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위기 5년간 지속되면 …

이강율200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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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5년간 지속되면 … 부동산발 한국판 서브프라임

 

○ 난생처음 경험하는 경제위기

 

현재의 경제위기가 언제 끝나고 다시 회복세로 들어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가장 낙관적으로는 내년이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비관적으로는 3~5년 내에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다행히 짧은 기간 내에 위기가 수습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최악의 상황을 미리 가정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할 듯싶다. 현재의 경제위기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전제 아래 부문별 변화상에 대한 예상을 해본다.

 

▲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부동산: 부동산 하락세 가속화되면 일본식 잃어버린 10년 도래 可

 

“혹시라도 지금과 같은 경제침체가 3~5년간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가장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내용은 부동산발 ‘일본식 잃어버린 10년’의 도래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의 진단이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된 단초는 부동산 거품이 단박에 꺼진 때문이다. 일본 경기가 최고조로 잘나갔던 때인 87년 1월 무려 70%에 달했던 도쿄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90년대 들어 매년 0~20%가량 떨어지면서 도쿄 부동산 가격은 급격하게 거꾸러지기 시작했다. 도쿄 부동산이 마이너스 가격상승률에서 벗어나 비로소 플러스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 지나서였다. 그 결과 현재 도쿄 부동산 가격은 최고치 대비 30%에 불과한 수준이다.

 

부동산 거품이 급격하게 꺼지면서 일본 소비가 급속도로 위축됐다. 이로 인한 내수 위축이 바로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에 들어가게 된 직접적인 배경이다. 소비가 위축되면 매출이 줄어드는 기업은 투자를 줄이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도산 기업이 줄줄이 나오면서 실업률이 높아진다. 실업률이 높아지는 만큼 다시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된 것이 바로 잃어버린 10년의 핵심이다.

 

일본보다 내수 의존도가 낮은 한국 경제는 일본만큼의 파장은 아니지 않을까. 실제 일본 경제의 내수의존도는 70%에 육박하는 반면 한국은 50%가량 된다. 수출만 잘된다면 소비 감소로 인한 내수 위축이 어느 정도 완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세계 경제가 전체적인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는 터라 수출 또한 잘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단순히 소비 위축만 불러일으키는 게 아니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금융권 부실이 또한 문제가 된다. 현재 은행들은 ‘가계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며 애써 위기론을 부정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그리 간단한 내용이 아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은행은 각종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묶여 주택 가격의 40% 선에서 대출을 해줬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문제는 주택 가격의 80~90% 선까지 마구잡이로 대출을 해준 상호저축은행과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이다. 그런데 이들 제2금융권이 대출을 해줄 때 혼자서 해준 게 아니라 은행과 연계?은행이 40%를 대출해주도록 하고 나머지는 자기네가 해주는 식으로 대출을 구성했다. 게다가 이들 제2금융권 대출은 담보 1순위도 제2금융권이다. 자칫 여기서 깨지면 제2금융권뿐 아니라 은행도 위험해질 수 있고 이는 금융권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 진단한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셈이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현재의 위기상황이 외환위기와 다른 점으로 공통적으로 3가지를 꼽는다. 첫째 외환보유액 규모, 둘째 기업 펀더멘털의 차이, 셋째가 금융의 건실성과 경쟁력이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은 “외환위기 당시 전 세계에서 최하위 수준이던 우리나라 금융 경쟁력이 지금은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금융권에 부동산발 위기가 닥치면 세 번째 차별조건인 금융의 건실성이 깨지면서 좀 더 외환위기와 비슷한 양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 기업 구조조정: 외환위기 후 기업체질 크게 개선, 외환위기와 같은 줄도산 없을 듯

 

아침마다 신문을 펼치면 어느 어느 기업이 부도를 맞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공중분해됐다는 식의 기사가 가득했다. 겨우 부도를 피한 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업별로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보너스를 절반 이상 ‘자체반납’식으로 삭감한 회사가 부지기수였다. 그나마 운 좋게 회사에 남은 직장인들은 보너스는커녕 월급이나마 제때 받는 것에 감지덕지해야 했다.

 

외환위기 직후 벌어졌던 직장인 풍속도다. 외환위기를 통해 학습효과를 얻은 직장인들은 다시 그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금리가 높아져 대출이자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실질소득은 제자리여서 가처분소득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판에 자칫 현재의 임금마저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준에서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경기침체가 오랜 기간 지속된다 해도 외환위기 직후와 같은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 생각이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 체질이 상당히 건실해져 몇 년간의 불황은 충분히 견딜만한 기초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창양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외환위기 때처럼 짧은 기간에 많은 기업이 도산하면서 실업자가 주르르 배출되는 식의 국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 장담한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부채비율은 꾸준히 낮아지는 반면 유보율은 급등하는 등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의 경우 외환위기 직후 부채비율은 347%에 이르렀으나, 2006년에는 83%로 크게 떨어졌다. 부채비율이 줄어든 만큼 이들 기업의 내부 유보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도 급증했다. 2006년 말 현재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의 내부 유보금은 총 364조원을 넘어섰다. 유보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유보율은 616%다. 자본금의 6배를 쌓아놓고 있다는 의미다.

 

부채비율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이익이 좋아졌음을 의미한다. 이자로 내보내는 돈이 줄어드는 만큼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동시에 유보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불황을 견딜 수 있는 여력이 크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는 전체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업종별, 기업별로 취약한 기업은 구조조정이나 도산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이창양 교수는 “적어도 매년 경제성장률이 4%대는 유지해야 기존 일자리는 유지되면서 대학 졸업생을 위한 신규 일자리도 어느 정도 창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4%대 이하로 내려가면 청년실업률이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뿐더러 기존 일자리 고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전체적으로 외환위기 직후와 같은 충격적인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 해도 고용의 질이 크게 나빠질 가능성은 상존한다’는 결론도 가능하다.

 

 

실제로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고용의 질이 크게 악화됐다. 토요타자동차의 경우 직원 4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다. 소위 파트타이머라 불리는 시간제 계약직도 많다. 2006년 현재 일본 전체 근로자의 24.5%가 시간제다. 현재 우리나라 파트타이머 비율은 8.8% 정도 된다.

 

○ 자영업: 가장 어려운 계층 될 것, 지원정책도 쉽지 않아

 

경제불황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계층이 바로 자영업자다. 기업이 외환위기 때처럼 극심한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반 샐러리맨은 어느 정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선에서 어려움을 헤쳐나가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영업자는 다르다. 샐러리맨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소비를 줄이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외식업 등 자영업자가 받게 돼 있는 구조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다만 지난 2005년에 마련된 영세자영업자 대책에서 ‘5인 미만 근로자를 고용해 생활형 서비스업(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 개인운수업 등)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을 자영업자라 한다’는 가이드라인만 제시됐다. 이 기준에 따르면 자영업에 속하는 사업체 수는 2006년 말 현재 206만개에 달한다. 2002년 204만개에서 2003년 209만개로 급증한 이후 계속 줄어들어 2006년 말에는 206만개가 됐다. 2002년 356만명에 달하던 자영업 종사자 수는 2003년 364만명을 거쳐 2006년 352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줄어들었음에도 2006년 기준 자영업자 비중은 취업자 대비 3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를 훨씬 웃돈다. OECD 평균 대비 2배나 높은 자영업자 비중은 자연스레 자영업 구조조정을 야기한다. 실제 2004년에 자영업 1차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2004년에도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OECD 평균의 2배에 달했다. 당시 일본은 인구 140명당 음식점 1곳, 미국은 419명당 1곳이었지만 우리는 식당 하나가 인구 80여명을 상대로 밥벌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1차 구조조정을 거쳤음에도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다. “구조조정을 주장하면서도 실업자 방지를 위해 정부가 계속 창업자금을 지원해주는 등 지원책을 편 때문”이라는 게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 소장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폐업이나 사업 전환이 필요한 한계 자영업 수가 15.4%(40만개)에 이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오랜 기간의 경제 불황이 이 같은 구조조정을 앞당길 것임은 당연지사다. 사실 지난해부터 이 같은 분위기가 시작됐다. 2007년 1월부터 10월까지 종업원 1명 이상을 둔 개인사업체 사장은 156만명으로 2006년 같은 기간에 비해 4.3%(6만8000명)가 줄었다. 1998년(-15.1%)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이다. 한상완 상무는 “자영업을 영위하는 가계가 대거 파산할 것”이라 전망했다. 더 심각한 것은 향후로는 외환위기 직후처럼 자영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워낙 자영업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팽배한 마당에 서비스 직종 등 산업구조에 맞는 새로운 자영업과 직종을 선별 육성하는 식은 몰라도 무작정 소상공인에게 자금을 퍼붓는 식의 지원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경희 소장 진단이다. 더 심각한 것은 자영업 구조조정 가속화와 함께 도시빈민층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중산층이 대거 하류계층으로 전락한 일본에서는 요즘 ‘워킹푸어(아무리 일해도 빈곤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계층)’ 문제가 심각한 사회·정치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공산당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시이 가쓰오 일본공산당 서기장은 최근 “지난해 9월 이후 매월 연속 1000명씩 당원이 늘어났다. 공산당이 이제까지 체험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증시: 급전직하 없어도 침체 기간 길 듯

 

“특히 대기업은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증시는 어느 정도 떠받쳐질 수 있다”고 전성철 이사장은 자신있게 주장했다. 물론 무작정 낙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잃어버린 10년 동안 최고점인 3만8000에서 최근 1만2000대까지 떨어진 경험을 갖고 있다. 2000을 넘었다가 현재 1500대로 낮아진 코스피지수의 바닥이 지금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전 이사장의 얘기 또한 ‘어느 정도 떠받쳐질 수 있다는 것은 외환위기 시절인 200대까지 급전직하할 가능성이 낮음’을 의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급전직하하진 않겠지만, 오히려 침체기는 길어질 수 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97년 말부터 98년을 거치는 동안만 지루하게 300~400대에서 머물렀을 뿐 경제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면서 99년 7월에는 바로 1000대로 올라섰다. 서브프라임 위기 때는 두말할 나위 없다. 단기적인 금융충격 정도로만 받아들여지면서 지난 3월에 1537까지 폭락했다가 9월 1900 근처까지 올라가면서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후 다시 1500대까지 떨어진 주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위기감이 감도는 현재도 이러한데 실제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하면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000 이하로까지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고점과 저점이 낮아지는 베어마켓(주가가 하락하고 있거나 하락이 예상되는 시장)이 연출되면서 지루하게 L자형을 그릴 것”이라 진단한다. 한편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은 “경기둔화와 국내외 금융 불안, 환율 상승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시장 이탈이 늘어나면서 증시 불안이 야기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출처: 매경이코노미 제1466호 / 2008.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