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형 칼럼] 세번째 오일쇼크

정오균2008.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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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때문에 지구가 비명이다. 치솟은 석유가격이 세계의 경제시스템을 닥치는 대로 때려부수는 양상이다. 주식시장, 항공료, 전기료, 가스료 등을 엉망으로 만들어놨다.

그러나 어떤 문헌도 장차 배럴당 유가가 얼마까지 오른다는 예측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게 미련한 짓이기 때문일 것이다. 8년 전 한 극렬분자 아랍인이 이 정도는 받아야겠다고 값을 제시한 적은 있다. 당시 가격은 배럴당 20달러대였는데 이 사람은 144달러를 불렀다. 오사마 빈 라덴. 터무니없는 호가에 당시 미친놈이라고 했는데 2008년 6월 말 WTI가 143달러를 뚫고 150 고갯길을 숨가쁘게 오르는 중이다.

사우디인들은 말한다. 아버지는 낙타를, 난 자동차를, 아들은 제트기를, 그리고 손자는 도로 낙타를 타고 다닐 거라고…. 석유에 관한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본 사람은 "또 그 소리냐"며 지겨워 할지도 모르겠으나 숨은 코드를 찾아보자.

이 격언 속엔 '이슬람인들이여, 석유가 고갈될 날을 경계하라'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러니 절대로 싸게 팔지 말라, 한꺼번에 파먹지도 말라. 유대인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만나'를 먹고 광야에서 살아남았다면 무함마드의 후예는 알라가 땅속에 묻어둔 '검은 만나'로 떵떵거린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를 비롯한 걸프왕조는 국민에게서 세금을 한 푼도 안 걷는다. 아니 대학 무료교육, 무상 진료, 주택보조금, 장애인과 노인 사회보장, 식량까지 책임져준다. 지구상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챙겨주는 유일한 나라들이다.

전 세계가 숨이 넘어가고 폭동이 나는 데도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태연하기만 한 이유를 알겠는가.

펑펑 쏟아지는 오일달러로 두바이 카타르는 아방궁을 우습게 보는 마천루를 뽑아올린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는 정유시설을 짓기에 여념이 없다. 이번 3차 오일쇼크 때는 원유가 고갈돼도 먹고살 밑천을 반드시 장만하겠다는 결의가 보인다. 그래야 후손이 낙타를 안 타고 계속 제트기를 탈테니까.

석유가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1890년대만 해도 1000만t 정도가 생산됐으며, 그 중 90%는 밤을 밝히는 등불로 썼다. 씻어도 지워지지 않고 끈적끈적 달라붙어 끔찍하기만 한 악마의 검은 물은 그러나 아주 짧은 시일 안에 놀라운 마법을 부리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한 일이 인류에게 마차에서 말을 떼어내 준 일. 바로 자동차다(1885년). 조금 있다가 오토바이, 지프, 트럭, 그리고 바다 위를 석탄 대신 석유로 가는 배가 질주했다. 마침내 비행기가 인간을 중력에서 해방시켰다. 천국이 정의(正義)로 움직인다면 속세는 석유로 움직인다(영국 정치가 어네스트 베빈)는 말이 맞다.

인간은 태어나서 기껏 집 근처 30마일을 어슬렁거리다 죽었는데 석유는 인간을 세계로 연결시켰다.

1차대전 때 영국이 독일을 무찌른 원천은 처칠이 석유로 가는 전함을 한 발 앞서 개발한 공로다. 2차대전의 싸움터 막후에서 전개된 핵심은 유전확보 싸움이었다. 연합군은 전 세계 석유공급량 중 86%를 장악했다(제레미 리프킨 저 '수소혁명').

석유는 에너지 가운데 단연 창공에 빛나는 별이다. 그런데 석유를 가장 많이 땅에 품고 있는 땅은 중동이다. 현재 남아 있는 매장량 가운데 3분의 2가 중동에 있다는 사실을 전문가들은 공감한다. 1970년까지는 미국이 생산량 1위 국가였고 현재는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쌍벽을 이루지만 매장량에선 게임이 안 된다. 사우디아라비아 한 나라가 매장량 중 26%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매장량이 고갈된다고 하고 값이 뜀박질할수록 인류는 중동의 처분을 바랄 수밖에 없으니 한심하다.

석유의 성능을 개발해준 것은 서양이다. 그리고 서양은 과실을 따먹었다. 버려진 땅 중동과 이슬람인에게는 돈을 안겼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되돌릴 수 없는 아이러니다. 서양문명은 석유에 멱살을 단단히 잡혔고 매장량은 이슬람이 70% 가까이 붙들고 있으니까. 결국 십자군전쟁 이후 앙숙인 이슬람이 서양 기독교 문명을 석유라는 수단을 통해 숨통을 조이고 있는 형상. 이슬람은 서방에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설상가상. 톰 프리드먼이 '평평한 세계'에서 지적한 글로벌 이념전쟁이 끝난 후 동유럽 중국 인도를 포함하여 30억명의 인구가 경제개발권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입은 폭발적으로 많아졌고 식량은 제자리란 얘기. 중국은 눈을 뒤집고 아프리카와 세계 오지를 훑고 다닌다. 각 나라는 혈안이 돼 온통 지구를 다시 뒤지고 있다. 파먹다 버린 유전, 바다 밑 수천 m 심해유전, 캐나다 북쪽에 버려진 샌드오일, 유가 25달러 이하에선 경제성이 없다며 들여다보지 않은 모든 구멍을 다시 파보는 중이다.

도대체 석유는 얼마나 남았는가. 언제까지 쓸 수 있나. 그리고 그 이후에 오는 것은?

[출처] 매일경제 200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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