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omy Sunday -1

강승규2008.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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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을 기다린 복수의 순간, 그곳 자보 레스토랑에서 한스는 글루미 선데이를 듣다가 심장마비로 숨진다. 피아노 위에 놓여진 흑백사진 하나. 일로나, 그 옛날 한스가 보내주었던 사진 위로 그 시절의 아름다웠던 일로나의 얼굴이 겹쳐진다.

 

그 때, 네 명이 자보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노련한 사업가이면서 마음이 따뜻한 레스토랑 주인 라즐로와 그의 4년의 연인인 아름다운 일로나,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존심 강한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그리고 국제적인 사업가를 꿈꾸는 독일인 청년 한스.

이들은 일로나를 중심으로 사랑과 우정과 배신과 복수의 서사극을 이끌게 된다.

 

헝가리가 2차 대전에서 독일의 편이 되어 참전하게 되는 1941년 전 후의 암울한 감성의 두나강, 세체니 다리 위로 우울한 일요일의 멜로디가 퍼지고 사랑도 의미를 잃은 전쟁의 한 복판에 내 던져진 네 사람의 운명은 이성으로 제어되지 못하는 시대의 도도한 물결에 휩쓸려간다.

기묘한 동거를 계속하는 안드라스와 라즐로와 일로나, 질투와 갈등 그리고 사랑과 우정의 아슬아슬한 균형 사이에 안드라스는 음악적으로 큰 성공을 한다. 그가 작곡한 글루미 선데이는 유럽은 물론 미국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되지만 그의 음악은 자살을 시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죽음의 길을 동행하는 치명적인 유혹이되고 안드라스는 괴로워한다. 

 그의 연주를 들으려 예약이 쇄도하고 자보 레스토랑은 날로 번창한다. 그러나 전쟁은 이들의 운명을 엇갈리게 한다. 독인군 대령으로 참전한 한스의 굴욕적인 태도로 인해 안드라스가 자살하고…

 

 

 

영화는 세  개의 레이어로 중첩되어있다.

감독이 DVD Special Feature에서 밝혔듯 이 영화는 음악 영화이면서 4명의 사랑과 복수의 드라마가 이층의 레이어를 구성하고 그 위에 전쟁의 광풍 속에 매몰되면서 벌어지는 이념과 민족의 비극을 엮어 놓았다.  

 

음악을 바탕으로 원곡의 작곡가인 르쉐 세레쉬의 일생을 쫓아 가면서 슬프고 이상한 사랑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전개해 나간다.

 

그러나 혼란하고 어두웠던 전쟁의 역사는 미묘하게 변주해 버렸다. 순수했던 청년 사업가 한스는 교활하면서도 지독하고 단순한 독일 군인의 전형적인 형태로, 라즐로는 우정과 사랑으로 포장된 치밀하고 안정 지향적이면서 저항을 모르는 유태인의 전형으로 묘사하였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 점은 일로나의 캐릭터로 청순해 보이는 큰 눈망울 뒤로 욕망을 불태우고 라즐로를 분노하게 하면서도 이야기의 중심에서 안드라스를 사랑하고 라즐로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마지막에 복수를 완성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데 미워할 수 없는 그녀의 아름다움은 전쟁에 참가하여 2차 대전의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 헝가리의 범죄를 교묘하게 희석하고 있다.    

단순하고 직선적인 인물 설정과 헝가리를 전쟁의 피해국처럼 그린 이야기는, 몰입을 방해하고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지루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 아래 이처럼 아름다운 두나강의 세체니 다리에서 그녀의 일부분이라도 소유하고 싶었던 안드라스와 라즐로의 슬프고 아름다우며 기묘한 사랑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암담했던 시대의 어두운 발걸음, 다리 아래 흘러가는 물결을 보며 눈물에 젖어오는 감성이 절망을 바탕으로 한다면 그 누군들 마지막 생의 동반자로 글루미 선데이를 선택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