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s Of Love, #2

김동선200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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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이 예쁘게 들어간 화려한 청바지,

며칠 전부터 세탁소에 맡겨 놓았던 하얀 와이셔츠,

컨버스화를 놓고 끝까지 고민하다가 신은 구두,

머리를 몇번이나 다시 감아가며 만들어 낸 머리.

 

이렇게나 한껏 멋을 부리고서 나왔지만

예상했던 것 처럼 넌 그자리에 없다

 

그다지 놀라운 상황은 아니니까,

익숙한 듯 나 먼저 음료를 주문하고

에어컨이 가까운 구석자리에 가방을 둔다

약속시간에 늦은 넌 분명 뛰어올 것이고,

그럼 매우 더울테니까

 

'주말이라 또 늦게까지 술을 마셨군'

 

넌 상상도 못하겠지만

오래 전부터 핸드폰 단축번호 0번에 자리잡은

너에게 버튼 하나로 전화를 건다

내 예상이 맞다면 넌 방금 일어난 듯한 목소리로,

약속이란건 애초에 없었다는 말투로 전활 받아야 한다

 

긴 신호음이 지속되고,

목이 반쯤 잠긴 목소리의 니가 전화를 받는다

 

'뭐야?'

'오늘 보기로 한거 아닌가?'

'아 맞다! 조금만 기다려, 세수만 하고 나갈게'

'너무 서두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끝는 너

 

'머리 정도는 감고 나와도 되는데'

 

우정을 가장한 답답한 짝사랑은

오늘로 정확히 99일째.

짝사랑도 시작이 있고, 날짜를 헤아릴 수 있다는걸

요즘에야 깨달았다. 지나간 사랑에 아파하며 니가

내 앞에서 눈물을 보였던 날. 그 날부터가 시작이다.

 

서로 추한 모습 다 보이고,

절대 설레는 마음 따위 생길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너에게

그 날부터 난  빠지기 시작했다

 

언젠가 넌 말했었다.

지금은 니 옆에 없는 그 사람을 예로 들어가면서.

'처음만났을 때 두근거림이 있는 사람이어야만

사랑할 수 있는거라고 생각해. 클릭! 하는 그런 느낌'

 

난 너와는 조금 다른 사람이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충분히 알기 전까지는

니가 말하는 그런 두근거림을 도저히 느낄 수가 없다

김태희 100명이 비키니만 입고 내 앞에 서있는다 해도

두근거릴 수 없는 사람이다 나는. 난 그사람 얼굴밖에 모르거든.

 

우리가 친구로 지낸지 1년이 넘어가고,

볼 수 없을 것만같던 너의 약한 모습과 눈물을 보고 난 후에야

느낄 수 있었다. 니가 말하는 그 두건거림을. 아직 감이

잘 오진 않지만 '클릭' 하는 느낌을.

 

먼저 시킨 음료는 벌써 다 마시고,

남은 얼음마저 다 녹아갈 무렵

니가 뛰어오는 모습이 창밖으로 보인다

다행히 그 못생긴 뿔태 안경과 트레이닝복을 입진 않았구나

 

넌 들어오자 마자 미안하단 인사도 없이,

늘 그랬듯 잘 차려입은 나에게 불평을 늘어놓겠지.

넌 왜 그렇게 매일 소개팅 나가는 남자처럼 꾸미고 다니냐고.

 

그래, 넌 알 턱이 없다

매일 차려입는건 맞지만

널 만나는 날은 항상 세탁소에 맡겼던 깔끔한 셔츠와

내가 가장 아끼는 바지만 입는다는걸.

그리고, 널 만나는 매일매일이 나에겐 소개팅이라는걸.

 

니가 나타났으니 이런 저런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급히 나오느라 조금 젖은 니 머릿결처럼 상큼하게,

오늘도 너를 향해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