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같은 영화- [일 포스티노]

이가영2008.08.03
조회1,117

 

[일 포스티노]

★★★★★

 

일 포스티노....

예전에 어릴 때 브래드피트가 나와서 영화잡지를 산 일이 있다. 1996년도였던가...?

 

그 때 그 잡지를 닳고 닳도록 읽었었는데,

이 영화가 소개 되어 있었던게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제목이 일 포스티노

 

왠지 유럽의 느낌이 물씬. 그때까지 미국아니면 중국 영화만 보아왔던 어린애에게

유럽영화란....

 

그리고 10여년이 흐른 후 이 영화를 처음 보았다.

다름이 아니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영화 음악을 틀어준 일이 있는데,

일포스티노의 주제곡이 내 귀에 쏙 박혔기 때문이다.

 

나른하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 딱 내 스탈인걸?

 

영화도 꼭 봐야되겠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했으니 멋진 지중해 풍광도 볼 수 있을거야.

 

라는 조그만 기대를 품고 영화를 플레이 했다.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이유로 우체부가 된 마리오.   배경은 1940-50년대 이탈리아의 작은 섬마을.그곳에는 어업을 하는 순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주인공 마리오도 아버지와 살고 있지만, 그는 고기잡는일엔 도통 관심이 없다.그러던 어느날, 이 작은 섬마을에 칠레의 유명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망명을 오게된다.이 유명시인 때문에 불어난 우편물로, 우체부를 따로 고용하게 되고, 마리오는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이유로네루다의 우편물만을 배달하는 우체부로 취직하게 된다.마리오는 유명시인을 알고지내는 것을 여자들에게 자랑함으로써 인기를 끌려고 하지만어느덧, 네루다와 마리오는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는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마리오 : 사랑에 빠졌어요...너무 아파요..

네루다 : 치료약이 있네..

마리오 : 하지만 전 낫고 싶지 않아요.. 계속 아프고 싶어요...

 

마리오가 아리따운 여인 베아트리체 루소에게 반한 후 네루다에게 한 말이다.

 

마리오는 네루다와 대화를 나누면서 &#-9;메타포(은유)&#-9;라는 말도 처음들어보던 수준에서 벗어나

 

제법 시라는 것을 쓸 줄 아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받은 수첩에 고민고민하다가 처음 쓴 시는 둥그런 달 그림이었다.

 

루소를 생각하며 펜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그린건데, 순박하고 맑은 마리오, 너무 귀여웠다.

 

마리오를 사랑으로 달뜨게 한 베아트리체 루소.

 

이탈리아 여인들의 특징은 무표정일 때 정말 섹시하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대표여배우 소피아 로렌의 무표정을 떠올려보라.

 루소의 무표정 역시 무뚝뚝하기 보다는 섹시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

 

어쨌든 네루다는 마리오의 사랑의 전도사가 되기 위해 직접 루소가 운영하는 여관에 찾아와 마리오가 루소앞에서 폼좀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마리오는 그를 계기로 루소와 결혼까지 이르게 된다.

 

루소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마리오는 네루다의 시를 베껴서 주는데

 

그러면서 네루다에게 이런말을 한다.

 

" 시는 시를 쓴 사람의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 시를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인지도 모릅니다."

 

푸른 바다와 순박한 사람들, 그리고 자전거, 시. 정말 그림같은 영화.

 

순박한 우체부에게 이런 감성을 키워준 시인은 망명 생활을 끝내고 다시 칠레로 돌아가게 되고,

 

시인이 돌아가고 난 뒤에도 마리오의 네루다 사랑은 계속 된다.

 

하지만 칠레로 돌아가고 난 뒤 많은 시간이 흘러도 시인에게서는 자신의 물건을 부쳐달라는 비서의 편지 외에는 연락한장이 없고, 시인을 진정한 자신들의 친구로 생각했던 마을사람들은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마리오는 실망하지 않고, 네루다에게 마을을 추억할 소리를 녹음하기 시작한다.

 

파도소리, 성당의 종소리... 그물소리...루소가 임신한 태아의 심장소리..

 

하지만 시인이 섬을 떠난 후 4년이 지나 다시 섬을 방문했을 때 마리오는 그곳에 없었다.

 

사회주의 시위에 참가해 파블로 네루다를 위한 시를 낭송하려고 단상으로 나가다가

갑자기 흥분한 시위대에 휩쓸려 압사한 것이다.

 

그 녹음된 소리를 들으며 네루다가 마리오를 추억하는 장면은 눈물한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보는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어흑.. 왜 이리 요즘 보는 드라마나 영화마다 주인공들이 죽는겨...

 

실제로 마리오 역을 맡았던 마시모 트레이시(?)라는 배우는 이 영화촬영을 마친 바로 다음날 지병인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순박한 청년 마리오를 정말 연기 잘 해줬다.

나는 진짜로 섬청년이 연기하는 줄 알았다. 어눌한 말투와, 빗질한지 일주일은 된것같은 머리와 순박한 표정.

 

아마 그는 죽기 전 모든 열정을 이 순진하고 아름다운 청년 마리오에 바친걸지도 모르겠다.

 

햇빛이 눈이 부시도록 내려쬐는 여름.

 

이 영화한편을 본다면 아마 지중해로 멋진 휴가를 다녀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아름다운 화면에 더해지는 일포스티노의 메인테마곡...마리오가 해변을 자전거를 타고갈 때 잔잔하게 깔리는데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알고보니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고 한다.우리는 영어를 쓰지 않는 영화는 막연히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이영화를 보면서 유럽영화도 관심을 가지고 볼 필요를 느꼈다. 헐리웃 영화와는 또 다른 은은한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갑자기 노트를 꺼내서 마리오처럼달이라도 그려넣고 싶은 감상에 젖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나는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누가 말을 해준 것도 아니고 책으로 읽은 것도 아닌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느 거리에선가 날 부르고 있었네

 

밤의 가지에서

 

느닷없이 타인들 틈에서

 

격렬한 불길 속에서

 

외로운 귀로에서

 

그 곳에서 얼굴 없이 사는 나를 건드렸네

 

 

 

--- 파블로 네루다의 ‘시(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