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든놈잡아~~

홍승현2008.07.11
조회61
깃발 든 놈, 촛불 든 놈, 피켓 든 놈 다 연행해!

조금, 어이가 없는 하루였다. 과연 이명박 정부는 뭐를 반성하고 뭐를 잘해보겠다고 했을까, 어쩔 터이니 국민들보고 믿고 따라오라는 걸까?

깃발든놈잡아~~

7월 10일 촛불 집회는 평온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은 교수 단체와 보건의료연합, 문화예술단체들의 성명서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관련기사)

9시 조금 못되어 집회가 끝나고, 시민들이 걸어서 인도로 행진을 했다. 명동성당 근처까지 행진한 사람들은, 위 관련 기사에 따르면 을지로 입구쪽에 아고라 사람들이 포위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을지로 입구쪽으로 내려갔다. 몇몇 사람들이 길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차도를 건너는 순간, 전경들이 뛰어 들어와 시민들을 인도 위로 몰아냈다(솔직히 말해 나는 이때 행진에 참여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집에 가려고 을지로 입구쪽으로 갔다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 -_-;;; 아 놔...).

깃발든놈잡아~~

...실제로는 인도 위까지 올라와서 한 두명씩이 아니면 못 지나가게 막았다. 졸지에 라디오21 팀이랑 같이 전경 뒷편-_-에 고립(?)되어 있는데, 길 건너편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앰뷸런스가 오더니 여성 두 명을 싣고 떠나간다. 그때 경찰에서, '깃발 든 놈, 촛불 든 놈, 피켓 든 놈 다 연행해'라는 소리가 들렸다.

깃발든놈잡아~~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어, 지하도로 돌아서 건너편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왜 시민들보고 '놈, 놈' 하냐고 항의하고 있었다. 조만간 '놈놈놈'이 개봉한다고 해도 말이지...-_-; 조금만 더 있었으면 '저 xx 잡아'란 말 나올 뻔 했다. 뭐랄까, 사람 참 막 대한다는 느낌. 어떤 분의 말대로, '니네 월급이 누구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인데' 말이지...

그렇게 잠시 실랑이가 있다가, 사람들이 조금씩 해산하려는데 미란다 원칙 같은 것을 고지하더니, 경찰이 그런다.

"지금부터, 깃발 든 놈, 촛불 든 놈, 손에 뭐 든 놈 다 잡아!"



그러자 갑자기 의경들이 우르르 덥쳤다. 찍을 때는 누굴 왜 잡는지 몰랐는데, 동영상을 다시 보니 깃발든 사람을 중점적으로 연행하는 것 같았다. 이들은 모두 인도에 있었다. 차도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리고 해산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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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이 연행되고, 잠시 실랑이가 있다가 다시 다들 천천히 걸어서 해산하는 분위기였다. 아직 안쪽에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깃발이 지나가는 것을 보더니 지휘관이 그런다.

"깃발은 안돼, 저 깃발 든 놈 잡아!"

그러자 전경들이 다시 갑자기 들이닥쳤다. 평화롭게 해산하고 있던 사람을, 깃발을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연행한 것이다. 황당... o_o;; 나중에 화면으로 다시 살펴보니, 보건의료단체연합 깃발이었다. 깃발 밑에 달려있는 적십자 마크가 보일거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니, 인도에 있어서 그냥 시민과 촛불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구분되지 않으니까, 확실히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깃발든 사람들만 잡아간 것은 아닐까 추측을 하고 있었다. 뭐랄까, 상황으로보면 지난 경복궁앞에서 사람들을 연행하던 때와 똑같았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때는 전원 연행에 가까웠고, 이번엔 깃발만 찍어놓고 잡아가는 느낌. 거기에 거칠게 항의하는 사람들만.

이제 촛불도 많이 죽었으니, 기가 쎈 놈만 몇 놈 잡아다 가두면 나머지는 찍소리도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걸까. 거기까진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난 을지로 입구에서 아고라팀이 왜 고립됐는 지도 이유를 잘 모른다(당연히 YTN쪽으로 이동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집중 촛불 문화제를 제외하면, 앞으론 일상 곳곳에서 게릴라(?)식으로 움직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해본다. 촛불은 이제 뼛속으로 녹아 흘러야 한다.

깃발든놈잡아~~
▲ 호송버스 앞을 막던 목사님들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찰의 이런 어이없는 강제연행이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에게 놈-놈-놈-해대는 꼴을 보니, 바라보는 나도 어이없어 화가 나더라. 니네가 뭔데 시민들 보고 놈-놈-하냐? 깃발 들고 촛불 들었단 이유로 다 잡아가라고 할 수 있냐? 대체 연행의 기준이 뭐고 원칙이 무엇인가? 유명한 사람들, 정치인들은 잡아가면 말썽되니 건드리지 못하고, 약한 시민들은 깃발 들었다는 이유 하나로 무작정 잡아가도 되는 것일까?

...어이없음을 넘어, 많은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 동일 Ip의 악의적 중복 덧글은 삭제합니다. (08/07/11 01:42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