사를 짓기가 힘들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정부나 국회, 그리고 방송매체 어디에서도 에너지 절약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정부는 지금 에너지 절약 대책회의를 해야하고, 국회는 원유 값 청문회를 해야 하며, 교회도 절약운동을 해야 하고, 추적60분도 PD수첩도 1970년 오일쇼크를 헤쳐 나간 나라들의 이야기를 해야한다.

인구가 13억이나 되는 중국은 자동차 숫자가 겨우 3,000만 대다. 그런데 겨우 인구 4천 7백만 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 무려 1,600만 대나 넘는 자동차들이 좁은 땅덩어리를 꽉꽉 채운 채 석유를 태우면서 돌아 다닌다. 우라나라처럼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독일은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독일이 살 길은 절약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국가 전체가 절약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 결과 에너지의 45퍼센트까지 절약하고 있다. 독일 사람들은 도로에 차가 막히면 시동을 끄고 천천히 밀면서 간다. 그리고 겨울철에 집안에 있으면서도 난방을 하지 않아 털옷을 입고 무릎에는 담요을 덮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겨울철에는 난방을 너무 많이 해서 반팔 입고 다니고, 여름철에는 에어콘을 너무 세게 틀어서 냉방병에 걸리는 현실이다. 밤길은 또 어떤가? 명동이나 도심은 마치 라스베이거스와 같이 온통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석유를 펑펑 써대는 도심 한가운데 서서 나는 착각한다. 우리나라가 산유국인가?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산유국이 아니다. 석유수입은 세계 5위이고 석유소비는 세계 6위를 달리고 있다. 나라 경제가 석유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는데도 사회 곳곳에서 흥청망청 낭비하는 문화가 널려 있다. 국제구제금융(IMF)시절은 갑자기 들이닥쳤지만, 지금은 고공 행진하는 석유 가격 지표가 매일매일 보도를 통해서 눈에 들어오는데도 정치인들이고 국민들은 눈이 멀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쇠고기가 아니라, 콘센트 빼기, 따뜻한 물 안 쓰기, 전등 하나 더 끄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져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