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다녀왔습니다!

최영호2008.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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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 사자산의 아침)


                      [평양에 다녀왔습니다!]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입니다. 실은 제가 5월 초 평양에 갔다 왔습니다."

1972년 7월 4일 오전 10시 이후락의 기자회견


필자는 그때 입대를 열흘 정도 앞둔 휴학생으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가던 중이었다.


우리나라를 전쟁으로 몰고간 빨갱이들의 집단

한반도를 공산화하려는 반국가단체인 우리의 적

대학시절까지 그렇게 배워왔던 침략자들의 땅


철의 장막과 같은 폐쇄된 통치아래 신격화된 김일성

여차하면 꿀꺽 삼켜 자결할 수 있는 싸이나(청산칼리)까지 숨기고

모란봉초대소에서 잠못 이루며 그의 부름을 기다리던 이후락


아무리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앙정보부장이지만,

죽은 뒤 몇 달 동안 죽은 사실조차 나라 밖으로 알려지지 않는 김일성의 땅

죽음의 나라에서 싸이나를 만지작거리며 김일성을 만난 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남북은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통일의 3대 원칙으로 천명하고, 긴장상태를 완화하며 다방면의 교류를 실시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버스에 타고 가던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세상에 이런 일이....”


버스를 내려 그냥 마구 걸었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모여 감격하고 있었다.


1.21. 무장공비 청와대침투사건, 울진,삼척 공비침투(이승복사건) 등으로 적대감이 높아만 가던 남북관계는 목숨을 건 이후락의 모험으로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적시면서 그 물꼬를 튼다.


그날 발표된 남북공동성명 이후, 곧이어 남북적십자회담이 시작되고,

평양거리의 사진과 호루라기를 물고 완장을 찬 북한 여자경찰의 모습이 신문에 보이면서 죽음의 땅에도 사람들이, 우리의 핏줄들이 정말로(?) 살고 있음을 알게 되고, 1983년 6월에는 거시기 방송에서 이산가족찾기 운동을 방송하면서 온 나라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곧 통일이 이뤄질 것으로 믿었다.


허지만,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경제적 난관으로 능력에 버거운 동토의 왕국은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정치적 공세와 함께 치졸하고 비겁한 군사적 공세까지 계속하면서 그들이 우리의 핏줄이지만, 동시에 무서운 이웃임을 깨닫게 해준다.


이후락의 목숨을 건 시도는 희망과 배신, 설렘과 속임수로 점철된 기나긴 남북대화의 시작에 불과하였다.

 

1972년부터 1975년까지 발견된 1-3호 남침땅굴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1983년 아웅산묘소 폭파사건

1987년 KAL기 폭파사건

1994년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남북회담 대표의 불바다선언

1996년 강릉 잠수함침투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공비와 간첩선 침투사건

1999년 경비정 6척의 NLL침범과 서해교전

2002년 2차 서해교전


2006년 대포동 미사일을 날리고, 핵 미사일 실험을 하면서 세계에 조국을 널리 알리던(?) 희한한 세습정권


과연 저들은 우리의 핏줄이고

저 암흑의 땅은 우리의 영토이며

저 지치고 힘든 영혼들을 우리가 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인지


저들에 대한 평가로

좌파와 우파로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또다른 분열로 찢어진 나라


그래도 우리 땅이라고

그래도 우리 어른들의 영혼이 깃든 땅이라고

그래도 우리랑 똑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이라고


그 땅이 밝고 싶어서

같은 핏줄이 고생하는 것이 가엾어서

동남아 가는 것보다 더 비싼 돈을 들이고

미국 가는 것만큼 까다로운 출입절차를 거쳐서

동토의 땅에 돋는 해가 그리워서


저 햇님에게 죽음의 땅을 보살펴주시기를 기도하고자

새벽잠 설치고 일어나 한번더 그 땅을 밟으려했던 것이 그리도 큰 죄가 되더냐?


미국산 쇠고기로 그토록 시끄럽더니

보초선 놈이 내 아내보다 더 나이먹은 관광객 아낙네를 향하여 발사한 총소리에 놀라 그동안 촛불로 불타던 사람들의 눈과 귀가 북으로 쏠리는데....


아니 이건 또 웬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독도가 우쨌다고?


일본은 한국 이외에도 러시아와 쿠릴열도문제, 중공, 대만과 센카쿠 제도를 둘러 싸고 영토분쟁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문제된 교과해설서(?)에서 센카쿠 제도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쇠고기와 촛불에 시달려온 정부

이번에는 어떻게 대처하여 위기능력을 발휘할 것인지....


한 달 반 가까운 미국산 쇠고기 수입관련 국정조사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금강산 관광객 아주머니 총살사건

정말로 지겨운 일본사람들의 독도영유권 주장


어디로 기댈 데가 마땅치않은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

어디 비벼댈 언덕이 없이 나랏님의 얼굴과 티브이 화면만 쳐다보는 사람들


이 나라 이 정부가 그들을 제대로 이끌어 줄 수 있을까?

아니 조중동이나 한경이나 공영방송이나 인터넷 언론들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선진당 사람들이 이들을 잘 가르치고 인도해줄 수 있을까?


힘이 꺾인 장마의 숨통을 꺾고 시작된

불같은 더위

무언가 우리를 시원하게 해 줄 그 무엇이 그립다.


국민 여러분,

제가 평양에 다녀왔습니다!


이천의 농장에서 도자기를 구우며 말년을 지킨다는 그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08. 7. 15. 최영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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