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 끝방

이동우2008.07.07
조회162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추억을 간직한 공간이 있다.

누구에게나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즐거운 추억들이 있다면, 외로운 기억을 담뿍 담은 아련한 추억들도 있을 것이다.

그 공간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마음의 방 속에 우리는

어떤 남모를 외로운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가.
 
연극 [끝방](연출 이재준)은 우리들의 독백같은 이야기다.

주인공 선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등장인물들과의 아련한

추억 이야기가 수묵화처럼 담담하게 펼쳐진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선호는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모시고 요양원을 찾는다. 어머니가 세상의 힘든 일을 피하고자

미친 척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선호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는 어머니에게  끝방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선호가 유치원 다닐 적 시절로의 회상으로 극이 전개된다.  
 
1980년대 부산의 한 주택가, 단 둘이서 근근이 살아가는 선호모자는 끝방을 월세로 내놓고, 훗날 선호의 추억상자 속

보물이 될 여러 사람들이 그곳을 거쳐 간다.
 
선호의 어릴 적 생활영역이자, 마음속에 자리 잡은 쓸쓸한 추억의 공간을 뜻하기도 하는 ‘끝방’, 이곳에 머물다 떠나는

사람들은 모두 마음 깊은 곳에 상처와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이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결핍을

채워주려 한 선호의 추억들은 그에게 있어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어린 선호는 밤마다 요정 옷을 입고 학교에 가는

순옥 누나에게 구성진 노래와 함께 따뜻한 마음을,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미주이모에게서는

공감하는 마음과 사랑에 솔직해 지는 법을 배운다.
 
다리가 불편한 지훈 형과 함께 한 추억은 선호가 남의 아픔을 나눌 수 있도록 만든다. 툭하면 바람을 피우고 집을 나가는 아버지에게마저 그는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을 배운다. 
 
이렇게 선호에게 있어 ‘끝방’이라는 공간, 그리고 그 속에 살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을 만들어 준 소중한 존재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들의 성장기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이 작품은 예쁘고 아기자기한 무대보다는, 종이상자들로 채워진 다소 상징적인 무대를 택했다. 끝방에 새로이 머물게 될 등장인물들이 이사 올 때마다 들고 오는 상자들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사람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변하는 작은 무대세트 '끝방'의 모습은  큰 변화 없이도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극 중 흐르는 음악들 역시 애잔하고 애틋한 추억의 향기를 잔잔하게 전하고 있다. 어릴 적 흥얼거리곤 했던 동요들과 귀에 익은 포크송들이 관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인생이란 게 힘들고 부끄러운 일들로만 가득한 것"이라는 극중 선호 엄마의 말처럼, 연극 [끝방]은 상처투성이 인생 속에서 어떤 외로움을 간직하고 있을지 모르는 관객들에게 잠시 쉬었다 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제 죽을 것 같이 힘들었던 일도 며칠 지나면 아무 일 아닌 듯 느껴질 때가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은 결국 ‘지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의 마음 속 추억 상자에 또 다른 추억 하나로 남을 수 있는 연극 [끝방]. 항상 곁에 있기에 알아차리지 못했던

우리 주변의 소중한 '행복'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끝방]
극작: 김효진
연출: 이재준
출연: 우지순, 진선규, 이희준, 이용헌, 정선아, 박보경, 박민정, 조현식
공연기간: 2008.6.24 ~ 7.20
공연장소: 대학로 나온씨어터
관람료: 2만원
문의: 02-3675-3677

 

(문화전문 인터넷 일간지 뉴스컬쳐)

 

---------------------------------------------------------

 

 문화생활이라곤 영화뿐이었다. 2년전쯤 연극을 추천하던 한 동생의 말도 그냥 흘려넘겼을 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처럼의 기회가 발길을 혜화로 이끌었다. 구석구석 찾아갔던 그 곳은 극장과는 다르게 매우 협소한 장소에 매우 협소한 좌석들이었다. 그렇지만 관객과 바로 마주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무대 .. 다시 말해 비교할 만한 장단점을 두루 갖춘 그런 곳이었다. 아니 다르게 말하면 기존 영화관과는 다른 새로움과 직면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곳이었다.

 

 내 인생 최초의 연극인 은 그 첫 출발에 있어서 감동과 감탄으로 시작하게끔 만들어준 그런 연극이었다. 배우 한명 한 명의 맛깔스런 연기와 연극의 내용이 가져오는 감동.

 

 이 연극은 어려웠던 시절이 한번쯤 있을법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다가온다. 그 삶이 다소 평범할 수 있는 어려운 생활이란 소재일지 모르나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더욱 공감대를 형성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그런 소재를 더욱 재밌고 빛나게끔 만들어준다.

 

 이야기가 끝나고 한 가족이 모여 울려내는 이란 노래는 관객 한명한명에게 이야기와 맞물린 자신들의 추억에 젖게 만들어주고 옆에서 계속 훌쩍거리던 나이 있으신 중년의 어느 어머님께는 짙은 감동 또한 안겨준 그런 연극이었다. 

 

 삶을 되짚어보고 삶을 곱씹어보고 삶을 상상해보고 삶을 더욱 사랑하게끔 만들어준 그런 연극. 시간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혜화로 가서 이란 연극을 통해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80년대의 끝방을 느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