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결정타가 필요하다. 특히 지지부진한 관계에서 뭔가 계기를 만들어야 할 때가 가장 요긴하게 이용되는 것이 바로 술이다. 하지만 감정 조절에 실패해버리면 생각지 못한 상황으로 흐를 수도 있다. 끝을 볼 수 있다는 위험을 동반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 질러보고픈 음주 연애 스토리를 네 명의 애주가들이 리얼하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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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어느 날 LP판이 가득한 홍대앞의 어느 술집. 애주가들만 안다는 이 술집에 네 명의 주당들이 모였다. 이들로 말할 것 같으면 오후 2시부터 마시기 시작해 새벽까지 가고도 다음날 짬뽕국물에 해장술을 마실 수 있는 내공의 소유자들이니 술과 얽힌 러브 스토리가 산전수전 공중전을 넘고도 남았다. 떠들썩한 수다를 위해 소주 한잔으로 몸을 풀 무렵 낯익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래 나 취했는지도 몰라~ 실수인지도 몰라~’ hosi 뭐야! 여기 원래 이런 노래 안 틀어주는데… 옛날 노래만 틀어주잖아. moon2 내가 아까 신청했다. 이런 노래가 흘러야 분위기 좀 잡히지 않겠냐. le ciel 센스 있다 야. 근데 이 노랜 너무 착해. 너무 감성적 이신 거지. moon2 아냐, 이 노래가 은근 사고치게 해.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할 쓸데없는 용기를 주거든. 내가 예전에 술집에서 이 노래 듣다가 좋아하던 애한테 전화해서 온갖 폼 잡고 고백했다가 깔끔하게 차였잖냐. y9999 아니, 그 자리에서 거절한 거야? moon2 그랬지. 근데 문제는 나한테 있었어. 처음에는 노래처럼 차분히 아름답게 풀어갔는데 말야. 그 자식이 나한테 조금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보자고 한 거야. 너무 갑작스럽다고. 내가 술을 안 먹었으면 그런 말이 하나도 안 섭섭했을 텐데 술을 먹고 나니까 꼭 그 말이 거절의 뜻으로 느껴지고 그 자식한테 너무 섭섭한 거 있지. 그래서 막 따졌지. 내가 이렇게 고백했다고 네가 나를 우습게 보는 거냐, 뭐 이런 식으로. 상대방은 황당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생각해봐, 걔는 자다가 웬 날벼락이냐고. 결국 나 혼자 생쇼하고 다음날 머리 쥐어뜯고 며칠 운 다음에 끝냈어. 오다가다 그 사람과 마주치면 그렇게 쪽팔릴 수가 없더라. le ciel 남자 쪽에서는 연락 없고? moon2 응. 걘 날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나봐. 별 말이 없더라고. 그래서 더 비참해졌지. 근데 그런 아쉬움은 있어. 내가 만일 그때 술 먹고 지르지 않고 조금 더 차분히 그에게 다가갔다면 우린 잘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y9999 술 먹고 고백하거나 사고 치는 것도 타이밍이야. 특히 사고 치는 건 완전히 극과 극의 결과를 낳거든. 결혼하거나 아님 헤픈 여자로 낙인찍히거나. hosi 내가 결혼까지 가게 된 대표적인 케이스지. le ciel 우와 정말? 어떻게 된 거야? hosi 친구 결혼식 피로연 때 지금 사귀는 오빠를 만났는데(그녀는 10월 결혼 예정이다) 나는 신부측 친구, 오빠는 신랑측 친구였어. 피로연 때 원래 술 많이 먹잖아. 술이 좀 들어가니까 이상하게 처음 본 사람인데도 오빠랑 죽이 잘 맞는 거야. 나중에는 둘이서 양측 친구들 모아놓고 사회까지 봤지. 지금 생각해도 가관이었어. 난 오빠가 마음에 없었기 때문에 정말 편하게 막 놀았어. 근데 오빠는 나한테 계속해서 관심이 있었다고 하더라고. 웬일이야. 술 먹으니까 내 하이에나 같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거야. 그동안 너무 많이 굶었잖니. 그런 얘기 들으니까 왠지 이 사람, 괜찮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피로연 자리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부리나케 모텔로 들어갔지. 그리고 술김에 뜨거운 밤을 보냈고. moon2 다음날 어땠어? hosi 당연히 난 후회했지. 근데 오빤 아니었나봐. 그 뒤로 꾸준히 나한테 연락하고 더 잘해주더라고. 사실 그런 부분에 감동 먹기도 했어. le ciel 너흰 정말 잘 만난 경우고… 나도 술 먹고 사고 친 적 있는데 그 남자가 다음날 소문내고 다녀서 완전히 피 본 적 있잖아. 그때 결심했지. 다시는 술김에 자지 않겠다고. y9999 왜 술 먹으면 꼭 이상한 기류가 오가는 사람들이 있잖아. hosi 그렇지! 그때 밀고 당기기를 잘해야 그 사람을 잡을 수 있어. 마음에 있다면 말야. le ciel 그 말고 당기기란 게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hosi 음… 내 친구 중에도 그걸 그렇게 잘하는 애가 있는데 말야. 술만 마시면 좀 괜찮은 남자한테 눈웃음을 그렇게 치는 거야. 그리고 관심 있는 척 말 걸고 약간의 스킨십까지… 오버하지 않는 한도에서 여자들이 그러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얘가 나한테 관심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은근히 기대하게 되거든. 그러면서 남자 쪽에서도 자연스럽게 다가오면 그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뒤로 싹 빠지는 거지. 갈 듯 안 갈 듯… 술자리에서 몇 번 그렇게 하니까 걔한테 안 넘어가는 남자가 없더라. 참 이상한 게 여자들은 다 보이는데 남자들은 그 여우짓이 하나도 안 보인대…. le ciel 술 먹고 꼭 헤어지자고 하는 사람도 있어. 평소에는 말도 못 하다가 술만 먹으면 헤어지자고 울고불고 난리치지. y9999 이실직고한다. 내가 얼마 전에 그랬다가 완전 망신만 당했잖냐. 난 이상하게 술만 먹으면 감정이 극단적으로 변하더라고. 낮부터 남자친구가 좀 맘에 안 들었는데 만나서 술을 마시다 보니까 점점 극단으로 치닫더니 왠지 드라마 같은 상황을 만들어보고 싶은 거야. 그래서 냅다 헤어지자고 했지. 근데 사실 난 걔가 잡을 줄 알고 용감하게 지른 거거든. hosi 안 잡았구나!!! y9999 응. ㅜㅜ 속으론 너무 당황했는데 한편으로는 너무 괘씸한 거야. 날 데려다주는데 한마디도 안 하더라고. 집 앞에 왔는데 말없이 담배 한 대를 피우더니 “잘 살아라.” 이러는 거야. 이거 완전히 잘못됐다 싶었지. 근데 어떻게 해. 잡을 수도 없고 그날은 그렇게 보냈는데 다음날 새벽에 눈이 번쩍 뜨이는 거야. 뭔 짓을 한 건가 싶기도 하고. 하루종일 전전긍긍이었어. 진짜 연락도 없고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친구가 남자친구한테 전화해서 진짜 헤어질 거냐고 떠봤나봐. 그랬더니 정말 그럴 거라고 했대. 난 안 되겠다 싶어서 남자친구를 만나 역시 술 한잔 한 다음 정말 비굴하게 이렇게 말했어. “저기… 사실은 내가 그날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것 같아.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남자친구가 나중에 그러는데 내 버릇 고치려고 일부러 그랬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내 모양새가 얼마나 웃겼겠어. 헤어지자 그랬다가 다시 매달리고… 술 먹고 아무 말이나 내뱉지 말자고 굳게 결심했는데 내 버릇 고치려고 했다는 말에 술 먹고 또 헤어지자고 했어. 하하하. le ciel 못 말려. 하하하, 그래서 헤어졌어? y9999 아니, 이제 그런 말이 씨알도 안 먹혀. 내 참 진짜 헤어지고 싶어서 말해도 이젠 코웃음만 칠 판이라니까. moon2 그러니까 정말 중요한 말은 술 먹고 하면 안 되는 것 같아. 진실이 왜곡되는 수도 있거든. 말하는 사람도 왜곡되게 표현하는 경우도 많고. 술 먹으면 완전히 달라지는 커플도 있어. 평소에는 완전 닭살 커플인데 술만 들어가면 과격하게 싸우거나, 완전 무뚝뚝한 커플인데 세상에서 그런 다정한 커플은 없을 것같이 행동하거나…. le ciel 맞아. 진짜 웃긴 게 평소에는 여자가 남자를 꽉 잡는데 술만 먹으면 판세가 달라지는 거야. 평소에는 털털하던 그녀가 술만 마시면 세상에서 가장 여성스럽고 살가운 여자가 되는 거지. 그러면 남자는 기세등등해지고 술자리에서는 그렇게 큰소리 떵떵 치고 기를 편대. 다음날에는 또 깨갱 하고. hosi 하하하. 그건 왠지 서로 평소에 표출하지 못했던 부분을 표출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은데? y9999 그래. 이런 건 나쁠 게 없지. 근데 진짜 막말하는 사람도 있어. 나 옛날에 사귀었던 남자가 술만 먹으면 그렇게 입에 쌍욕을 달고 사는 거야. 더 큰 문제는 본인이 왜 그러는지도 모르고 기억도 못 한다는 거. 무서워서 헤어졌어. le ciel 술자리에서 가장 치명적인 관계는 아무래도 삼각관계 아닐까? 그 오묘하게 오가는 기류들. 그러다가 한 명은 뛰쳐나가서 울고 두 명은 오히려 마음 맞아 연결되고…. hosi 우우~ 남겨진 여자는 슬퍼~. y9999 남자가 될 수도 있지. 난 헤어진 후에 술 먹고 진상 떠는 것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었는데 정말 안 좋은 이미지로 마지막을 장식하면 너무 속상하잖아. hosi 근데 그놈의 술이 웬수라고 꼭 마시면 하고 싶은 말이 그렇게 많아져요. 이런 경우도 있었어.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한 건데 술 마시니까 너무 보고 싶은 거야. 후회도 되고. 그래서 전화해서 다시 사귀자고 하고 다음날 후회하고 연락 끊어버리고… 또 술 마시고 전화해서 다시 시작하자고 하고…. le ciel 또 쌩까고? y9999 하하하. 그건 좀 너무했다. 그 남자 열 좀 받았겠다. hosi 똑같이 복수하더라고. 암튼 술은 연애에 관한 한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어떤 방향으로 치닫든…. le ciel 주사도 여우 같은 애들이 잘 부리는 거야. 기술이 필요해. y9999 술의 용기를 빌려 용감하게 나아가자! 대신 오버는 금물. hosi 다음날 비굴해지지들 마시고… 적당히 마시고 사랑의 묘약으로 활용하시길. 우리도 좀 적당히 먹고 남자 꼬드기러 가볼까? 모두 하하하.
솔직한 취중 토크로 술자리 분위기를 업시켜준 사람들 hosi(회사원) moon2(프리랜서 기자) le ciel(영화 스틸 작가) y9999(스타일리스트)
음주연애,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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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어느 날 LP판이 가득한 홍대앞의 어느 술집. 애주가들만 안다는 이 술집에 네 명의 주당들이 모였다. 이들로 말할 것 같으면 오후 2시부터 마시기 시작해 새벽까지 가고도 다음날 짬뽕국물에 해장술을 마실 수 있는 내공의 소유자들이니 술과 얽힌 러브 스토리가 산전수전 공중전을 넘고도 남았다. 떠들썩한 수다를 위해 소주 한잔으로 몸을 풀 무렵 낯익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래 나 취했는지도 몰라~ 실수인지도 몰라~’
hosi 뭐야! 여기 원래 이런 노래 안 틀어주는데… 옛날 노래만 틀어주잖아.
moon2 내가 아까 신청했다. 이런 노래가 흘러야 분위기 좀 잡히지 않겠냐.
le ciel 센스 있다 야. 근데 이 노랜 너무 착해. 너무 감성적 이신 거지.
moon2 아냐, 이 노래가 은근 사고치게 해.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할 쓸데없는 용기를 주거든. 내가 예전에 술집에서 이 노래 듣다가 좋아하던 애한테 전화해서 온갖 폼 잡고 고백했다가 깔끔하게 차였잖냐.
y9999 아니, 그 자리에서 거절한 거야?
moon2 그랬지. 근데 문제는 나한테 있었어. 처음에는 노래처럼 차분히 아름답게 풀어갔는데 말야. 그 자식이 나한테 조금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보자고 한 거야. 너무 갑작스럽다고. 내가 술을 안 먹었으면 그런 말이 하나도 안 섭섭했을 텐데 술을 먹고 나니까 꼭 그 말이 거절의 뜻으로 느껴지고 그 자식한테 너무 섭섭한 거 있지. 그래서 막 따졌지. 내가 이렇게 고백했다고 네가 나를 우습게 보는 거냐, 뭐 이런 식으로. 상대방은 황당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생각해봐, 걔는 자다가 웬 날벼락이냐고. 결국 나 혼자 생쇼하고 다음날 머리 쥐어뜯고 며칠 운 다음에 끝냈어. 오다가다 그 사람과 마주치면 그렇게 쪽팔릴 수가 없더라.
le ciel 남자 쪽에서는 연락 없고?
moon2 응. 걘 날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나봐. 별 말이 없더라고. 그래서 더 비참해졌지. 근데 그런 아쉬움은 있어. 내가 만일 그때 술 먹고 지르지 않고 조금 더 차분히 그에게 다가갔다면 우린 잘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y9999 술 먹고 고백하거나 사고 치는 것도 타이밍이야. 특히 사고 치는 건 완전히 극과 극의 결과를 낳거든. 결혼하거나 아님 헤픈 여자로 낙인찍히거나.
hosi 내가 결혼까지 가게 된 대표적인 케이스지.
le ciel 우와 정말? 어떻게 된 거야?
hosi 친구 결혼식 피로연 때 지금 사귀는 오빠를 만났는데(그녀는 10월 결혼 예정이다) 나는 신부측 친구, 오빠는 신랑측 친구였어. 피로연 때 원래 술 많이 먹잖아. 술이 좀 들어가니까 이상하게 처음 본 사람인데도 오빠랑 죽이 잘 맞는 거야. 나중에는 둘이서 양측 친구들 모아놓고 사회까지 봤지. 지금 생각해도 가관이었어. 난 오빠가 마음에 없었기 때문에 정말 편하게 막 놀았어. 근데 오빠는 나한테 계속해서 관심이 있었다고 하더라고. 웬일이야. 술 먹으니까 내 하이에나 같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거야. 그동안 너무 많이 굶었잖니. 그런 얘기 들으니까 왠지 이 사람, 괜찮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피로연 자리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부리나케 모텔로 들어갔지. 그리고 술김에 뜨거운 밤을 보냈고.
moon2 다음날 어땠어?
hosi 당연히 난 후회했지. 근데 오빤 아니었나봐. 그 뒤로 꾸준히 나한테 연락하고 더 잘해주더라고. 사실 그런 부분에 감동 먹기도 했어.
le ciel 너흰 정말 잘 만난 경우고… 나도 술 먹고 사고 친 적 있는데 그 남자가 다음날 소문내고 다녀서 완전히 피 본 적 있잖아. 그때 결심했지. 다시는 술김에 자지 않겠다고.
y9999 왜 술 먹으면 꼭 이상한 기류가 오가는 사람들이 있잖아.
hosi 그렇지! 그때 밀고 당기기를 잘해야 그 사람을 잡을 수 있어. 마음에 있다면 말야.
le ciel 그 말고 당기기란 게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hosi 음… 내 친구 중에도 그걸 그렇게 잘하는 애가 있는데 말야. 술만 마시면 좀 괜찮은 남자한테 눈웃음을 그렇게 치는 거야. 그리고 관심 있는 척 말 걸고 약간의 스킨십까지… 오버하지 않는 한도에서 여자들이 그러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얘가 나한테 관심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은근히 기대하게 되거든. 그러면서 남자 쪽에서도 자연스럽게 다가오면 그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뒤로 싹 빠지는 거지. 갈 듯 안 갈 듯… 술자리에서 몇 번 그렇게 하니까 걔한테 안 넘어가는 남자가 없더라. 참 이상한 게 여자들은 다 보이는데 남자들은 그 여우짓이 하나도 안 보인대….
le ciel 술 먹고 꼭 헤어지자고 하는 사람도 있어. 평소에는 말도 못 하다가 술만 먹으면 헤어지자고 울고불고 난리치지.
y9999 이실직고한다. 내가 얼마 전에 그랬다가 완전 망신만 당했잖냐. 난 이상하게 술만 먹으면 감정이 극단적으로 변하더라고. 낮부터 남자친구가 좀 맘에 안 들었는데 만나서 술을 마시다 보니까 점점 극단으로 치닫더니 왠지 드라마 같은 상황을 만들어보고 싶은 거야. 그래서 냅다 헤어지자고 했지. 근데 사실 난 걔가 잡을 줄 알고 용감하게 지른 거거든.
hosi 안 잡았구나!!!
y9999 응. ㅜㅜ 속으론 너무 당황했는데 한편으로는 너무 괘씸한 거야. 날 데려다주는데 한마디도 안 하더라고. 집 앞에 왔는데 말없이 담배 한 대를 피우더니 “잘 살아라.” 이러는 거야. 이거 완전히 잘못됐다 싶었지. 근데 어떻게 해. 잡을 수도 없고 그날은 그렇게 보냈는데 다음날 새벽에 눈이 번쩍 뜨이는 거야. 뭔 짓을 한 건가 싶기도 하고. 하루종일 전전긍긍이었어. 진짜 연락도 없고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친구가 남자친구한테 전화해서 진짜 헤어질 거냐고 떠봤나봐. 그랬더니 정말 그럴 거라고 했대. 난 안 되겠다 싶어서 남자친구를 만나 역시 술 한잔 한 다음 정말 비굴하게 이렇게 말했어. “저기… 사실은 내가 그날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것 같아.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남자친구가 나중에 그러는데 내 버릇 고치려고 일부러 그랬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내 모양새가 얼마나 웃겼겠어. 헤어지자 그랬다가 다시 매달리고… 술 먹고 아무 말이나 내뱉지 말자고 굳게 결심했는데 내 버릇 고치려고 했다는 말에 술 먹고 또 헤어지자고 했어. 하하하.
le ciel 못 말려. 하하하, 그래서 헤어졌어?
y9999 아니, 이제 그런 말이 씨알도 안 먹혀. 내 참 진짜 헤어지고 싶어서 말해도 이젠 코웃음만 칠 판이라니까.
moon2 그러니까 정말 중요한 말은 술 먹고 하면 안 되는 것 같아. 진실이 왜곡되는 수도 있거든. 말하는 사람도 왜곡되게 표현하는 경우도 많고.
술 먹으면 완전히 달라지는 커플도 있어. 평소에는 완전 닭살 커플인데 술만 들어가면 과격하게 싸우거나, 완전 무뚝뚝한 커플인데 세상에서 그런 다정한 커플은 없을 것같이 행동하거나….
le ciel 맞아. 진짜 웃긴 게 평소에는 여자가 남자를 꽉 잡는데 술만 먹으면 판세가 달라지는 거야. 평소에는 털털하던 그녀가 술만 마시면 세상에서 가장 여성스럽고 살가운 여자가 되는 거지. 그러면 남자는 기세등등해지고 술자리에서는 그렇게 큰소리 떵떵 치고 기를 편대. 다음날에는 또 깨갱 하고.
hosi 하하하. 그건 왠지 서로 평소에 표출하지 못했던 부분을 표출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은데?
y9999 그래. 이런 건 나쁠 게 없지. 근데 진짜 막말하는 사람도 있어. 나 옛날에 사귀었던 남자가 술만 먹으면 그렇게 입에 쌍욕을 달고 사는 거야. 더 큰 문제는 본인이 왜 그러는지도 모르고 기억도 못 한다는 거. 무서워서 헤어졌어.
le ciel 술자리에서 가장 치명적인 관계는 아무래도 삼각관계 아닐까? 그 오묘하게 오가는 기류들. 그러다가 한 명은 뛰쳐나가서 울고 두 명은 오히려 마음 맞아 연결되고….
hosi 우우~ 남겨진 여자는 슬퍼~.
y9999 남자가 될 수도 있지. 난 헤어진 후에 술 먹고 진상 떠는 것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었는데 정말 안 좋은 이미지로 마지막을 장식하면 너무 속상하잖아.
hosi 근데 그놈의 술이 웬수라고 꼭 마시면 하고 싶은 말이 그렇게 많아져요. 이런 경우도 있었어.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한 건데 술 마시니까 너무 보고 싶은 거야. 후회도 되고. 그래서 전화해서 다시 사귀자고 하고 다음날 후회하고 연락 끊어버리고… 또 술 마시고 전화해서 다시 시작하자고 하고….
le ciel 또 쌩까고?
y9999 하하하. 그건 좀 너무했다. 그 남자 열 좀 받았겠다.
hosi 똑같이 복수하더라고. 암튼 술은 연애에 관한 한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어떤 방향으로 치닫든….
le ciel 주사도 여우 같은 애들이 잘 부리는 거야. 기술이 필요해.
y9999 술의 용기를 빌려 용감하게 나아가자! 대신 오버는 금물.
hosi 다음날 비굴해지지들 마시고… 적당히 마시고 사랑의 묘약으로 활용하시길. 우리도 좀 적당히 먹고 남자 꼬드기러 가볼까?
모두 하하하. 솔직한 취중 토크로 술자리 분위기를 업시켜준 사람들
hosi(회사원) moon2(프리랜서 기자) le ciel(영화 스틸 작가) y9999(스타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