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끔찍한 SOS

황주영200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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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초등생 집단 성폭력은 누구의 죄인가... 빈곤으로 인한 오랜 방임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다시 가해자로... ㅠ.ㅠ

 

방임되는 어린이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학대와 방임 속에 멍들고 상처입고 납치되고 죽어간 아이들의 이야기가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숱하게 되풀이돼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미동도 않고 있다)...

 

그렇게 '당하기만 하는' 존재였던 방임 아동들이 이젠 '가해자'로 등장하고 있다... 무려 100여명의 초등학생이 각종 성폭력 사건에 얽혀 있는 것으로 드러난 대구의 한 초등학교 사건은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최악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은 부모 없는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집단적으로 음란동영상을 접했으며, 어떤 땐 그 규모가 수십 명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주위 어른들의 무관심과 방임이 아이들에게 음란물을 접하게 만든 텃밭이었던 셈이다... 사건이 발생한 그 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아이들의 방과후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부는 이혼한 가정도 있지만, 70%가량은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이에요. 맞벌이 가정은 저녁 6~7쯤은 돼야 엄마나 아빠가 퇴근하고, 경우에 따라 더 늦기도 하죠. 그런데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학원 두어곳을 다녀와도 시간이 비어요. 4~5시쯤이면 학원은 끝나는데 집에는 아무도 없는거죠. 그때부터 부모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는 비는 시간이고, 그동안 애들이 뭘하는지 어른들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빈곤과 가족해체는 아동을 방임에 빠뜨리는 가장 주요한 환경요인이다...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그동안 안전사고를 당하거나 성폭행/살인과 같은 끔찍한 범죄의 희생양이 돼왔다... 그럴때마다 어른들은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대책이란 것도 범인 검거에 치중했을 뿐... 학교는 성교육과 같은 가치관 교육보다는 입시교육으로 아이들을 내몰았고, 방에 갇힌 아이들은 인터넷에 탐닉해갔다... 결국 아이들은 같은 학교 후배를 상대로 유사 성행위를 강요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상대를 성적으로 괴롭히는 게 얼마나 나쁜 짓인지는 판단하지 못했거나 무시했다... 아이들이 방임의 터널을 지나 결국 가해자의 탈을 쓰고 돌아온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부모와 교사들의 책임은 무시할 수 없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가해학생도 결국 방임이라는 아동학대의 피해자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정화 한국아동심리코치센터 대표는 "성폭력 피해/가해 아동들 모두가 방임에 의한 피해자라는 시각을 어른들이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에 대한 방임은 일종의 아동학대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이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10살 미만의 어린이를 1시간 이상 홀로 집에 방치하기만 해도 그 보호자를 처벌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방임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다... 전체 아동학대 중 방임이 차지하는 비중도 37.1%로 정서학대(10.6%), 신체학대(8.5%)보다 훨씬 높다. 나이대별로는 초등학생들이 가장 크게 방임에 노출 된 것으로 드러났다. 만 7~12살이 전체 방임의 75.6%를 차지했다. 이보다 어린경우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고, 중학생 이상의 경우는 대개 학교와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아이를 함부로 방치한 어른이 사회적으로 처벌을 받는 일은 드물다... 한국의 사법체계는 여전히 방임을 사회문제가 아닌,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아동방임의 주요원인이 빈곤문제라는 사실에 맞딱드리면, 보육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양극화가 심화하고 부모들은 돈벌이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아동 보호를 가정에만 맡길 수는 없게됐다. 그러나 학교를 마친 뒤 부모가 보살필 수 없는 아이들을 대신 돌봐줄 '지역 아동센터'나 '방과후 학교'등 사회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 부천에서 10여 년째 활동하고 있는 강동주 삼산해오름공부방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아동에 관한 문제는 정치권에서 관심을 안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노인복지와 비교를 해봐도, 노인문제는 정책이 나오면 진행이 잘되죠. 그런데 아동문제는 흉악범죄가 나오면 확 끓어올랐다 금방 식어버려요. 아무래도 (노인과 달리) 아이들이 표와 연결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 이번에 끔찍한 일을 저지름으로써 또 한번 어른들에게 'SOS'를 쳤다. 또 쉽게 잊어버리고 만다면 아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다시 자신들의 처지를 사회에 알리게 될까... 무서운 상상이다... ㅠ.ㅠ

 

 

 

- 한겨레21(제709호, 글 전종휘 기자)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