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好夏夏!! 인생의 시즌2를 준비하자!!!

박은경200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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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장마라고 하더니 장난 아닌 습도에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이다. 기상청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마침 그 지방출신 제갈량은 동남풍이 불 것을 예상하고 목숨을 걸었다는 고사의 ‘적벽대전’까지 개봉한데다가, “오늘은 많은 비가 오겠습니다”라는 그릇된 정보를 믿고, 이 여름 우산까지 챙겨 나온 우리를 더욱 열 받게 하는 기상청이고 보면 말이다.

2006년 여름도 참 더웠었다. 그때 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올 겨울에 춥다고 하면 나는 사람도 아이다” 라고.(好好夏夏!) 하지만 살 뭉그러지도록 더운 여름이 있었기에 살 떨리게 추운 겨울도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해내곤 기상청의 빗나간 일기예보마저도 용서가 된다. 그들은 100% 정확한 일기예보를 위해 이 여름 우리보다 더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무더위가 시작되던 6월의 어느 날,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97학번 여학생. 깔끔한(사실은 손질이 무지 편한) 커트머리에, 발랄해 보이는(이마저도 사실은 돼는 데로 편하게 입은) 청바지에 T셔츠 차림의 그녀는 법학과 97학번이다. 몇 년만의 반가운 악수를 하자마자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온 한마디. “교수님 저 매일 14시간씩 그냥 막 달렸어요. 그래도 시간이 모자라더라구요.” ‘달린다? 달린다! 흠, 이 용어는 어제 새벽 2시까지 달렸다. 뭐 이런 대목에 사용하는 거 아닌가?’라고 짐작하는 선수들이 있다면 그것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1997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처음 만난 그녀는 판사가 될 것이란 자신의 꿈을 발설했다. 그 꿈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빌었다. ‘제발 공부도 제대로 안 해보고 나가떨어지는 놈이 아니기를’ 그리고 1년, 2년이 지나면서 법정대학 등나무 아래 혼자 앉아 허공을 응시하던 무심한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꿈을 이루기 위한 힘든 과정이 우리 인생의 시즌2를 화려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말들을 나누었었다.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말하던 그녀의 모습과 현실이 버거워 말없이 허공을 응시하던 모습들이 겹쳐지면서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미 한발짝 다가섰다는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낭보가 날아들었다. 2007년 사법시험 1차 시험 합격! 기쁨을 나눌 새도 없이 그녀는 2차 준비에 돌입했고, 짧은 준비기간을 아쉬워하며 2차 시험장을 나왔단다. 그리고 바로 그날부터 그녀의 달리기는 시작되었다. 매일 매일 14시간을 눈이 팅팅 붓도록 책을 읽으며, 오늘까지 달려왔다는 것이다.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뼈만 앙상한 그녀의 손가락 끝 굳은살이 내 마음에 먼저 와 닿는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 시즌2를 이미 화려하게 펼쳐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무엇이 되고 싶다거나 무엇을 하고 싶다거나, 우리는 누구나 꿈을 가지고 산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였지만, 사실 꿈은 이루어내는 것이다.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다가갈 때 그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우리 경성학우들은 인생의 시즌1(1세~20세)을 아쉽게 마무리하고 이제 시즌2(21세~40세)를 시작하고 있다. 기-승-전-결로 이루어진 자서전이 있다면, 인생의 시즌2는 承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젊은 심신에 최대의 열정을 불어넣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키우는 시기인 것이다. 무작정 열심히 한다고, 혹은 무식하게 책만 읽는다거나 넘치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음주가무로 보내버린다면 엄청난 댓가를 치러야만 하는 시간들이다.

 

학생들을 만나 방학 때 뭐할거냐 물어보면 “그냥”이란다. ‘그냥 영어공부 좀 하구요’ ‘그냥 아르바이트하려구요’ ‘그냥 공무원시험 준비하려구요’...모두 그냥이다.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에 한 가지 당부를 한다. 목표는 지도와도 같다. 자신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으며, 어떤 길을 거쳐 그 곳에 도달할 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이 여름에 그냥 우왕좌왕 열심히 뛰지 말고, 하루, 한달, 일년, 십년에 걸친 분명한 목표를 먼저 정하자.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오늘은 무엇을 하였고, 내일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체크해보자. 그냥 영어공부 좀 하는 것과 이번 여름방학동안 토익점수를 500점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영어공부를 하는 것은 그 결과가 같을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우리 인생의 시즌2에 무엇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분명히 설정하고,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공부해보자. 시간이 흐르면서 내공이 급격히 증가함을 느낄 것이다. 

그럼 이 여름이 지나고 2학기에 다시 만난 우리들은 서로에게 내공을 나누어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러 있을 것이라 믿으며,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나의 내공을 나누어드린다. 팍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