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말일까? 외국어가 아니다. 이 말은 모두 동대문 도매 의류시장에서 쓰이는 은어들이다. '깔'이며 '고미'라니, 이런 말을 생전 처음 듣는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질 법도 하다. 하지만 이 은어를 꼭 알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대문에서 도매 상품을 떼다 팔아야 하는 소매상인들이 바로 그들. 특히 쇼핑몰 창업 열기가 한창 뜨거운 요즘, 동대문 은어는 도매시장에서 상인임을 '인증'받기 위한 키워드가 되었다. 소매업자들도 동대문에 직접 가서 도매가격으로 옷을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기본적인 은어도 모른 채 시장에 나섰다가는 어리보기로 찍혀 소매 가격에 옷을 사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기자가 현지 상인들을 통해 직접 알아봤다. 채비부터 구매까지, 동대문 은어의 모든것을 알아보자.
▲ 집채만한 가방 들고 나서볼까
"스타일이 모든 것을 말한다". 이 말은 동대문 시장에도 적용된다. 도매 가격으로 물건을 사고 싶으면 우선 커다란 '사입가방'을 메고 다녀야 한다. 사입가방이란, 대형 쇼핑몰에서 나눠주곤 하는 커다란 시장가방을 말한다. 이 말은 동대문에서 물건을 떼 가는 사람들을 일러 '사입자'라고 한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상인들에 따르면 사입가방이 크면 클수록 도매에서 환영받기 쉽다. 왜냐하면, 사입가방이 크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이 사 갈 물건의 양도 많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 이 점을 노려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 자기 몸만한 사입가방을 들고 다니기도 한다.
이와 함께 구비해야 할 것이 '사입수첩'. 사입수첩은 소매업자가 살 물건을 적어 둔 기록장을 뜻한다. 사입수첩을 꺼내 항목을 체크하며 물건을 보는 것이 또 다른 프로의 모습이다.
▲ '색상', '사이즈'? 우린 이런 말 안 써
사입가방, 사입수첩 등의 몸치장이 끝났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물건을 구매할 단계. 그런데 이 때 '색상'이나 '사이즈'
등 평범한 단어를 남발했다가는 몸치장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수가 있다. 우선 '깔'을 익히자. 깔은 동대문에서 색상, 즉 색깔을 달리 칭하는 말이다.
주로
"깔 몇 깔 있어요(이 옷은 어떤 색상들이 나오나요)?"
"깔별로 주세요(색상별로 모두 주세요)" 등의 문장으로 활용된다.
또 혹시 '탕'이 무엇인지는 아시는지? 탕은 염색 단계에서 미묘하게 달라지는 색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를테면 똑같은 파란색 옷이라도 탕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채도와 명도가 조금씩 달라져 색상에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탕은 주로 "탕이 틀려졌다(옷 색상이 미묘하게 달라졌다)"라는 용법으로 활용되는 단어다.
그 밖에도 '땡물건(재고를 모아 한꺼번에 싸게 파는 물건)', '나오시(불량품)' 등의 용어가 있다. 또 '고미'도 기억해 두자. 고미는 한 가지 옷의 사이즈별 묶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컨대 분홍 티셔츠 한 고미는 똑같은 티셔츠의 대·중·소 사이즈 한 묶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어떤 물건을 깔별로 한 고미 산다는 것은 곧 그 물건을 색깔별·사이즈별로 한 점씩 모두 구매한다는 뜻이 된다. 이러한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도매시장의 특성이 잘 묻어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 대봉 소봉에 옷 담고 장끼 챙겨 떠나자
어느 정도 구매가 끝났다면 이제는 '대봉'에 옷을 담아 집으로 떠날 시간. 동대문에서는 봉지(비닐봉투의 사투리)를 크기별로 대봉, 중봉, 소봉으로 나눠 칭한다. 대봉은 어린 아이 한 명이 충분히 들어갈 만큼 큰 비닐봉투.
사입가방에 넣고도 부족한 옷은 대봉에 넣어서 들고 가면 된다. 동대문 도매 시장에서는 대봉 중봉 소봉 등을 주렁주렁 매달아 괴나리봇짐처럼 지고 가는 사람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물건을 사면서 받았던 '장끼'도 잊지 말자. 장끼는 영수증을 뜻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아예 모르는 동대문 도매 용어. 어쨌거나 도매가격에 물건을 사야 한다면 용어 습득 정도는 기본이다. 그래서 처음 쇼핑몰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에 질문까지 올리며 은어 배우기에 열심이다.
"동대문도 통역이 되나요?" 물론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도 이럴 때 통하는 법. 익숙한 말투로 '깔별'로 옷 달라는데 당신을 깔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이 비록 동대문 시장 초보라도 말이다.
초보들은 모르는 동대문 쇼핑 노하우
동대문, 은어 알면 값은 싸진다
"깔은 몇 깔 있어요? 참, 나중에 깔교환은 가능하죠?
티셔츠 다섯 고미 주세요. 어머, 이 제품은 탕이 달라졌네요."
도대체 무슨 말일까? 외국어가 아니다. 이 말은 모두 동대문 도매 의류시장에서 쓰이는 은어들이다. '깔'이며 '고미'라니, 이런 말을 생전 처음 듣는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질 법도 하다. 하지만 이 은어를 꼭 알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대문에서 도매 상품을 떼다 팔아야 하는 소매상인들이 바로 그들. 특히 쇼핑몰 창업 열기가 한창 뜨거운 요즘, 동대문 은어는 도매시장에서 상인임을 '인증'받기 위한 키워드가 되었다. 소매업자들도 동대문에 직접 가서 도매가격으로 옷을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기본적인 은어도 모른 채 시장에 나섰다가는 어리보기로 찍혀 소매 가격에 옷을 사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기자가 현지 상인들을 통해 직접 알아봤다. 채비부터 구매까지, 동대문 은어의 모든것을 알아보자.
▲ 집채만한 가방 들고 나서볼까
"스타일이 모든 것을 말한다". 이 말은 동대문 시장에도 적용된다. 도매 가격으로 물건을 사고 싶으면 우선 커다란 '사입가방'을 메고 다녀야 한다. 사입가방이란, 대형 쇼핑몰에서 나눠주곤 하는 커다란 시장가방을 말한다. 이 말은 동대문에서 물건을 떼 가는 사람들을 일러 '사입자'라고 한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상인들에 따르면 사입가방이 크면 클수록 도매에서 환영받기 쉽다. 왜냐하면, 사입가방이 크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이 사 갈 물건의 양도 많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 이 점을 노려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 자기 몸만한 사입가방을 들고 다니기도 한다.
이와 함께 구비해야 할 것이 '사입수첩'. 사입수첩은 소매업자가 살 물건을 적어 둔 기록장을 뜻한다. 사입수첩을 꺼내 항목을 체크하며 물건을 보는 것이 또 다른 프로의 모습이다.
▲ '색상', '사이즈'? 우린 이런 말 안 써
사입가방, 사입수첩 등의 몸치장이 끝났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물건을 구매할 단계. 그런데 이 때 '색상'이나 '사이즈'
등 평범한 단어를 남발했다가는 몸치장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수가 있다. 우선 '깔'을 익히자. 깔은 동대문에서 색상, 즉 색깔을 달리 칭하는 말이다.
주로
"깔 몇 깔 있어요(이 옷은 어떤 색상들이 나오나요)?"
"깔별로 주세요(색상별로 모두 주세요)" 등의 문장으로 활용된다.
또 혹시 '탕'이 무엇인지는 아시는지? 탕은 염색 단계에서 미묘하게 달라지는 색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를테면 똑같은 파란색 옷이라도 탕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채도와 명도가 조금씩 달라져 색상에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탕은 주로 "탕이 틀려졌다(옷 색상이 미묘하게 달라졌다)"라는 용법으로 활용되는 단어다.
그 밖에도 '땡물건(재고를 모아 한꺼번에 싸게 파는 물건)', '나오시(불량품)' 등의 용어가 있다. 또 '고미'도 기억해 두자. 고미는 한 가지 옷의 사이즈별 묶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컨대 분홍 티셔츠 한 고미는 똑같은 티셔츠의 대·중·소 사이즈 한 묶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어떤 물건을 깔별로 한 고미 산다는 것은 곧 그 물건을 색깔별·사이즈별로 한 점씩 모두 구매한다는 뜻이 된다. 이러한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도매시장의 특성이 잘 묻어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 대봉 소봉에 옷 담고 장끼 챙겨 떠나자
어느 정도 구매가 끝났다면 이제는 '대봉'에 옷을 담아 집으로 떠날 시간. 동대문에서는 봉지(비닐봉투의 사투리)를 크기별로 대봉, 중봉, 소봉으로 나눠 칭한다. 대봉은 어린 아이 한 명이 충분히 들어갈 만큼 큰 비닐봉투.
사입가방에 넣고도 부족한 옷은 대봉에 넣어서 들고 가면 된다. 동대문 도매 시장에서는 대봉 중봉 소봉 등을 주렁주렁 매달아 괴나리봇짐처럼 지고 가는 사람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물건을 사면서 받았던 '장끼'도 잊지 말자. 장끼는 영수증을 뜻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아예 모르는 동대문 도매 용어. 어쨌거나 도매가격에 물건을 사야 한다면 용어 습득 정도는 기본이다. 그래서 처음 쇼핑몰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에 질문까지 올리며 은어 배우기에 열심이다.
"동대문도 통역이 되나요?" 물론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도 이럴 때 통하는 법. 익숙한 말투로 '깔별'로 옷 달라는데 당신을 깔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이 비록 동대문 시장 초보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