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전2권) ☆ 정은궐

이명희2008.07.13
조회616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을 책임지고 있는 김윤희는 병약한 남동생을

대신해 남장하고 과거를 보게 된다. 친가, 외가 모두에게 버림받아 가난한

집안에서 그래도 들어오는 혼처는 양반댁 후처자리. 어머니, 동생도 결사반대.

그나마 번듯한 집안으로 시집가고 가산도 좀 일으킬 속셈으로 과거를 보는데..

 

과거장에서 조선 최고의 신랑감으로 이름난 이선준을 만나 첫눈에 반해버리고

시험도 덜커덕 합격! 나란히 왕의 눈에 들어 금녀의 반궁인 성균관에 어거지로

입성. 여자임이 발각되면 자신도 죽고 가족도 몰살인 상황에서 첫 눈에 반한

남자 이선준과 한방까지 쓰게 되다니.... 가슴은 두근반 세근반 뛰고....

더구나 한방에서 같이 생활해야 할 재신은 성균관에서 알아주는 문제아.

 

미친말 걸오, 주색잡기의 대가 여림 유생까지 합세한

대물 윤희와 가랑 선준 일당의 아슬아슬 파란만장한 성균관 라이프~!

 

[ 인물소개 ]

 

☆ 김윤희 :

총명하고 씩씩한 처녀가장.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스스로 남자가 되어

과거에 응시한다. 급제후 지방 한직으로 부임, 건강을 되찾은 남동생과 자리를

바꿀 계획이었지만, 성적이 너무 좋게 나와 버린 나머지 왕의 눈에 들어 억지

로 성균관에 끌려 들어가게 된다. 하잘것 없는 몰락한 남인가문의 비렁뱅이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아리따운 미모와 이선준의 베스트 프렌드라는 것 때문에

일부 유생들의 시기와 질투를 한몸에 받는다. 연약한 외모와는 딴판인 강단

있는 성격 덕분에 본의 아니게 여러 사고들을 치며 '대물도령' 이라는 별호로 불린

다. 신방례때 짓궂은 선진들의 임무를 완벽하게 완수하며 그의 그곳이 진짜

'대물' 이라는 소문까지 덧붙게 된다. 정말 죽어라 노력해서 공부잘하는 바람직

한 타입!

 

★ 이선준 :

노론의 거두 좌의정 대감댁의 자랑. 집안이면 집안,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학식이면 학식, 어느것 하나 빠지지 않아 외롭거나 슬플일도 없어 보이

는 바른생활 사나이. 한마디로 조선 최고의 신랑감! 그래서 별호도 얌전하고

훌륭한 총각, 또는 일등 신랑감이라는 뜻의 '가랑' 이다. 위로는 왕부터 아래로

는 비복 하나까지 그를 좋아하지 않는 이가 없다. 이렇게 완벽한 그가,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베스트 프렌드 대물 도령때문에 난생 처음 머리 싸매고

고민이란 것을 하게 된다. 그것도 자신이 남색일지도 모른다는 믿을 수 없는

문제로.. 별로 노력 안하는 것 같은데 공부 정말 최고로 잘하는 재수 없는 타입.

 

★ 문재신 :

소론의 실세 병조판서 댁의 골칫덩이.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건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친 바람 같은 사내. 외로워도 화를 내고, 슬퍼도 화를 낸다.

좋아도 화를 내고 부끄러워도 화를 낸다. 심지어 대물 도령이 너무 사랑스러워

서 어찌 할 바를 모를 때에도 버럭 화를 내고 만다. 그래서 별호도 '미친말'

걸오. 모종의 사건으로 대물 도령과 야밤 비복청 스캔들에 휘말린다. 재수없는

노론 ㅅㄲ 이선준을 싫어하려고 애쓴다. 공부를 안하는 것 같기도, 하는 것 같기

도. 어쨌든 이상하게 뭔가 있어 보이는 타입?

 

☆ 구용하 :

무당무파의 합리주의자. 학문보다는 장사쪽이 적성에 맞다. 이문에 있어선

천재! 그 어떤 순간에라도 아름답지 않은 옷을 몸에 걸칠 수 없다는 탐미 쾌락

주의자 이기도 하다. 여자, 돈, 걸오에게 무한한 애정을 느낀다. 심심하면

가엾은 대물 도령을 붙잡고 여잔지 남잔지 확인해 보자며 덤벼든다.

항상 농지거리 아니면 음담패설을 입에 달고 사는 유쾌한 남자지만 종종 놀라

운 통찰력으로 주변을 놀라게 한다. 왠지 그는 모르는 게 없을 것만 같다. 운동

신경 둔한 것만 빼면 못하는 것도 없을 것만 같다. 한번 놀아보기로 작정하고

성균관에 들어온 것 같은 타입!

 

[ 내가 찾은 명장면 ]

 

# 장면 1

 

전향문에서 재신이 껄렁껄렁한 몸짓으로 들어왔다. 그는 이미 반궁에 들어

서기도 전에 갓끈을 풀고 있었다. 선준이 그를 발견하고 일어났다.

 

"걸오 사형, 돌아오십니까?"

 

재신은 갓을 벗어 마루에 휙 집어던지며 월대 위로 성큼 뛰어올라 섰다.

중일방에서 옷을 갈아입은 용하가 호들갑을 떨면서 뛰어 나왔다.

 

"어이구, 걸오 자네가 기어이 미치고 말았구먼.

요즘 왜 이리 청재에 잘 들어오는가?"

"내 맘이다"

 

재신은 건성으로 답하고 윤희를 보았다. 그녀는 인사하기 위해 얼굴을 가렸던

수건을 치웠다. 그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윤희의 양

옆의 마루를 짚으며 상체를 숙였다. 재신의 입술과 그녀의 입술이 닿을 찰나,

그 사이로 선준의 손바닥이 끼어들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재신은 입술을 덮치

려고 한 것이 아니었는지, 코 앞에 있는 윤희의 얼굴만 잡아먹을 듯 뚫어지게

보았다. 용하가 음흉하게 웃으며 세 사람을 놀리듯 말했다.

 

"어이, 그리 얼굴을 가까이 디밀지 말게. 가랑 도령의 피가 거꾸로 솟겠다"

 

늦었다. 이미 선준의 피는 거꾸로 솟은 후다. 재신의 얼굴이 윤희의 앞에 바짝

다가가 있는 게 여간 불쾌한 것이 아니다. 근저를 알 수 없는 감정이 심장

아래에서 들끓었다.

 

"누구냐?"

 

재신이 이를 갈며 윤희에게 묻자, 그녀는 좀 더 상체를 뒤로 기울이며 어리둥절

하다가 어물쩍 대답하였다.

 

"저, 대물 김윤식인데요?"

"야! 네 꼬라질 이리 알록달록하게 만든 놈 말이야!"

 

# 장면 2

 

선준은 뜰에서 자기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서성거리는 재직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큰 키를 그들의 귀에 맞추고 무언가를 지시하였다. 잠시 후,

그들이 가지고 나타난 건 달걀 두 개였다. 선준은 그것을 받아들고 상냥하게

웃으며 꼬마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하나는 마루에 걸터앉은 용하에게

내밀고, 하나는 제 손에 쥐고 그 옆에 앉았다.

 

"어이, 가랑. 왜 이걸 내게 주는 것인가?"

"지금은 아직 붓기 전이지만,

조만간 여림 사형의 얼굴도 볼 만하지 싶어섭니다"

 

선준은 윤희의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앞에 앉혔다. 그리고 그녀의 맞은

부위에 달걀을 얹었다.

 

"저, 저, 저 혼자 할 수 있습니다"

"상처가 보이지 않을 것이오. 그러니 내가 하게 해 주시오"

 

윤희는 먹기만으로 아까운 걸, 가만히 두면 빠질 멍을 위해 사용한다는 게

여간 아깝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직접 얼굴에 굴리는 달걀이 마치 그의

손길 같아서 가만히 있었다. 용하는 두사람과 제 손의 달걀을 번갈아 보다

가 중얼거렸다.

 

"나도 내 상처가 보이지 않는데......"

 

그리고 중이방 앞의 마루에 올라가 앉으며 안을 향해 큰 소리로 말하였다.

 

"난 걸오 자네가 문질러 주면 되겠네. 자네 손길을 느끼고 싶.... 악!"

 

안에서 날아온 서책은 정확히 용하의 이마를 모서리로 때리고 저 멀리 튕겨

나갔다. 괜한 입놀림 탓에 상처 부위가 하나 더 늘었다. 용하는 선준을

보았다. 윤희의 얼굴을 쓰다듬느라 이쪽에는 관심도 없다. 그는 두 사람 옆에

걸터 앉아서 자신의 얼굴을 더듬으며 혼자서 달걀을 굴렸다.

 

# 장면 3

 

용하는 밧줄을 풀려고 하다 말고 갑자기 손을 멈추었다.

 

"엇! 그러고 보니 우리 걸오가 꽁꽁 묶여 있군 그래"

 

그의 미소가 심상찮다. 재신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야! 너 왜 그래? 무슨 뜻이야, 그거?"

"으흐흐, 이런 기회는 또 없지. 어이, 대물. 그동안 쌓인 것 많을 텐데,

 보복할 것 있으면 지금 하게"

 

윤희는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 됐습니다. 여림 사형이나 실컷 하십시오"

"음, 평소에 이놈한테 절대 할 수 없는 짓이 뭐가 있을까?"

"야, 여림! 뭔 짓이건 했다간 봐라. 나중에 딱 그만큼 돌려줄 테다! 으읍!"

 

윤희, 순돌이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춰 서서 경악하고 말았다. 용하가

재신의 얼굴을 강제로 잡고 그의 입술에 제 입을 진하게 맞추는 것이 아닌가!

너무 놀란 나머지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한참 만에

입술을 떼어 낸 용하가 돌처럼 굳은 재신을 보고는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남아 일언 중천금. 받은 것만큼 돌려줘야 하네. 어기면 미우이"

"이, 이, 이, 미친 ㅅㄲ가!"

"하긴, 그동안 양치하지 않은 자네 입 냄새가 미칠 만은 하지.

 하지만 나의 애정의 깊이로 인해 조금도 불쾌하지 않으니 걱정 말게"

"이 밧줄 어서 풀어! 너 진짜 내 손에 죽었어!"

"자네 손에 죽는 건 짜릿한 흥분일세. 허나 그 전에 돌려 주겠다는 약속은

지켜야 하네. 이왕이면 지금 당장 말고, 양치 끝낸 뒤, 분위기 있는 곳에서.."

"으악! 복장 터져!"

 

미쳐서 날뛰는 재신과 너스레를 떨며 그를 놀리는 용하를 보면서, 윤희는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쥔 채 자리에 쪼그리고 앉았다. 이런 대책 없는 사내들과

앞으로 더 큰 일을 도모해야 한다니 까마득하였다.

 

"순돌아! 두 사형을 너의 그 주먹으로 있는 힘껏 딱 한 대씩만 때려라"

 

순돌이가 주먹을 앞으로 내어 보이며 말했다.

 

"있는 힘껏요? 죽여도 된다는 거죠?"

 

재신과 용하가 일순 조용해졌다. 그의 주먹이 윤희의 머리통보다 크다. 그리고

문짝도 뜯어 내는 괴력을 지닌 저 주먹에 맞으면 한 대라고 해도 사망 내지는 병

신이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끽소리 못하고 조용히 윤희의 말을 따르게 되

었다.

 

.... ☆ 소감 한마디

 

우리 정조 임금님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고, 여인네들로 하여금 오줌을

잘금거리게 만든다고 하여 붙여진, 조선의 F4 일명 "반궁의 잘금 4인방"

윤희, 선준, 재신, 용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선준과 윤희 그리고 재신과의 삼각, 이 소설의 감초격인 용하의 너스레,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한 사람. 우리의 완전 소중한 정조 임금님까지......

어느것 하나 부족하지 않은 간이 잘 베인 맛있는 음식같은 소설이다.

 

선준과 재신때문에 가슴 설레하고 용하때문에 배꼽잡고 웃고.......

정조 임금님의 매력에 다시한번 푹~ 빠졌다가 하다보니 어느새 소설이

끝이 나 있더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어찌나 아쉽고 허전하던지..

오래된 친구를 멀리 떠나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하. 지, 만 !

이 소설의 후속격인 "규장각 각신의 나날" 이 나온다 하니 열씨미

기다려야쥐. 냐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