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대전CGV 07.11.02]

서경환200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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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피동적이야만 한다. 살고 죽는 원초적인 문제 조차 왕이 아닌 이상 허락되지 않는 곳, 입으로 죄를 지은 자는 혀를 뽑을 것이며, 손으로 잘못한 자는 손목을 자를 것이니 궁은 억압의 성지인 셈이다. 게다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에게 있어서는 더욱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들의 환경은 그릇된 욕망을 표출하는데 충분한 이유를 설명한다.

 

후궁 희빈(윤세아)을 보좌하는 월령(서영희)이 서까래에 목을 멘 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시체를 조사하는 내의녀 천령(박진희)은 월령의 분만사실을 알게 되고 이 사건이 자살이 아닌 타살을 의심한다. 하지만 감찰 상궁은 최근 흉흉한 사건들의 모든 걸 월령에게 뒤집어 씌운 뒤 사건을 은폐할 것을 명하고, 궁녀들의 기강을 바로잡으려 하는데, 이에 천령은 재범의 위험을 강조하며 홀로 사건을 조사한다. 

 

 

 

천령은 사건의 은폐를 막고자 의심이 가는 부분에 대해 집요하리 만큼 파고드는데, 그러던 중 월령의 방에서 발견되는 연애편지와 상류층의 치장품은 그녀의 의심을 확신시켜 준다. 반면 사건에 다가갈 수록 천령을 제지하려는 희빈전 심 상궁은 그녀를 감금하면서 까지 입을 다물것을 종용하는데 한정된 공간에서의 욕망이란 빠져나갈 곳 없는 피바람임은  불 보듯 뻔한 이야기였다.  

 

영화의 내용은 등장인물 들의 욕심이 겉으로 드러나는 시점 부터 욕망의 위험을 체감시키기 위해 초자연적 현상을 택한다. 죽은 월령으로부터 훔친 작은 노리개부터 시작해 궁궐이라는 특수성에서 행해지는 권력의 씨앗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에 이르기 까지 천령은 사실을 파고 들지만, 다른 이들이 만든 욕망의 결과물은 보기 흉한 한(恨)을 통해 또 다른 참담한 사실(?)을 만들어 낼 뿐이었다. 영화 내내 계속해서 강조하는 엄격한 규율 속에서 쥐부리글려 의식을 보던 한 궁녀는 &#-9;이건 미친짓이야! 날 내보내줘&#-9;라고 외치며 오열한다. 그녀가 본 것은 누군가의 욕망이 생산해 낸 결과물을 보고 있던 것 뿐이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영화 &#-9;혈의 누&#-9;와 비슷한 느낌이다. 양심을 팔아먹은 동화도 주민들과는 다르지만 한정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한 인간의 恨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그런 생각을 했을 뿐이다. 여자 감독이 만든 영화라서 그런지 여자들의 질투와 욕망은 잘 표현했다. 하지만 조금 사실적인 타이트함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9;혈의 누&#-9;가 영화 말미에 상징적인 피비(雨)를 내리기 전까지 취했던 스릴러로써의 긴장감이 &#-9;궁녀&#-9;는 다소 부족했다.

 

마지막으로 여자들에 의한 영화라서 그런지, 여기 등장하는 남자는 왕이고, 왕족이고 하자있으며, 다른 영화에서 등장하는 그 흔한 조력자 하나 천령에게 붙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천령이 모든 일을 함구하며 궁녀의 규율에 대해 되뇌인건 그녀가 어의녀라는 권력에 수긍한 걸까?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