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이것이 명품이다

안옥진200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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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넬 - 영원한 여성성

에르메네질도 제냐 - 시대를 초월한 남성의 멋

조르지오 아르마니 - 절제된 아름다움

크리스찬 디올 - 여성적인 아름다움의 화려한 부활

지아니 베르사체 - 과감하고 도발적인 매력

휴고 보스 - 실용성과 예술성의 조화

돌체 앤 가바나 - 지중해의 매력

에스카다 - 멀티 라이프 스타일 패션

 

버버리 - 바람부는 날의 우수

펜디 - 모던함과 엘레강스의 대명사

미소니 - 니트의 화려한 색체 마술사

소니아 리키엘 - 니트웨어의 여왕

캘빈 클라인 - 심플&모던

프라다 - 평범함 속에 숨어있는 진정한 아름다움

폴로 - 스포츠 정신을 일상으로

 

에트로 - 화려한 색상과 독특한 문양

루이 비통 - 현대적인 가방의 창시자

구찌 - 피렌체가 자랑하는 가죽 명품

에르메스 - 완벽한 품질의 승리

세린느 - 우아함과 실용주의의 만남

살바토레 페라가모 - 백 년 전통의 구두 명가

아 테스토니 - 천 년을 이어온 볼로냐 공법의 후계자

발리 - 스위스 장인정신의 자존심

아이그너 - 독일 지성의 명품

불가리 - 보석처럼 빛나는 전통

 

 

* 명품이 명품인 이유

 

  요즘 명품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여고생들 사이에서는 명품을 사기 위한 계가 유행일 정도이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 경제가 그만한 힘을 갖게 되었다는 증거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비싼 것만 좋아하는 우리 풍토를 우려하기도 한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후가에 속해 있었다. 비싼 물건을 사는 것은 낭비요, 사치일 뿐이라는 게 최근까지의 내 생각이었다. 이 생각이 획기적으로 바뀐 것은 우연히 알게 된 한 사람 때문이었다.

 

  이제 막 쉰을 넘긴 그분은 명품만을 고집하신다. 착용하고 있는 모든 것이 다 예전의 나로서는 알 수도 없던 명품들이다. 이십오 년 전에 3백만 원에 샀다는 시계는 요즘 시세로 3천만 원을 호가하는 롤렉스이며, 만연필은 개벽적으로 주문 생산하는, 아랍 왕족들이나 쓴다는 비스콘티이다. 무슨 얘기 끝인가에서 내 편협한 생각을 일깨워주기 위해 일부러 일러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분이 걸친 옷이나 시계가 그런 고급품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 그분의 차림새가 패션에 민감에보이지도 않았고, 옷이나 신발이나 뭐든지 조금씩 낡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사업하는 사람다운 품위가 있어 보였을 뿐이다.

 

  왜 그렇게 비싼것을 고집하느냐는 내 질문에 그분은 빙그레 웃더니 자시의 아버님 얘기를 들려주었다. 큰 사업을 하던 아버님은 파산한 뒤 그분이 어려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스물 몇 살쯤 되어 무심코 아버님의 유품을 정리하다 라이터 하나를 발견했다고 한다. 오래 방치했던 것이라 작동이 되지 않아 수리점에 맡겼는데 영국 던힐 제품이라며 한국에서는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분은 후에 영국 본사에 맡겨 라이터를 수리했는데, 그 라이터는 아주 오래 된 모델로 전 세계에 3개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그분은 아버님의 던힐 라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 단 한마디로 그분은 서른 몇 해 동안의 내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 나는 물건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습니다. 쉽게 만들고 쉽게 쓰는 물건에는 영혼이 깃들 수 없지요. "

 

  명품은 단지 비싼 것이 아니다. 명품은 장인의 영혼이 깃든 것이며, 쓰는 사람들의 애정과 세월이 깃든 것이다. 이른바 명품이라고 불리는 비싼 물건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까다로운 공정과 뛰어난 장인들의 섬세한 솜씨에 의해 탄생된다. 하나의 명품을 만들기 위해 손끝이 닳도록 가죽만 자르는 장인들도 있다.

 

  명품은 만드는 사람들의 정성과 노력으로 탄생하지만, 그것을 완성시키는 것은 구입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단지 남들이 사니까, 그걸 갖고 있지 않으면 남들에게 뒤지는 것 같으니까 쉽게 구입해서 자랑거리로나 들고다니다가 유행이 지나가면 휙 집어던져버리는 사람들은 명품을 쓸 자격이 없다,

 

  명품이란 유행을 뛰어넘는 것이며, 그것에 깃든 장인의 영혼을 이해하고, 거기에 자신의 영혼을 덧붙일 때 비로소 진정한 명품이 된다.

 

  물론 명품을 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능력에 맞지도 않는데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따라 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몇 번 씩이나 파산을 했는데도 명품만 보면 사지 않을 수 없다는 어느 명품 중독증 환자의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더 슬픈 일이다.

 

  앞의 그분은 평생 단 하나의 시계만을 가졌다고 한다. 롤렉스 시계를 사기 위해 20대동안 매달 저축을 했고, 그동안에는 시계 없이 지낸 것이다. 근 십 년간의 저축을 몽땅 털어 롤렉스 시계를 샀을 때 주변 사람들은 차라리 땅을 사거나 재투자를 하라고 했지만, 그분은 자신의 선택을 아직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분 말씀에 따르면 첫째, 돈이란 잘 쓰기 위해 버는 것이며, 둘째, 평생 자신과 함께 할 시계란 놈을 위해 그만한 투자는 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란다. 긴 기다림 끝에 해후한 그 시계를 그분은 지금까지 차고 다닌다.

 

  이 책이 명품을 명품답게 대접하는, 즉 비싼 가격으로가 아니라 그 전통과 장인정신으로 명품을 인식하고 거기에 사용하는 사람의 전통과 애정을 덧붙임으로써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영혼이 깃든 존재로 대접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더 나아가 명품을 소비할 것만이 아니라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도 고부가가치 산업에 눈을 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 조미애. 2001

 

 

  비록 명품에 관해서 다뤘지만, 내 패션 소비 패턴을 변화시킨 책. 내용보다 에필로그가 영양가 있었던 책.

나이가 들었을 때 어쩌면 나도 명품족이 되어있을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