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를 얻은 남자 - 오늘부터 한 달간 자윱니다. 드디어 그녀가 회사에 사표를 내고 떠났습니다. 그동안 그만 둔다~ 그만 둔다~ 하면서도 그만 못 두고 계속 월급 통장에 끌려다니길래~ 내가 옆에서 좀 많이 부추겼어요. 젊었을 때 안 떠나보면 언제 떠나겠느냐~ 난 걱정하지 말고 세계를 다니면서 견문을 넓히고 와라~ 돈이야 갔다 와서 또 벌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렇게 몇 달 추임새를 넣었더니, 일주일 전에 사표를 던지고 이윽고, 오늘 아침에 떠났습니다. 그녀가 싫어졌다거나, 귀찮아졌다거나..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단지 조금 떨어져서 지내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동안 사실 너무 붙어 다녔거든요. 같은 과 나와서, 같은 회사에 취직하고, 이젠 같은 동네에까지 사니까, 애인이 아니라 어쩔 땐 진짜 가족 같아요. 연인 사이에 이런 감정이 싹트는 건 바람직하지 않거든요. 설렘도 없고, 긴장도 없고, 그리움도 없다면...그게 무슨 연인이에요?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그녀의 이 번 여행은 그녀 인생에 있어서 가장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죠. 아무튼 그녀의 위대한 결정으로 인하여, 나에겐 생애 가장 아름다운 휴가가 주어졌습니다. 시간이 황금처럼 느껴지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먼저 못 만났던 친구들부터 만나서 한 잔 하기로 했어요. 맨 날 그녀랑 같이 퇴근하니까, 친구들 만나는 것도 미리 얘기해야 해서, 아니 허락 받아야 해서 귀찮고 치사해서 안 만났었거든요. 늘 친구들이 불러도 못 나간다고 했던 내가 오늘은 먼저 전화해서 만나자고 했더니, 다들 웬일이냐고 난리가 났네요. 장가가냐부터, 헤어졌냐까지..반응도 다양합니다. 아나운서가 꿈이었던 대병이, 대병이는 다음 달에 결혼해요. 파일럿이 꿈이었던 진택이, 진택이도 겨울쯤 결혼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교수가 꿈이었던 한균이, 요리사가 꿈이었던 우정이...둘은 아직 솔로에요. 오늘은 이 오래된 친구들과 오랜만에 코가 비뚤어질 때가지 마셔보려구요. 술이 몇 잔씩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옛날이야기가 쏟아져 나옵니다. “니들 기억나지? 우리 부산 갔을 때~ 팥빙수 사 줬던 애들~ 걔네들도 내가 가서 말 걸었던 거잖아..?” “나~ 며칠 전에 백화점에 갔다가 소라~봤다~ 옛날엔 예뻤는데..영 아니더라~” 삶의 구석구석 모르는 데가 없는 나의 친구들, 물론 그녀가 나의 삶 구서구석을 면밀히 다 알죠,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그녀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하늘을 잘 날고 있겠죠..? 일단은 미국에 있는 언니네로 간다고 했어요. 언니가 결혼해서 미국에 살고 있는데, 얼마 전에 조카가 태어났거든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혼자일 땐 둘이 그리워지고, 둘일 땐 혼자가 그리워지는 게 사람 마음이라고... 1
사랑이 사랑에게74 -자유를 얻은 남자-
- 자유를 얻은 남자 -
오늘부터 한 달간 자윱니다.
드디어 그녀가 회사에 사표를 내고 떠났습니다.
그동안 그만 둔다~ 그만 둔다~ 하면서도 그만 못 두고
계속 월급 통장에 끌려다니길래~ 내가 옆에서 좀 많이 부추겼어요.
젊었을 때 안 떠나보면 언제 떠나겠느냐~
난 걱정하지 말고 세계를 다니면서 견문을 넓히고 와라~
돈이야 갔다 와서 또 벌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렇게 몇 달 추임새를 넣었더니,
일주일 전에 사표를 던지고 이윽고, 오늘 아침에 떠났습니다.
그녀가 싫어졌다거나, 귀찮아졌다거나..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단지 조금 떨어져서 지내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동안 사실 너무 붙어 다녔거든요.
같은 과 나와서, 같은 회사에 취직하고, 이젠 같은 동네에까지 사니까,
애인이 아니라 어쩔 땐 진짜 가족 같아요.
연인 사이에 이런 감정이 싹트는 건 바람직하지 않거든요.
설렘도 없고, 긴장도 없고, 그리움도 없다면...그게 무슨 연인이에요?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그녀의 이 번 여행은 그녀 인생에 있어서 가장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죠.
아무튼 그녀의 위대한 결정으로 인하여,
나에겐 생애 가장 아름다운 휴가가 주어졌습니다.
시간이 황금처럼 느껴지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먼저 못 만났던 친구들부터 만나서 한 잔 하기로 했어요.
맨 날 그녀랑 같이 퇴근하니까,
친구들 만나는 것도 미리 얘기해야 해서, 아니 허락 받아야 해서
귀찮고 치사해서 안 만났었거든요.
늘 친구들이 불러도 못 나간다고 했던 내가
오늘은 먼저 전화해서 만나자고 했더니, 다들 웬일이냐고 난리가 났네요.
장가가냐부터, 헤어졌냐까지..반응도 다양합니다.
아나운서가 꿈이었던 대병이, 대병이는 다음 달에 결혼해요.
파일럿이 꿈이었던 진택이, 진택이도 겨울쯤 결혼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교수가 꿈이었던 한균이, 요리사가 꿈이었던 우정이...둘은 아직 솔로에요.
오늘은 이 오래된 친구들과
오랜만에 코가 비뚤어질 때가지 마셔보려구요.
술이 몇 잔씩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옛날이야기가 쏟아져 나옵니다.
“니들 기억나지? 우리 부산 갔을 때~ 팥빙수 사 줬던 애들~ 걔네들도 내가
가서 말 걸었던 거잖아..?”
“나~ 며칠 전에 백화점에 갔다가 소라~봤다~ 옛날엔 예뻤는데..영 아니더라~”
삶의 구석구석 모르는 데가 없는 나의 친구들,
물론 그녀가 나의 삶 구서구석을 면밀히 다 알죠,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그녀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하늘을 잘 날고 있겠죠..?
일단은 미국에 있는 언니네로 간다고 했어요.
언니가 결혼해서 미국에 살고 있는데, 얼마 전에 조카가 태어났거든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혼자일 땐 둘이 그리워지고,
둘일 땐 혼자가 그리워지는 게 사람 마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