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의 일기장○1부 그가 바라는 것(두번째 이야기)

이희성200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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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용할 수 없는 주변의 모습과 이와 대조되는 천사의 모습을 가진  아이를 사이에 두고.. 한 남자는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사내는  아이의 시야를 자신의 몸 쪽으로 돌리기위해 팔을 가로막아 축축한 자신의 신체로

 

끌어당겼다. 땀에 젖은 몸에 불편함을 느꼈는지 아이는 귀여운 인상을 쓰며 사내를 바라본다.. 뾰루퉁한 아이의 모습이 방금 전

 

상황을 잊게 만들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아이를 끌어 안고 문고리를 잡는다.

 

문틈을 통해 빠져나오는 상쾌한 공기가 그의 떨린 가슴을 진정시킨다. 주변을 둘러봐도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그제서

 

야 안심을 한 사내는 아이를 그루터기에 앉힌 후에 이마에 맺힌 식어버린 땀방울을 닦는다.

 

[으 찝찝해.. 아찌 너무해].. 아이는 땀묻은 옷을 늘어뜨리며, 오만상을 짓는다.

 

[하하하.. 꼬맹아.. 아직까지 자고 있으면 어떻게 해! 이렇게 좋은 날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맡는 것도 건강에 좋은 일이라구!].

 

애써 미소를 지으며 아이에게 자신의 상황을 대변이라도 하듯 말을 늘어놓는다.

 

[아저씨가 우리 꼬맹이 좋아하는 버섯요리 해줄테니까 잠깐동안만 여기서 아침공기를 맡으며, 잠 좀 깨구 있으렴.]

 

사내는 변명이라도 하듯 말을 늘어놓는다. 아직 잠이 덜 깬 눈으로 아이는 사내를 바라보며 입을 삐쭉 내밀며 순하디 순한

 

은빛의 눈으로 바라본다. [아찌 나 아직 졸려!.. 좀 더 자구 싶단 말이야.. 꿈에서 페루랑 같이 노는 꿈 꿨는데..]

 

가끔씩 숲에서 살다가 근처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으러 오는 다람쥐를 보고 아이는 페루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음.. 오늘도 올지도 모르니까 기다리고 있어봐. 꿈에서보다 실제로 노는게 더 잼있지 않을까?]

 

뾰루퉁해 있던 아이의 표정이 이내 밝아지며, 얼굴에 천사의 미소를 띈다.

 

[헤헤.. 정말 올까 아찌?]

 

[그럼!.. 꼬맹이가 이렇게  기다리는데 누가 안 오겠니?]

 

[떼뿌~!!.. 그 대신 맛있게 만들어와!]

 

[당연하지.. 우리 꼬맹이가 먹을건데.]

 

아이의 시선을 밖으로 돌린 사내는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재빠르게 마른 걸레와 마대자루를 들고 침입자의

 

피로 더럽혀진 방을 치우기 시작한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어느정도 주변이 정리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흔적이 남아있는

 

지 확인해본다.. 사내는 더운 날씨에 흐르는 땀을 닦아 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땀으로 젖은 옷을 벗고 더럽혀진 몸을

 

말끔이 씻은 후에 깨끗해진 기분으로 가져온 버섯을 꺼낸다. 그 상황을 생각하기 이전에  아이가 기다릴까봐 우선 가져온 버섯을

 

요리해야겠다고 생각한 사내는 남은 장작더미를 태우며 약간의 올리브유와 풀어놓은 달걀을 넣고 적당한 소금과 그 위에 가져온

 

버섯을 올려놓는다. 지글 지글 볶는 소리에 배에서는 신호를 보낸다. 어느 정도 요리가 완성되어 갈 무렵 사내는 잊고 있었던 목

 

의 갈증을 아침에 떠온 물로 해결한다. 완성된 버섯 요리를 접시에 담아 갈아만든 포도주스와 함께 식탁위에 올려 놓은 후 사내는

 

마저 손을 씻고 음식을 먹은 후 기뻐하는 아이의 반응을 상상하며 문을 연다. 무언가에 반사되어 다가오는 햇빛에 순간적으로 눈을

 

감으며 순식간에 다가오는 살기를 그는 무방비 상태에서 대응할 수 없었다. 검은 칼의 곧게 선 날은 사내의 목을 노리며, 주변으로

 

녀석과 똑같은 두건 쓴 복장을 한 자들이 일제히 집을 둘러싸고 있었다.

 

[일년만이지.. 이리안?.. 너에게 나의 왼 팔을 내준 후로 복수의 날을 기다린지 딱 일년쯤 되가지 않나?]

 

검은 두건에 날카로운 두눈만이 이리안이라 불리는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리안은 등을 타고 흐르는 전율을 억제하지 못해 눈가에 핏줄이 선다.

 

[베른하르트... 넌... 죽었지 않나?]

 

가려진 두건사이로 입선을 따라 비웃는 듯 움직인다.

 

[지금 당장 죽여서 사지를 찢어놓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너를 찾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 일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따라가 주어야겠다.]

 

이리안의 눈에서는  말을 듣기보단 무언가를 찾는듯 주변을 둘러본다.. 나무사이로 수풀을 밟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자 자객들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순간 아이의 기운을 느낀 그는 자객들의 시선을 돌려야겠다는 생각에 목에 댄 검은 칼의 날을

 

잡는다.

[ 나를 기다리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겠다. 그러니, 더 이상 신성한 이 구역에 검끝을 거두워 물러나 주길 바란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따라오는군..덴, 필, 녀석을 포박한 후 마차에 태워라]

 

 집 주변을 둘러싼 자객은 10여명 정도였다. 이리안이 타고 있는 마차 주변으로 말을 타고 숲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가고 있을 무렵..

 

갑자기 무언가가 달려나와 앞을 가로막는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듯한 아이는 앞을 막으며 그들을 막는다. 마차에 타고 있던

 

이리안은 아이의 기운을 느낀듯 경직된듯..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제발, 그 아이만은 지켜주시길..}

 

머릿속을 타고 누군가가 했던 말이 생각나며, 그는 입술을 꽉 다문채 있는 힘껏 감긴 포승줄에 힘을 가한다..

 

순하디 순한 은빛 눈으로 그들을 보며 맑은 미소를 보낸다..

 

[아저씨를 데려가지 말아주세요.. 부탁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