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일족-일본 드라마

임명숙2008.07.12
조회133

인간은 보잘것없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꿈을 좇는 것일지도 모른다.

꿈을 향한 헌신과 열정,

그 뜻을 잃으면 인간의 존재 가치는 사라지는 것이다.

 

원작자 야마자키 토요코가 하고자 하는 말일 것이다.

보잘것없기에 이상을 추구하고, 거기서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는다.

꿈과 희망을 빼앗긴 텟페가 선택할 길은 죽음밖에 없었다.

자신의 애증에 함몰되어 뜻을 잃어버린 만표 다이스케에게는 필연적으로 몰락이 있을 뿐이다.

대재벌 만표 가의 사랑과 오해가 빚은 비극을 그린 드라마 .

가끔 음악이 장면을 압도해 버리는 옥의 티가 있지만,

줄거리, 캐스팅, 화면, 음악, 연기... 어느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명작이다.

상상으로 빚어낸 허구임을 뻔히 알면서도 텟페의 죽음에 흐느껴 울었다.

울고 싶은 데 뺨 친 격이랄까.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개성이 뚜렷이 부각되면서도 나름의 매력을 지닌 배역들이 드라마의 맛을 더한다.

모름지기 영화나 드라마는 눈요기가 되어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강한 사람의 고통과 상처는 더 큰 울림을 불러일으킨다.

만표 다이스케의 고통,

만표 텟페의 절망,

다카스 아이코의 비창,

만표 긴페의 자괴감,

만표 사나에의 비통,

미쿠모의 의분,

만표 야스코의 모멸과 자책,

....

이 모든 비극의 발단은 텟페가 쏙빼닮았다는 만표 케에스케의 실수에서 비롯되었다.

며느리의 욕실에 왜 들어갔으며,

기절한 며느리를 침대에 옮겨 놓고 나서 굳이 아들에게 망발은 왜 했을까?

"귀족 여자의 피부는 부드럽구나!"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할 없는 것일까?

며느리의 피부에 닿아본 소감을 아들에게 표현하다니,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그 후 태어난 텟페.

아버지의 아들일지도 모르는 아들 텟페.

욕실에 들어온 시아버지를 보고 기절했던 야스코는 자신의 결백에 대해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의 크기만큼, 다이스케는 아내도 텟페도 용서할 수 없어 아내를 학대하고, 텟페를 미워했다.

아버지가 자신을 미워하면 미워할수록 더 열심히 꿈을 좇으며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던 텟페는,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아버지의 말에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아버지의 웃음을 보고 싶었다는,

세계적인 제철산업을 이루기 위한 자신의 열정도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소망의 발현이었을 뿐이었다는 텟페의 유서를 읽어야 하는, 그리고 그 아들이 바로 자신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다이스케의 고통이야말로 스스로 자기를 부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아니었을까?

 

역시 비극은 가슴속 응어리를 씻어내는 최고의 비방이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실컷 흐느껴 울고 나니, 답답했던 속이 후련해진다.

 

야마자키 토요코의 작품을 찾아봐야겠다.

기무라 타쿠야(텟페), 키타오오지 킨야(다이스케),

야마모토 코지(긴페), 스즈키 쿄카(이이코) 들의 작품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