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 - #483

강재진200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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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 #483

 

 

분주한 발걸음이 오가는 퇴근시간 거리.

커피전문점 현관 앞자리에 한 여자가 노트북을 열고 앉아 있다.

그녀는 지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퇴근을 기다리며 그의 직장 맞은편에 있는 커피전문점에서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그가 나타날 때가 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두를 계속 쫓는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종합병원 대기실에 앉아있는 환자같다.

언제 인턴이 내 이름을 부를지 몰라 눈과 귀가 곤두 서있는 것이다.

 

그때 한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 죄송하지만.. 저 정말 죄송한데요.. 제가 급하게 메일을 확인해야 될게 있어서..

잠깐만.. 노트북 좀 빌릴 수 있을까요?

 

그녀는 그렇게 하라고 했고,

남자는 노트북을 자기쪽으로 돌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서둘러 쳤다.

그는 마치 저승사자의 초대 메일을 받은 사람처럼 희미해졌다.

그녀가 묻기도 전에 그가 사연을 말했다.

 

- 사실은 오늘 여기서 만나기로 했었습니다.

그녀가 저에게 헤어지자고 했었고, 저는 안된다고 매달렸죠.

전 그녀한테 일주일을 주겠다고 말했고,

여기서 오늘 만나기로 했는데 조금전에 문자가 온거에요. 지금 메일을 보냈다고..

 

메일 내용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를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를 탓할 순 없다. 이별에 있어선 예의를 차릴 겨를이 없으니까.

남자는 다시 노트북으로 눈을 돌린 여자에게 물었다.

 

- 저 초면에 실례같지만 어떻게 하면 여자의 맘을 돌릴 수 있습니까..?

전 그녀를 위해선 모든 걸 버릴 수도 있었어요.

근데 저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여자는 남자의 순진한 눈이 맘에 들어 정성껏 대답했다.

 

- 사랑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버려야 할 건 자존심이에요.

 

예기치 않은 순간

자존심이 고개를 들때 이별이 완성된다.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