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 - #285

강재진2008.06.30
조회103
사랑을 말하다 - #285

 

 

대학동기들을 만났는데

그 중 한 친구가 사귀던 남자와 헤어졌다 그러더라.

그것도 모르고 장난스럽게 안부를 물었던 우리는 그만 머쓱해져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

 

- 괜찮아. 그래도 정말 좋았어. 좋은 사람이었어..

 

그 한마디에 우린 더이상 아무것도 묻지 못했어.

그렇게 오래 사귄 두 사람이 왜 헤어졌는지..

언제 헤어졌는지..

다들 궁금함이 목까지 차오른 표정이었지만 아무도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

 

'좋은 사람이었어.'

 

친구의 그 말은 헤어진 사람에 대해서 더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분명한 의사표시였으니깐.

헤어지고 나면 한번씩 원망하고 싶어지잖아.

나도 그랬었거든.

보통 땐 다 내 잘못이다 생각하고 그래서 너한테 모든 걸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가,

그러다 또 어느날은 이렇게 된 게 순전히 니 탓인거 같기도 했어.

 

정말 그렇게 나를 좋아했다면 헤어질 결심을 하기 전에,

나한테도 기회를 줬어야 하는 거 아니었냐고,

어떻게 돌아올 여지도 없이 떠나버리냐고,

혹시 처음부터 헤어질 작정은 아니었냐고,

그래서 더 잘해준 건 아니었냐고,

말도 안되는 원망들을 전개시키면서 그렇게.

 

나는 왜 그 친구처럼 못했던 걸까?

 

'좋았어. 좋은 사람이었어.'

 

그렇게 말해주면 좋았을텐데,

사귀는 동안 너 정말 좋은 애인이었는데,

 

처음엔 친구였던 우리.

그땐 서로 예전 애인 얘기도 많이 했었는데,

훗, 막상 사귀게 된 후에는 그것 땜에 싸우기도 많이 했었지.

 

내가 예전 여자친구들 얘기할 때 니 모습들도 생각난다.

내가 조금이라도 기억에 빠져든다 싶으면

넌 장난스럽게 입속에 들어있던 물을 꺄르륵 거리면서 내 회상을 방해하곤 했었잖아.

혼자 삐쳤다가 심술 내다가 그러다가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 지으면서,

 

- 괜찮아. 그래봤자, 넌 지금 내 옆에 있으니까.

 

너의 그 귀엽던 질투.

 

그대에게 내가 어떤 애인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너무 쓸데없는 질문이겠죠.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대의 나도 아니고,

나는 더 이상 그 시절의 나도 아닌데..

 

내가 그린 원 밖에서 이미 잘 살고 있을 그대이니 대답은 기대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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