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콕>, 아픈 엉덩이의 비켜나간 뒷심

김현수2008.07.14
조회279
(같잖은 스포일러 포함)

남들이 자기를 꼬나보는 걸 참지 못하고, 특정 단어에 매우 민감하며(똥꼬와 관련된 매우 아픈 트라우마가 분명히 있을 것으로 사료됨. 변태 엽기 포르노물에나 등장할 법한 머리넣기라니...) 까칠하기는 세상의 모든 B형 남자들을 모아 놓은 것 같고, 설마 그러겠어? 라는 의구심을 단번에 날려줄만큼 과감 신속 정확 필살을 목표로 날고 눕고 걸으면서 던져버리는 당신의 이름은 핸콕이다.



<핸콕>, 아픈 엉덩이의 비켜나간 뒷심




당신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굳건한 자의식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나는 왜 이럴까? 라는 피해망상, 혹은 기억나지 않는 과거, 혹은 있는지 없는지 불분명한 과거, 혹은 기억은 하고 있으나 스스로 지워버린 신경증환자로서의 무의식에 사로잡혀 사는 당신은 외롭고 높고 쓸쓸한 인생을 살고 있다. 어느 누구에게서도 따뜻한 말 한마디 들어보지 못했고 사람들은 당신의 존재를 당연시여기다 못해 귀찮게 여기고 있는 중이다. 스스로의 존재 자체에 대해 의구심과 환멸을 갖게 되려는 당신은, 조금만 더 진지하고 무거워졌으면 브라이언 싱어의 캐릭터가 될 뻔했으나 멋대로 사랑하고 멋대로 상처받고 멋대로 지워버리는, 그냥 타자화(혹은 연애)에 서툰 사춘기 소년이 되었다.

그래서 당신이 오히려 아름다웠다. 자기 자신을 돌아볼 여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당신은 스스로 교도소엘 걸어 들어갔으며, 잠깐이긴 하지만 무료한 교도소 일상에 인간똥침이라는 활력소를 사람들의 엉덩이에 불어넣어 줬으며 (그 순간 모두들 자신의 엉덩이를 움켜쥐며 그 기분을 상상했으리라. 웁스ㅡ,.ㅡ;;) 남 칭찬에 인색하고 배려할 줄도 모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귀엽게 노력하는 모습이 사춘기 조카를 바라보는 삼촌의 눈높이에서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삼촌의 눈높이가 아니라 또 다른 우리 또래 모습을 보는 것도 같았다. 처음 연애할 때 뭘 잘못했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어서 아무데서나 버럭대고 술만 마시면 자동차 백미러 발로 까서 부수고 밤늦게 끊긴 지하철 선로에 내려가 웃통벗고 달리기하고 왜 떠냐냐? 니가 뭔데 날 이렇게 만들어? 다시는 연애 안한다. 호언장담하다가 다음 날 버스에서 예쁜 여자 마주치면 다가가던 내 친구들(!)의 모습만큼이나 당신이 친근했다. 당신은 슈퍼히어로로서의 자의식을 가진 캐릭터가 아니라 술만 마시면 개가 되는 그냥 내 친구같았다.

그렇게 당신이 사랑스러워지려던 순간이었다. 혹시나 그토록 바라바지 않던 당신의 과거가 플래시백으로 펼쳐지지는 않을까? 영화적으로는 너무 뻔한 설정일지라도 그래, 내가 원하는 당신의 캐릭터라면 그쯤은 용서해줄께, 그냥 내가 원하는 핸콕이 되어주길 바라~! 라고 외치면서 샤를리즈 테론과의 달콤쌉싸름했던 비하인드 러브스토리를 기대하고 있었던 순간, 웬걸. 냉장고와 함께 내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다. 뭐, 내가 원하던 꼴은 적당히 갖추고 있었다. 사랑에 서툰 당신은 여자에게 상처를 줬고 여자는 당신을 잊기 위해 새로운 삶을 선택했어. 그런데 당신이 갑자기 나타나 그 일상을 뒤흔든 셈이지. 그럼. 그래, 그런 거야. 근데 이건 아닌 거 같아.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는데 이건 아닌 거 같아. 그냥 냉장고가 던져지는 순간 다 부서져버린 거야. ㅠ,.ㅠ;;;

그리고 당신은 말 그대로 동네 친구가 되기보다 슈퍼히어로가 되기를 선택했다. 에라이, 원티드랑 한핏줄 영화 맺어라. 정해진 운명이라느니 이딴 수작할라고 나를 이렇게 기대하게 만들었냐? 쳇쳇쳇. 왜 당신은, (더불어 원티드의 웨슬리도 들어라.) 꼭 대한민국 축구 경기같은 영화에 나와서 나를 비참하게 만드냔 말이다. 뒷심이 없는 이 암담한 현실이야말로 어쩔 수 없는 숙명인 것이냔 말이다.

나는 한껏 실망에 쩔어 엉덩이가 무거워진 탓에 어쩔 수 없이 라스트씬까지 보게 되었고 여전히 아픈 엉덩이의 피해의식을 가진 당신을 봤어. 앞으로도 당신을 화나게 하려면 주문처럼 엉덩이~를 외치면 되겠지(헐크랑도 한 핏줄이냐?). 혹시 당신, 지구 최고의 상상을 초월한 초특급 슈퍼 울트라 변비 아닌가 몰라 걱정이 돼. 일반 사람들도 변비 걸리면 신경 쇄약에 걸리잖아. 혹시 당신, 있어야 할 출구가 없는 건 아니겠지? 매우 안따까운 사연이 첨가될 뻔했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어. 내가 바라던 당신의 모습은 뭐든지 서투르고 어설프고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 두려운 그런 청춘의 비루함을 원했던 거지, 단지 생물학적으로 결핍된 지영민스러운 캐릭터를 바랐던 게 아냐. 그냥 어쩌면 차라리 18금 등급 받아 B급 정취라도 느끼게 해주지 그랬어. 정말 안타까워.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한 마디 해줄께. 다음에는 더 업그레이드된 캐릭터를 보여주길 바랄께.

애소~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