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s Of Love, #4

김동선2008.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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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결혼하기 전에,

늦어도 첫날밤의 침대에서는 멋있게 했어야 할 이야기를

지금에서야 전하기가 부끄러워 많이 고민했지만

 

오늘만은 꼭 이야기 해야겠다고 결심했어

조금 더 늦어버리면,

내가 정말 늙어버리면,

그러니까 지금처럼 분위기 잡고 너에게 속삭일 수 있는

로맨스마저 없어져버리면,

 

그땐 정말 큰일이잖아

 

 

 

무슨 얘긴데 그렇게 뜸을 들이냐고?

안심해

니가 싫어하는 첫사랑 얘기도 아니고,

지난 달 긁은 술 집 영수증 얘기도 아니니까.

 

그냥,

내가 머릿속에 그려왔던 '결혼'이 어떤 모습인지

얘기해주고 싶었어.

결혼한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번도

그런 얘길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야.

 

난 말야,

내가 언제까지나 세상의 주인공일거라고 자신하던

호기넘치는 젊은 날부터

'결혼' 이란 것의 밑그림을 그려봤었어.

 

그런데 그 밑그림이라는게

그 나이에 어올리지 않을정도로 소박하고 사소했어

 

미로 찾기를 해야 할 정도로 넓은 저택과

번쩍이는 고급 승용차,

가족간의 세계일주 따위를 그려도 모자랄 판에

난 뭘 그렸는 줄 아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가져다 줄 모닝커피 한 잔,

화사한 파스텔 톤으로 가득할 창문의 커튼,

아이들을 재우고 우리 둘만 마시는 캔맥주,

의기양양하게 시험지를 들고온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나,

봄이면 모두 손잡고 떠날 벚꽃놀이,

그리고 주름 가득한 노인이 되서도 한 이불 아래 잠들 너와 나,

 

뭐 이런 것들이었어

 

니가 왜 그런 표정 짓는지도 알아

그래, 마지막 것 빼고는 우리가 다 해 본 것들이지?

 

난 정말 신기했거든.

내가 꿈꿔왔던 것들이 현실로 펼쳐지는 지금이,

그 꿈속에서 사는 너와 내가 많이 신기했단 말이야

 

뜬 구름만잡고 똑같은 소리만 해대는 책들이 정말 싫었지만,

그런 내용들 중에서도

'간절히 머릿속에 그리면 현실이 된다'

이 말만큼은 무섭도록 현실적이더라

 

그런 신기함이

새삼 내가 이렇게 분위기를 잡는 첫 번째 이유라면,

두번 째는, 음,

이렇게 사소한 것들을 누리고 사는게

사실 가장 힘들다는걸

요즘에서야 새삼 느끼기 때문이야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 '행복'인지 아직 모르는 것 같더라

우리 아무한테도 가르쳐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알고있자

 

나 지금 정말 속이 후련할 정도야

사실 이렇게 널 팔에 눕히고

내가 그려왔던 모습에 대해 하나하나 말해주는 것도

그 사소한 꿈들 중 하나였거든

 

이제까지 이런 행복 누리게 해준건 정말 고마운데,

염치없이 하나만 더 부탁할까 해.

 

 

나중에 나중에 말이야,

 

웃을 때마다 이마에 주름이 번질 정도로 늙었을때도,

이렇게 내 옆에서 웃으며 누워있을 수 있지?

 

2008. 07. 22

Colors Of Love, #4

Music < 연인 > by. 알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