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중국문화지도; 베스트셀러 작가 이중톈 교수 인터뷰

이양자2008.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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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중국문화지도; 베스트셀러 작가 이중톈 교수 단독 인터뷰

출판 ‘쾌도난마’ 역사 해석…인문학 대중화 이끈 스타

 

21세기 중국문화지도; 베스트셀러 작가 이중톈 교수 인터뷰

21세기 중국문화지도; 베스트셀러 작가 이중톈 교수 인터뷰 관련핫이슈 21세기 중국문화지도-현대미술

 이중톈(易中天·61) 교수는 위치우위(余秋雨·『중국문화답사기』 저자)·위단(于丹·『논어심득』 저자)과 더불어 중국 인문교양서 시장을 이끄는 트로이카로 꼽힌다.

 

그의 『삼국지강의』(원제:품삼국)는 1·2권 합쳐 중국에서만 600만 부 이상 팔렸다. 2006년과 2007년은 ‘이중톈의 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대중적 스타로 떠오른 그를 지난해 말 베이징 쿤룬(崑崙)호텔에서 어렵사리 만났다.

베이징=김성희 기자



 “정치투쟁은 까놓고 말하자면 인사 이동이며, 권력의 균형이며, 이익의 재분배이고 인간관계의 새로운 조정이다.”(『삼국지강의』 115쪽)

 이 날카로운 현실분석은 정치가나 정치학자의 말이 아니다. 2006년 인세수입만 2000만 위안(약 26억원)으로 중국판 ‘포브스’지 부호 집계에서 47위에 오른 학자의 글이다.

 이중톈 샤먼(廈門)대학교 인문대학원 교수. 크지 않은 몸집에 주름이 가득한 얼굴, 대가의 풍모는 보이지 않는다. 눈빛만 형형할 따름이다. 먼저 인기 비결을 물었다.

 “삼국지 자체가 중국에서 인기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TV강의를 바탕으로 엮은 책이란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말을 아꼈지만 2001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뜬 것은 그가 출연한 2005년 이후다. 초한지를 12회 강연한 뒤 2006년 삼국지를 52회 강연했는데 그야말로 폭발적 인기를 모았다. 8세부터 88세까지, 그리고 학생· 노동자에서 고위 관리까지 다양한 계층이 즐겼다. 그러니 그만의 강의 노하우가 있을 법했다.

 “TV강의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만큼 학교 강의와 달라야 한다. ‘문턱은 낮추되 품격은 높게’하자는 게 본래 의도였다. 이를 위해 ‘심입천출(深入淺出·심오한 내용을 쉽게 소개하자는 뜻)’의 방법을 취하려 노력했다. ”

 명쾌하다. 그리고 실용적이기도 하다.

 “책이 읽혀야 작가의 사상을 전달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독자가 읽지 않으면 아무리 잘 쓴 책이라도 허사다. 그러려면 독자가 찾도록 해야 한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라. 영화 ‘엽기적 그녀’는 스토리가 재미있고 배우 전지현이 예쁘니까 중국인들이 자꾸 보는 것 아니냐. 작가는 자기 책이 독자들에게 많이 읽힐지 관심을 가져야 하고 또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겉모양만 바꿔서야 약장수는 몰라도 명강사가 될 수는 없겠다. 실제 그의 『삼국지강의』는 깊이와 재미를 갖췄다는 평이다. ‘배송지 주’나 ‘후한서’ ‘자치통감’ ‘화양국지(華陽國志)’ 등 풍부한 사료는 물론 뤼쓰몐(呂思勉)·주웨이정(朱維錚) 등 근현대 사학자의 연구를 반영해 소설 삼국지의 오류를 지적하고 독특한 해석을 피력한다.

 

또 소동파·루쉰(魯迅) 같은 문인들의 글을 적절히 활용해 읽는 맛을 더했다. ‘역사와 문학의 행복한 만남’이라 할까. 여기에 ‘대량살상무기’(조조가 관도대전에서 사용한 투석기)며 ‘하루 종일 파티를 열고 술집에 죽치고 앉아 술을 마시며 컴퓨터게임이나 한 꼴’(동탁 정벌을 위한 관동군에 참여한 제후들 행태) 등 요즘 사람들 피부에 와닿는 표현은 강좌 내용을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한다.

 『삼국지강의』의 출판권은 “막상 책을 내려니 출판계 친구들끼리 의를 상할까 싶어” 2006년 공개입찰에 부쳤는데 35개 출판사가 참여했단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예약 판매만 60만 부였고, 서점 주변엔 책을 사려는 사람들이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뤘다. ‘정품삼국’ ‘도품삼국’ 등 유사서도 쏟아졌다. 인터넷 팬클럽이 생겼고 그의 블로그는 방문객으로 북적거린다.

 대중적 스타가 된 후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돈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싫은 일은 안 해도 되니까. 예를 들어 9년 전 돌아가신 은사 후궈루이(胡國瑞) 교수의 이름을 딴 장학금을 대학원에 만들었다.”

 하지만 좋기만 한 것은 아니란다.

 “사람들이 알아보니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어서 답답하기도 하다. 친구와 식사를 하면 20분 뒤 그 메뉴가 인터넷에 오를 정도다. 전화번호가 공개됐을 적에는 독자전화가 빗발쳤는데 일자리나 남자친구 소개를 부탁하는 것도 있었다.”

 대중들의 인기는 그렇다 쳐도 학계의 반응은 어떨까.

 “찬반 의견이 있기 마련이다. 흥미로운 것은 푸단(復旦)대학교의 판수즈(樊樹志)·거젠슝(葛劍雄) 교수 등 역사학계에선 고전의 대중화라며 대체로 호의적이지만,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일반 학자들은 ‘역사를 마음대로 해석한다’는 등 비판적이다. 하지만 누구도 학계를 대표할 수 없다고 보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실상 그의 저술에는 독특한 해석이 많이 눈에 띈다. 『삼국지강의』만 봐도 그렇다. 삼국시대는 군벌끼리의 패권다툼이었으나 사마의(司馬懿) 일가가 세운 진(晉)나라로 통일된 것은 결국 사대부 세력의 승리라고 큰 틀을 잡은 것이 그렇다.

 

읍참마속(泣斬馬謖)도 마속이 실제 처형을 당했는지, 도망을 갔는지 여러 사료를 동원해 분석한 것도 새롭지만 그 배경 설명은 정말 독특하다. 촉에는 향토세력과 유장의 총신들, 유비 세력이 세력다툼을 벌이던 참이라 제갈량이 부득이 마속을 처형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는 "역사엔 역사상 이미지, 문학상 이미지, 민간의 이미지란 세 가지 얼굴이 있으며, 이를 읽기 위해선 역사적 견해, 시대적 견해, 개인적 견해를 종합해야 한다”는 그의 역사관에서 비롯된다. 책상물림으로서는 갖기 힘든 열린 태도는 개인적 경험이 밑거름이 된 듯했다.

 그는 문화대혁명 당시인 65년 신장성(新疆省)으로 하방되어 생산건설병단이란 농장에서 노동을 하다 학업을 다시 계속하게 됐다. 이에 대해 묻자 “당시 일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책에 관한 이야기만 하자”고 피했다. 그러나 한 인터뷰에서 “나는 나 자신을 항상 보통사람이라 생각하며, 마찬가지로 역사상 아무리 중요한 인물이라도 보통사람으로 간주하고 접근한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쓴 경험’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 아닐까.

 그의 장기가 특히 발휘되는 대목이 인물평이다. 조조를 두고 “치세의 능신(能臣), 난세의 간웅”이라 갈파했다는 후한 말 인물평의 대가 허소(許)을 연상케 할 정도다. 스스로도 아는 듯 자신의 대표작으로 『품인록』을 꼽았다. 중국 역사상 시대의 흐름을 거스른 독불장군 5명의 약전(略傳)인데 신랄하면서도 흥미롭다. 항우 편에 나오는 유방에 관한 언급이 그 중 하나다.



 그에게 바람직한 지도자상을 물었다.

 “리더란 스스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호텔 사장이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목숨 바쳐 일하도록 하는 사람이 바람직한 지도자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을 알고(知人), 그 스타일에 맞춰 쓰는 것(善任)이 필요하다.”

 역사상 인물을 들어달라 요청하자 한나라를 세운 유방을 꼽으며 그와 한신의 관계를 보라고 했다.

 끝으로 이 교수에게 역사 혹은 역사공부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었다.

 “사불동이리동(事不同而理同)이란 말이 있다. 일은 다르지만 이치는 같다는 뜻인데 역사도 마찬가지다. 과거는 현재의 우리 모습과 다를 수 있으나 도리는 같아 역사를 통해 철학· 이치를 깨달으면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 한마디로 역사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

 지극히 실용적인 결론이었다. 그래서 중국 역대 왕조를 망친 제도를 다뤘다는 그의 최근작 『제국의 종결』 번역본이 기다려졌다. 국적을 불문하고 이 시대 지도층에 던지는 역사의 교훈이 있을 듯싶어서였다.

김성희 기자


◆이중톈 교수=1947년 후난성(湖南省) 창사(長沙)에서 태어나 81년 우한(武漢)대학교에서 문학석사를 받으면서 강단에 발을 디뎠다. 문학·예술·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며 학술서를 몇 냈지만 크게 주목 받지는 못했던 처지였다. 그런 그가 2005년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의 인문학강좌인 ‘백가강단(百家講壇)’에 출연하면서 인문학 대중화의 기수로 떠올랐다.


베스트셀러 작가 또 누가 있나

21세기 중국문화지도; 베스트셀러 작가 이중톈 교수 인터뷰 ▶위단(于丹·42·여)

 베이징사범대학 교수. 2006년 10월 라오둥제(勞動節) 황금연휴 때 중국 중앙방송(CCTV) 대중 학술강좌 프로그램인 ‘백가강단(百家講壇)’에서 일주일 동안 논어 강연을 하면서 하루아침에 스타강사가 됐다. 이후 내놓은 저서 『논어심득(論語心得)』『장자심득(莊子心得)』 등이 각각 400만 부, 200만부 이상 팔리며 ‘위단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궈징밍(郭敬明·25)

 중국 ‘80후(後)작가(1980년대 이후 태어난 작가)’의 대표주자다. 2000년 ‘신개념 작문 경시대회’에서 1등상을 받으며 문학에 발을 들여놨다. 대표작은 산문집 『사랑과 아픔의 만남(愛與痛的邊緣)』과 장편소설 『환상의 성(幻城)』 등. 중국 신경보(新京報)가 발표한 ‘2007년 중국 부호작가 순위’에서 1100만 위안(약 14억3000만원)의 소득으로 1위에 올랐다.


▶위치우위(余秋雨·62)

 예술평론가이자 문화사학자. 전 상하이희극학원 원장이다. 기행문 형식을 빌려 중국 역사와 고전 문화를 쉽게 풀어낸 『중국문화답사기(文化苦旅)』는 10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2007년 중국 최대 포털인 시나닷컴이 인터넷 투표를 통해 ‘현대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100명의 중국 작가’를 선정한 결과, 소동파·백거이 등을 제치고 9위에 오르기도 했다.


▶홍자오광(洪昭光·69)

 중국위생부 수석 건강교육전문가. 수도의과대학 부속 베이징 안전(安貞)의원에 주임의사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중앙방송(CCTV)의 ‘동방시공’‘건강의 실’‘뉴스 객실’ 등의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건강 강연을 하고 있다. 2002년작인 『건강쾌속차에 올라라』는 출간 2개월만에 판매량 100만 부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저우궈핑(周國平·63)

 철학자이자 에세이스트. 깊이 있는 철학을 대학 졸업자 정도면 누구나 이해할 만큼 쉽게 풀어내기로 유명하다. 베이징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중국사회과학원 대학원에서 니체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철학서 『니체: 세기의 전환점에서』『니체와 형이상학』과 산문집 『사람과 영원』『파수 보는 거리』『각자의 순례길』 등이 꼽힌다.


▶왕중추(汪中求·42)

 말단 영업사원부터 시작해 대표이사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현직은 치정(奇正)컨설팅회사 수석영업관리 고문이다. 영업사원으로 일하게 된 첫날부터 10여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쓴 일기를 토대로 경제·경영·자기계발서 분야의 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작 『세부사항이 성패를 결정한다(細節決定成敗)』는 ‘중국인들의 대충주의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위엔지에(鄭淵潔·53)

 중국의 대표적인 동화작가. 자신의 작품만 싣는 월간지 ‘동화대왕’을 23년째 발행하고 있다. 기발한 생각과 뛰어난 상상력으로 모험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판타지 작품을 주로 쓴다. 저서의 총 판매량(‘동화대왕’ 포함)은 1억1000만 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 작품 속 인물인 ‘피피루’와 ‘루시시’는 중국에서 모르는 어린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