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네를 찾아가 본 사람은 알지. 한 때 익숙했던 것이 주는 낯설음. 낯설지도 못한 것들이 주는 서먹함. 옆에 누구라도 말을 건낼 사람이 있다면 차라리 낫겠지. 여기 예전엔 만화방이 있었어. 가게 한쪽에선 잡지랑 비디오도 빌려줬고 어? 이 문방구는 진짜 오래된거야, 이름만 바꼈네. 하지만 혼자서 그 동네를 지나가게 될 때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어색함 때문에 스스로 걸음이 빨라져버려. 어디를 봐도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은 흔적. 어쩌면 흔적이라는 말이 적용되는 건 마음뿐인지도 몰라. 좋은 글을 써서 좋은 책을 남기고, 좋은 노래를 불러서 좋은 음반을 남기고, 좋은 그림을 그려서 유명한 그림을 남긴다지만.. 그게 다 뭐람. 누가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으면 이사를 가다가 잃어버리면, 박물관이 불타 버리면 다 없어지는거 아닌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면 그게 끝 아닌가. 누가 믿어주겠어. 말끔이 전선이 묻힌 이 자리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전봇대가 있었던 자리라는 걸, 피자 체인점이 들어선 이 자리가 온 동네 아이들이 모여서 놀던 공터였다는 걸, 언젠가는 너를 데리고 이 곳에 와야지. 내 유년 시절도 다 보여줘야지. 다짐했었던 동네라는 걸, 나까지 잊어버리니 누가 알겠어. 사랑을 잃고 나는 허무주의자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무 것도 누구도 나를 따뜻하게 만들지 못하니까요. 옛동네를 찾은 그 기억 조차도, 그래도 단 하나는 믿어야겠죠. 이렇게 사람을 쓸쓸하게 만드는 것이 세상에 있다는 것.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것. 그러니 사랑은 이 세상에 있다는 것. 옛 동네의 하늘 아래서, 사랑을 말하다 1
사랑을 말하다 - #266
옛 동네를 찾아가 본 사람은 알지.
한 때 익숙했던 것이 주는 낯설음.
낯설지도 못한 것들이 주는 서먹함.
옆에 누구라도 말을 건낼 사람이 있다면 차라리 낫겠지.
여기 예전엔 만화방이 있었어.
가게 한쪽에선 잡지랑 비디오도 빌려줬고
어? 이 문방구는 진짜 오래된거야, 이름만 바꼈네.
하지만 혼자서 그 동네를 지나가게 될 때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어색함 때문에 스스로 걸음이 빨라져버려.
어디를 봐도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은 흔적.
어쩌면 흔적이라는 말이 적용되는 건 마음뿐인지도 몰라.
좋은 글을 써서 좋은 책을 남기고,
좋은 노래를 불러서 좋은 음반을 남기고,
좋은 그림을 그려서 유명한 그림을 남긴다지만..
그게 다 뭐람.
누가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으면
이사를 가다가 잃어버리면,
박물관이 불타 버리면 다 없어지는거 아닌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면 그게 끝 아닌가.
누가 믿어주겠어.
말끔이 전선이 묻힌 이 자리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전봇대가 있었던 자리라는 걸,
피자 체인점이 들어선 이 자리가
온 동네 아이들이 모여서 놀던 공터였다는 걸,
언젠가는 너를 데리고 이 곳에 와야지.
내 유년 시절도 다 보여줘야지.
다짐했었던 동네라는 걸, 나까지 잊어버리니 누가 알겠어.
사랑을 잃고 나는 허무주의자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무 것도 누구도 나를 따뜻하게 만들지 못하니까요.
옛동네를 찾은 그 기억 조차도,
그래도 단 하나는 믿어야겠죠.
이렇게 사람을 쓸쓸하게 만드는 것이 세상에 있다는 것.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것.
그러니 사랑은 이 세상에 있다는 것.
옛 동네의 하늘 아래서,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