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관리 업그레이드] (2) 핵심직무 승계 성공전략

정오균200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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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군 육성해 리더십 공백 막아라

 

 

[인사관리 업그레이드] (2) 핵심직무 승계 성공전략

     농구에서 5명의 주전선수를 제외한 벤치 멤버 가운데 가장 기량이 뛰어나 언제든지 대체 투입할 수 있는 1순위의 후보선수를 ‘식스맨’이라 한다.

주전선수의 체력이 떨어졌거나 경기 흐름을 바꿀 때, 또는 부상당한 선수가 생겼을 때 기용한다. 축구나 야구에서도 항상 후보선수는 준비돼 있다.

스포츠에서 우승하기 위해 몇 개월에 걸쳐 수십 게임을 해야 할 경우, 주전은 물론 후보선수가 얼마나 많은지가 해당 팀의 성적표를 결정적으로 좌우하기도 한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치열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 아래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역량이 뛰어난 백업 멤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벤치의 힘(Bench Strength)’이라는 것은 스포츠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업 내 핵심 포지션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 후보군이 질적 양적으로 얼마나 준비돼 있느냐를 의미하는 말이다.

특히 CEO 및 임원과 같이 회사 경영에 직접적이고도 큰 영향을 미치는 포지션의 경우 불의의 사고나 다른 회사로의 이직 또는 그 밖의 여러 다른 사유로 인해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게 될 때, 이들을 대체할 사람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피터 드러커는 “사람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능력은 기업이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다. 실제로 이런 능력을 지속적으로 보유한 기업은 매우 드물다”라고 했다.

즉 미래에 필요한 인재의 지속적인 확보·개발·유지를 통해 중단 없는 리더십 파이프라인의 구축이 영속기업의 첫 번째 조건일 수 있는 것이다. 리더십 공백(Leadership Vacuum)은 기업경영의 가장 큰 위협요인 중 하나다. 이런 위협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선 인재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맥도날드 회장 사망 때 3시간 만에 CEO 선임

캔탈루포 전 맥도날드 회장은 지난 2004년 4월 20일 심장발작으로 병원에 실려 간 지 1시간 만에 숨졌다.

맥도날드 이사회는 3시간 후 화상회의를 통해 찰리 벨 COO(최고운영책임자·Chief Operating Officer)를 신임 CEO로 선임했다. CEO 승계를 미리 준비해 불과 3시간 만에 불협화음 없이 CEO를 교체한 것이다.

‘잭 웰치가 제너럴모터스사와 같이 문제가 많은 기업을 맡게 된다면’이라는 설문결과에 대한 응답은 재미 있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15명의 CEO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3명이 잭웰치가 다른 경영자와는 달리 차별적인 성과를 창출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다음으로 제너럴모터스사의 주식을 살 것인지 물어봤더니 14명이 그럴 것이라고 응답했다.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해 보니 주식을 산 첫날 10~25% 오를 것이라고 응답했다. 시장 내 유명한 애널리스트들 역시 동일한 대답을 했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다. 자동차 산업에 경험이 없는 잭 웰치가 어떤 방법으로 제너럴모터스사의 가치를 높일 것인가. 이에 대해 GE의 간부들은 다음과 같이 답을 했다.

“잭 웰치라면 전략을 재정립하고, 전략 실행을 위한 팀을 재정비하고, 이를 지원하는 체계를 조직해,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이다. 이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직원의 능력을 평가해 인재를 파악하고, 적합한 사람을 적합한 자리에 기용해, 잭 웰치가 의지할 수 있는 리더를 확보할 것이다.”

조직의 최고위층으로부터 2~3단계 아래의 수준까지 훌륭한 리더들을 확보할 것이고, 그 후에는 만약의 상황에 이런 리더들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인재들도 준비시켜 놓는다는 게 핵심이다.

또한 리더들이 부족한 역량을 찾아 가능한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할 것이며, 핵심 직무에 대해서는 대체 수행이 가능한 백업요원을 두 명 이상 확보해 놓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다시 말해 다른 어떤 CEO보다도 ‘벤치의 힘’을 구축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 현장사례

HSBC, CEO(최고경영자) 승계시스템 구축

[인사관리 업그레이드] (2) 핵심직무 승계 성공전략

  HSBC 글로벌 전략회의 장면.  HSBC는 상시 승계계획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이다. 회사의 전략 수행에 필요한 핵심 포지션을 선정해 놓고, 해당 포지션에 적합한 사내외 인재풀을 상시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관리하고 있고, 이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한다. 해당 포지션에 요구되는 역량 수준 역시 명확히 설정돼 있다. 전략 수행에 필요한 핵심 포지션별로 ‘벤치의 힘’을 관리할 수 있는 상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핵심 포지션 공백에 따른 사업리스크의 최소화가 가능해졌다.

일례로 핵심 본부장 포지션의 공백이 예상될 경우 바로 승계시스템을 통한 승계 프로세스를 거치게 된다.

먼저 핵심 포지션별 사내 인재풀 중에서 1차 심사 후보군을 선정한다. 선정된 후보군들은 HSBC의 역량모델 기준에 근거해 엄격한 심사를 하며, 직무별 그리고 사업부별로 요구되는 행동역량과 업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기술 등 능력적인 측면도 같이 평가하게 된다.

[인사관리 업그레이드] (2) 핵심직무 승계 성공전략

     만약에 해당 포지션에 적합한 외부 우수인재가 발견될 경우 내부 후보군과 동시에 심사 프로세스를 진행하게 된다. 이는 해당 포지션에 적합한 최고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함이다.

최종 후보군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심사시스템을 활용한다. 관련 사업본부장, 지역관리자 그리고 전문 컨설턴트가 참여해 후보자가 해당 포지션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패널 토의 및 역량 평가를 실시하게 되고, 이후 최종 후보자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승인이 이뤄지게 된다.

HSBC 승계계획시스템이 대부분의 국내 기업과 다른 점은, 우선 전략실행에 필요한 핵심 포지션과 요건을 사전에 명확히 정의해 놓고 해당 포지션에 적합한 인재풀을 상시 관리한다는 점. 둘째, 내외부를 가르지 않고 해당 포지션에 최고 수준의 인재가 배치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관리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내부인력에 의한 평가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객관적인 선발 과정을 거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잭 웰치, 심장수술 뒤 승계 프로세스 진행 지시

승계계획 중 가장 중요한 대상은 CEO 승계계획이다. 95년 잭 웰치는 심장수술을 받은 후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여 CEO 승계 프로세스를 지시했다. GE는 각 사업부문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젊은 내부 인사를 대상으로 잭 웰치와 10~15세 정도의 연령차이가 나는 24명의 초기 후보군을 도출했다. 5명으로 구성된 GE 이사회가 3년 동안 매년 6월에 24명의 승계 후보군 및 프로세스의 진행에 대해 직접 검토하고 리뷰를 실시했다.

3년 후 CEO와 이사회는 후보군을 8명으로 압축하고 탈락자는 각 후보의 백업 멤버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적에 바탕을 둔 투명한 선정 과정을 통해 조직 내외부에서 최종 후보군에 대한 자연스러운 합의를 이끌어낸다. 5년 후 CEO와 이사회는 3명의 최종 후보군을 발표한다. 이후 여러 번의 회의를 통해서 ‘기대 이상의 경력’ ‘자기 업무영역의 확장 정도’ ‘GE가치와의 적합도’ 등 세 가지 관점에서 구성원 전원이 모두 인정하는 최종 후보자를 선출하게 된다. 선출 확정 직후 전임 CEO는 신임 CEO를 직접 초대해서 소식을 알리고, 탈락한 두 명도 직접 방문해서 알린다. 현 CEO인 제프리 이멜트가 선임되기까지 6년 5개월의 프로세스를 거쳤다. 신임 CEO가 선출된 지 3주 후, 이사회는 매년 그러하듯이 ‘비상시 CEO 승계자’ 후보군을 선정했다.

GE 승계계획의 큰 특징은 장기적 관점에서 젊은 인재를 미리 선발해 내부육성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 승계 과정은 철저한 실적을 바탕으로 경쟁을 유도하고 이러한 과정이 이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김병전 딜로이트컨설팅 휴먼캐피털그룹 파트너]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63호(08.07.09일자) 창간29주년 기념 특대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