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 - #318

강재진2008.07.04
조회121
사랑을 말하다 - #318

 

 

- 나 진짜 바본가봐. 또 사고쳤어.

 

가방을 아무렇게나 내려놓더니 그녀는 털썩 소파위로 몸을 던지듯 주저앉습니다.

진심으로 속상한 얼굴.

 

- 너 또 회사에서 사고쳤구나, 맞지? 맞지?

야, 야, 어.. 진짠가 보네.

 

남자 딴엔 농담이었는데 그 말에 여자의 얼굴은 더 어두워집니다.

'누구나 나를 사고뭉치로 생각하는구나.' 하는 표정.

그러더니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 듣지 마라고 하는 말인지 중얼중얼 거리기를,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진짜 과장말대로 시집이나 가야 되나..'

 

- 아깐 그런 소리 듣는데 눈물도 안 나더라.

 

하긴 시집은 아무나 가냐.

나는 밥도 못한다. 내 자신이 싫다.

평소와는 너무 다른 그녀의 모습에 머리 회전이 딱 멎어버린 남자.

기껏 한다는 말이,

 

- 왜, 너 예쁘잖아.

 

하지만 그런 얄팍한 위로가 통할 때가 아니었죠.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됩니다.

 

나도 눈 달려서 내 얼굴 보고 산다는 둥,

너도 내가 안 예뻐서 나 사귈까 말까 고민하지 않았냐는 둥,

넌 이렇게 바보같은 내가 뭐가 좋냐는 둥,

 

늘 넘친다 싶을만큼 전투적이고 똑부러지는 그녀가

이렇게 못난 소리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오늘 뭔가 큰일이 있었다는 말.

끝내는 탁자에 엎드려버린 그녀가 볼수록 마음 아픈 남자.

한참을 생각한 끝에 말을 찾아내고 입을 땝니다.

 

- 너 그런 말 알어? 어떤 책에 나오는 건데..

지금 내 얼굴은 전생에 제일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이래.

나는 전생에 나처럼 생긴 사람을 사랑했고 너는 너처럼 생긴 사람을 사랑했단 말이지..

 

여전히 탁자에 엎드려 있는 여자의 머리카락을 살작 쓰다듬으며

남자는 이야기를 계속 합니다.

 

- 그러니깐 나는, 어.. 다음 생에 태어나면 너처럼 생긴 사람으로 태어나겠지,

중..중요한 건 내가 그 책을 읽은 다음에 너를 만났다는 거야.

니 얼굴이 정말 못 생겼다고 생각했으면 내가 너를 사랑했겠냐? 안그래?

 

그 말에 엎드려 있던 그녀가 부스스 고개를 듭니다.

눈가에는 눈물 자국이 질질 남아있는 그녀.

그래놓고는 훌쩍거리며 한다는 말.

 

- 몸매 얘긴 왜 빼고 그래. 훌쩍..

 

나는 가끔 내가 싫지만

그대가 이런 나를 자주 좋아하니 나도 내가 조금 더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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