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받은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니?

임현진2008.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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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 씨티 이후로 인기 있는 미드 선택받은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니?

 

일상이 파티이고 스타일이 곧 윤리이며 부러울 것이 없는 부유층 고교생들. 그러나 부유층으로서 겪어야만 하는 불안정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그냥 좋은것이 아닌 최상의 것을 가지고도 더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베프’의 ‘남친’과 잤다. 술에 취했다고는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개 없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하거나, 둘 모두를 포기하거나, 혹은 모두 다 가지거나. 그런데 그녀가 선택한 것은 그냥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으로부터 불현듯 도망쳤던 그녀는 몇 개월 뒤, 진짜 자기 자신을 찾아서 돌아왔다. <가십걸>의 이런 시작이 의미심장한 것은 맨하튼의 돈 많고 막 나가는 십대들도 ‘가능성’이라는 걸 가지고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뭔가 애초부터 삐뚤어진 아이들도 뭔가 잘못된 것들을 되돌리거나 잘못한 것들을 반성하거나, 혹은 좋은 쪽으로 바꿀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젊음의 특권이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그런 실수를 돌이킬 수 있는 가능성의 여지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세레나 반 더 우드슨, 혹은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있다.

방황하고 성장하는 청춘의 새로운 아이콘

 

영화 <청바지 돌려입기>(왼쪽)로 주목받았던 그녀는 <가십걸>을 통해 새로운 스타로 발돋움했다

 

 

1987년에 태어난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지금 미국에서 가장 적은 작품으로 가장 핫한 인물이 된 배우일 것이다. 2005년에 청춘 영화 <청바지 돌려입기>에 출연하며 주목받은 그녀는 2007년 CW채널의 <가십걸>을 찍으며 패션과 스타일, 그리고 인터넷 가십의 중심에 섰다. TV 시리즈 한 편으로 이른바 ‘스타’가 된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178cm에 이르는 큰 키와 치렁한 금발, 선이 굵은 외모로 십대들의 패션 아이콘이 되었고 <틴 보그>, <럭키 매거진>, <세븐틴> 같은 유명 잡지의 표지모델이 되는 유명세도 얻었다. 드라마에서 연인으로 나오는 펜 바드글리와 실제로도 연애를 하고 있으며, 그것에 대해서 거리낌 없이 밝히고 심지어 인터뷰를 통해 자랑하기까지 한다. 신데렐라처럼 등장한 이 배우에 대해 어떤 이는 그저 스타일만 좋은 반짝 스타라고 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앞으로 대성할 가능성을 가진 배우로 보기도 한다. 그리고 사실, 지금 그녀의 정체성은 양쪽 모두에 속해 있다.

<가십걸>은 ‘어른 흉내는 내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마약과 섹스, 학교 내 권력관계와 복잡한 가족문제를 두루두루 가진 아이들은 매일 저녁을 어디에서 먹고 쇼핑은 어디에서 할까 결정하는 것이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는 일이라 여기면서도 아이비리그에 진학할 가능성을 얻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S.A.T를 대비한 공부를 하면서도 연애도 포기하지 못한다. 하지만 <가십걸>은 블레이크 라이블리, 아니 세레나 반 더 우드슨의 드라마다. 세레나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 한때 방탕한 시절을 보낸 파티걸이자 학교를 주름잡는 퀸카였지만 자신의 실수를 어쩌지 못해 스스로 기숙학교로 도망간 뒤 가식이 아닌 진짜 자기 자신을 찾은 성숙한 소녀가 되어 돌아왔다. 물론 그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가장 친한 친구와의 오해도 있었고, 감추고 싶은 진실이 폭로되기도 했으며, 정리되지 않은 관계로 방황하기도 했으며, 새로운 사랑을 찾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그 모든 과정을 통틀어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자란다

 

 

90년대 미국 청년문화를 정의했던 얼터너티브 무브먼트를 거치고, ‘X제너레이션’이라고 분류되던 부모 세대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세레나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가십걸>은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대중적인 지지를 얻은 기반이다. 그리고 그 근거는 분명히 그녀의 세련된 스타일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재현하는 세레나에 지금 여기의 십대들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표면적으로 선정적이고 화려한 상류층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룬다고 해도, <가십걸>이 청춘의 성장드라마라는 사실을 숨길 수는 없다. 모든 틴 드라마들은 각각의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성장담’을 재현했고, <가십걸>은 그 최신 버전일 뿐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지점은 그들의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문제가 발생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쾅! 하고 사건이 터진 뒤에 각각의 아이들이 어떻게 그것에 대처하는지에 대해 주목하기 때문이다. 세레나의 무표정하면서도 심오한 표정이 순간 환하게 웃을 때의 그 갑작스러운 변화는 이들이 모두 십대라는 예특불가능한 시간을 관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블레이크 라이블리라는 배우의 타고난 성숙함이 그것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그 현실감에 매료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녀는 이제 겨우 스무 살을 갓 넘긴 된 배우지만, 그래서 더 압도적인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때가 되면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고, 빨래가 마르듯이 모든 아이들은 어른이 된다. 그건 몇 가지 재료들이 어떤 과정을 거친 뒤 훌륭한 요리로 거듭나는 일과 비슷하지만, 성장이 항상 조리법의 결과인 건 아니다. 사건과 사고, 반성과 성찰, 사랑과 신뢰가 양념처럼 적절하게 첨가될 때 아이들은 비로소 제대로 된 어른이 된다. 그 중 가장 필요한 것은 진실과 진심이다. 진실은 항상 숨겨지기 마련이고, 진심은 항상 각오 끝에 나온다. 성장의 과정이 혹독한 이유는 그런 순간을 준비도 없이 마주쳐야 하기 때문이다.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분명 배우로서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 그녀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애정 어린 시청자들은 <가십걸>의 세레나가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장래에 대해 진심으로 대하며 성장했듯이 그녀가 그렇게 성장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놀랍게도, 그녀는 이제 막 이십대로 진입한 풋풋한 여배우다. 미국에서 9월 1일에 방영될 <가십걸>의 시즌2를 기대하는 이유는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세레나의 삶을 통해 보다 깊은 성장의 과정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는 배우를 지켜보는 쾌감이다.

 

 

출처-매거진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