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하되 해피 엔딩인 프랑스판 로맨틱 소설...<그대를 다시 만니기>

백혁현2008.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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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내게 아는 체를 하면 나 또한 누군가에게 아는 체를 한다. 물론 만남의 선순환을 전제로 한 이러한 다큐멘트의 실상은 때때로 악순환이기도 하다. 나는 그렇게 나를 둘러싼 두 개의 서클이 돌고 또 도는 모양을 느긋하게 즐길 처지가 아님에도 항상 그렇게 한다. 난 쫓기는 듯 하면서 절대 쫓기지 않고 쫓는 듯 하지만 절대로 쫓지 않는다, 가 아니라 그렇다고 자부할 따름이다.


  “나는 마지막 이별의 상처로부터 벗어나는데, 육 주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어요. 사랑의 시련으로부터 치유되는 데는 사랑한 시간의 절반 정도가 걸린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면 마치 마술처럼 과거의 무게가 사라진다는 거예요. 그때가 되면 사람이 얼마나 가볍게 느껴지는지 당신은 아마 상상도 못 할 거예요. 공기처럼 자유로워요.”


  마르크 레비의 소설은 주로 사랑을 다루고 (도대체 어린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동화가 왜 남녀의 사랑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랑은 대부분 몽환적이다 (어린 아들에게 몽환적인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픈 아버지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항상 운명적이다. 그들은 만나지만 곧 헤어지고, 헤어지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난다 (얼핏 동양적이다). 주인공들은 크게 원을 그리며 비껴가는 듯 하지만 결국은 그렇게 또 만나고 만다.


  “코마 상태를 건망증과 혼동하지 마세요. 둘은 엄연히 다른 거랍니다. 충격적인 일을 당한 사람이 예전 사건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무의식에 빠지는 경우는 자주 있어요. 하지만 그 기간이 좀더 길어질 때는, 건망증이라고 불리는 현상과는 다른 손상을 가져온답니다. 그건 그 자체의 원인을 가지고 있죠.”


  이번 소설 또한 건축가인 아더와 신경외과 인턴인 로렌이 그리는 큰 원을 축으로 한다. 코마 상태에 빠졌던 로렌과의 짧은 사랑을 잊지 못하는 아더는 결국 오토바이 사고라는 운명에 의하여 다시금 로렌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코마 상태에 빠져 있을 때의 사랑을 어렴풋하게만 기억하는 로렌과 이러한 로렌과의 재회를 여러 가지 연유로 포기해야만 했던 아더는 금세 가까워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운명은 악순환이라는 고리가 아닌 선순환이라는 고리를 가지고 있는 탓에 누구의 간섭도 받기를 거부하는 두 사람만의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난다.


  “... 내가 이 병원 안에서 자네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는 동안, 그는 다른 장소에서 자네와 함께 살고 있다고 주장했네! 자네의 어머니는 사고가 나기 전에는 두 사람이 모르는 사이였다는 걸 내게 확인시켜주었어. 하지만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자네 어머니의 확인과는 사뭇 다른 것을 증명해주었지...”


   그렇다면 나를 둘러싼 모든 서클들 또한 어느 순간 모든 것을 환영처럼 과거의 한 켠으로 밀어내며 선한 고리로 마감될 수 있을까. 쫓고 쫓기던 환영들은 차곡차곡 기억의 곡간에 쌓여 차분하게 먼지 뒤집어쓰게 될 수 있을까. 간헐적으로 비 쏟아내는 어두운 하늘로 가득한 주말, 고즈넉한 빗소리 속에서 소설을 읽어내고 있자니 갖은 상념이 우레와 같다.

 

  ps. 소설은 작가의 첫 번째 작품 『천국 같은』의 후속편이라고 한다. 그러하니 재밌겠다 싶어 읽어 보고자 하는 분이라면 이 소설에 앞서『천국 같은』을 먼저 읽는 것이 좋겠다. 더불어 『천국 같은』이라는 소설은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영화 로 만들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