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김선미2008.08.11
조회132

 

키친

 _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  

_

나는 매일 부엌에서 잠들었다.

방에서는 잠들기가 어려워 점점 편한 곳으로 흐르다보니,

어느 날 아침,

냉장고 옆이 가장 잠자기 편한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_

확실하게 존재하였던 가족이란 것이,

세월을 두고 한 명 두 명 줄어들어,

지금은 나 혼자라 생각하니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보였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태어나고 자란 방에 나 혼자 있다니,

놀랍다.

무슨 SF같다. 우주의 어둠이다.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 한 사흘은 멍하고 지냈다.

눈물도 마른 포화 상태의

슬픔이 흔히 동반하는 나른한 잠의 꼬리에,

조용한 부엌에 요를 깔았다.

라이너스처럼 담요를 둘둘 말고 잠든다.

위ㅡ잉, 냉장고 소리가 내 고독한 사고를 지켜주었다.

그곳에서는, 그럭저럭 평온하게 긴 밤이 가고,

아침이 와주었다.

다만 별 아래서 잠들고 싶었다.

아침 햇살에 눈뜨고 싶었다.

그 외의 모든 것에는 그저 담담했다.

_

방 한 구석에서 숨쉬며 살아 있는,

밀려오는 그 소름끼치는 고적함,

어린애와 노인네가 애써 명랑하게 생활해도

메울 수 없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나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일찌감치 깨닫고 말았다.

_

늘 그렇다.

나는 항상 한계점까지 다다르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한다.

이번에도 정말 아슬아슬한 시점에서

이렇게 따스한 침대가 주어진 것을,

나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신에게 감사하고 있다.

_

그를 만나면 늘 그랬다.

내가 나 자신이란 것이 굉장히 슬퍼진다.

_

그는,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

아까, 소타로가 말했었다.

다나베의 여자 친구는 1년을 사귀었는데도

상대방을 잘 알 수 없어 지겨워졌다고.

다나베는 여자를

만년필이나 뭐 그런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나는 유이치를 사랑하지 않으므로 잘 안다.

만년필에 대한 그와 그녀의 생각이 질과 무게에 있어

젼혀 달랐던 것이다.

세상에는 만년필을 죽기로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 점이 너무 슬프다.

사랑하지 않기에 알 수 있는 일이다.

_

나는 신에 맹세코,

그런 일들은 그런대로 담담한 심정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여겼었다.

버스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하늘 저 멀리로 사라져가는 비행선을 눈으로 쫓으면서.

그런데, 막상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물이 똑똑

가슴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닙니까.

놀라웠다.

자신의 신체 기능이 정지되었는가 싶었다.

_

귓속에서,

하늘을 움직이는 별들 소리가 들릴 것처럼

잠잠하고 고독한 밤이다.

파삭파삭한 마음에 컵 한 잔의 물이 스민다.

조금 추워, 슬리퍼를 신은 맨발이 떨었다.

_

"정말 홀로서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뭘 기르는게 좋아.

아이든가, 화분이든가.

그러면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있게 되거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노래하듯, 그녀는 그녀의 인생 철학을 말했다.

_

휘청 현기증이 일 정도로 괴롭지만,

 

 

만월   

           ㅡ키친2

_

길도 발치도, 잠잠히 가라앉은 건물도 모두 뜨겁고

뒤틀려 보였다.

_

가슴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가늘게만 느껴졌다.

눈동자 깊이 숨어 있는

뽀죡한 것이

바람에 드러나 점점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_

"드디어 고아가 되고 말았어"

유이치가 말했다.

"난 두 번이나 그랬어. 자랑할 건 못 되지만"

내가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유이치의 눈에서 눈물이 똑똑 흘러 떨어졌다.

"너의 그런 농담이 듣고 싶었어"

팔로 눈을 비비면서 유이치가 말했다.

"정말 너무너무 듣고 싶었다구"

나는 두 손을 뻗어 유이치의 머리를 꼭 껴안고.

"전화해 줘서 고마웠어"라고 말했다.

_

이 조그만 도시의 모든 부분에, 공원에, 길에,

안개처럼 스미는 겨울의

무겁고 싸늘한 기운을 다 감당할 수가 없다.

짓눌려 숨을 쉴 수가 없다.

_

자신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 있다는 기분이 안 든다.

그래서,

이런 인생이 되었다.

_

저기 봐,

달이 예쁘잖아

_

그런데 먹을 거리도 빛이 나잖아.

그리고 먹으면 그 빛이 사라지잖아.

그런 게 성가셔서

술만 마셔댔어.

_

온 방이 밤 속에서

조용히 귀기울이고 유이치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 같았다.

_

곁에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가까운, 둘도 없는 친구인데,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지 않는다.

아무리 불안해도 저 혼자 힘으로 서려는 성질.

_

가끔, 노리 씨의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걸려오는데,

황송할 만큼 상냥하고 부드럽다.

노리 씨의 하루 일과를 전부 파악하고 있는 데는 놀랐다.

세상의 엄마란 다 그런 것인가.

_

이렇게 긴 머리칼에 날씬한 여자가 앞에서 어른거리니까

다나베 씨가 점점 교활해지는 거라구요. 

 

여기서 '나'를 남이 묘사한 건데 자꾸 우낌

긴 머리칼에 날씬한 여자. 쿠쿠쿠

키친

_

연애란,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돌봐주는 힘든 일이 아닐까요?

_

그 모든 과정이

뭐라 말할 수 없이 서글프고 암담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원인 모를 분노를 터뜨리며 이 방으로 들어온 그녀의

머릿속이며 나날의 기분을 상상하고는,

나는 진정 슬퍼지고 말았다.

_

이해가 전혀 일치하지 않은 면회가,

개운치 않게 끝났다.

_

영문도 모르는 채 그는 아주 친절했다.

나 기분이 굉장히 우울하니까,

지금 당장 아라비아로 달 구경 하러 가자, 고 해도

응, 하고 간단히 대답해 줄 것 같았다.

_

너무도 불확실한 시간이며 마음의 흐름 속에서도,

감각에는 여러 가지 역사가 새겨져 있다.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그러나 소중한 일들이,

이렇게 불현듯 겨울의 찻집에서 되살아난다.

_

"왠지 모든 게 현실 같지가 않아"

유이치가 퀭한 눈동자로

장식 스탠드의 불빛을 쳐다보면서...

_

"말투가 왜 그래, 영어 번역한 것처럼"

_

'그래...... 내가 '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말해,

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다만,

이렇게 밝고 따스한 장소에서,

서로 마주하고 뜨겁고 맛있는 차를 마셨다는 기억의

빛나는 인상이 다소나마 그를 구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언어란 언제나 너무 노골적이라서,

그런 희미한 빛의 소중함을 모두 지워버린다.

_

스르륵.

막처럼 침묵이 내려왔다.

_

아아, 이게 질투란 걸까, 싶어 경악하였다.

어린아이가 통증을 학습하듯, 알기 시작하였다.

에리코 씨를 잃고, 두 사람은 이렇게

어두운 공중에 뜬 채로, 빛의 강 속을 달리면서

하나의 대단원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안다. 공기의 색이며, 달 모양,

지금 달리고 있는 검정 밤하늘로 알 수 있다.

빌딩도 가로등도 서글프게 빛나고 있다.

_

팔에 꽉 매달려 얼굴을 묻었다. 스웨터는

낙엽 냄새가 나고 포근했다.

_

내가 그녀보다 낫다느니 못하다느니, 누구에게 말할 수 있으리.

누구의 위치가 가장 좋은지 따위, 모두 합해 보지 않는 한

아무도 모른다. 더구나 그 기준은

이 세상에 없고,

이렇게 추운 밤 속에서는 더욱이 모른다. 전혀 가늠할 수 없다.

_

......그 시절에는 희망도 다 절망처럼 여겨졌어.

_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아름다웠다.

_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아내는,

나보다, 파인애플보다 먼저 죽음과 친해지고 만 거야.

_

세계는 딱히 나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나쁜 일이 생길 확률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나 혼자서는 결정할 수 없다. 그러니까 다른 일에는 대범하게,

되는 대로 명랑하게 지내는 편이 좋다, 고. ........그래서

여자가 되었고, 지금에 이르렀어.

_

지금은 토악질이라도 날 것처럼 잘 안다.

왜 사람은 이렇듯 선택할 수 없는 것일까.

버러지처럼 짓뭉개져도, 밥을 지어먹고 잠든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간다.

그런데도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도 밤은 어둡고 숨은 답답하다.

_

지금 그 눈물의 아름다움은 잊기 어렵다.

사람의 마음에는 보석이 있다고 생각게 한다.

_

표면적으로는 항상 웃는 얼굴이었지만, 내면은 점점 복잡해졌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나 너무 벅차서 그냥은 버티기 어려웠다.

그래서 둘은 고심고심 평온한 공간을 만들어갔다.

거기서 에리코 씨는 빛나는 태양이었다.

_

나는 그야말로 피붙이 하나 없이 외톨이라서

뼛속 깊은 고독을 느낀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자신한테 가장 잘 어울릴 듯한 기분마저 든다.

_

내가 에리코 씨의 죽음을 안 후

그한테서 지속적으로 느끼고 있는 이 불안함은 를 닮았다.

그후부터 유이치는 내 눈앞에 있는데도

전화 저편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곳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보다 한결 파란,

바닷속 같은 곳이란 기분이 들었다.

_

둘의 마음은 죽음으로 에워싸인 어둠 속에서,

완만한 커브를 그리며 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커브가 지금 거의 맞닿으려 하고 있다.

_

지금 여기를 지나면, 두 사람은 이번에야말로

영원한 친구로 남는다.

_

그는 왜 도망치고 싶어하는지, 스스로도 모를 것이다.

_

아아, 유이치가 같이 있다면, 하고 생각한 순간,

나는 충동적으로 말을 뱉고 말았다.

"아저씨, 포장도 되나요? 일인분 더 만들어주시겠어요?"

_

생명을 벌레처럼 파먹는 그 공기 속,

예기치 못한 무언가가 우리의 뒤를 밀었다.

_

만약, 유이치만 좋다면, 둘이서

더 힘들고

더 밝은 곳으로 가자. 건강해진 다음이라도 좋으니까,

천천히 생각해 봐. 이대로 사라지지 말고

_

나는 자신이 를

몇 센티미터 밀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달빛 그림자   

_

조금은 달큰한 비음 섞인 목소리로 반갑다는 듯,

"지금, 그림이든가, 이솝이든가, 개 이야기하고 참 비슷하네"

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 경우는"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뼈를 놓쳤잖아요.

가해자는 없었어요."

_

지적이고 그 눈동자는 맑고,

마치 이 세상의 슬픔도 기쁨도 모두 삼켜버린 뒤 같은

깊은 표정을 지니고 있었다.

_

왠지 불안하여 돌아보자, 우라라는 아직 다리에 있었다.

강을 내려다보는 옆얼굴이 보였다. 나는 놀랐다.

그녀의 얼굴이 내 앞에 있던 때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듯 엄숙한 인간의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_

지금은 잘 안다. 그의 세일러 복은 나의 조깅이다.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만큼 유별난 인간이 아니라서 조깅으로 충분할 뿐이다.

그는 조깅 정도로는 전혀 효과가 없고 자신을 지탱하기에 부족하여

변주로 세일러복을 선택했다. 양쪽 다 시든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기분을 다른 데로 돌려서 시간을 버는 것이다.

나나 히라기는 요 두 달 사이에,

십여 년을 살면서 한 번도 지어본 적이 없는 표정을 짓게 되었다.

그것은 잃어버린 것을 아쉬워하지 않으려 싸우는 표정이었다.

문득 떠올라 불현듯 고독이 밀려오는 어둠 속에 서 있다보면

알게 모르게 그런 표정이 되고 만다.

_

"응, 맛있어. 살아 있기 잘했다 싶을 정도로 맛있어"

_

그때 운명은 한 단도 헛디딜 수 없는 사다리였다.

단 한 장면을 빼놓아도 끝까지 올라갈 수 없다.

그리고 오히려 헛디디는 편이 쉬웠다.

그럼에도 나를 움직이고 있었던 것은 아마

죽어가는 마음속의 빛이었으리라.

그런 건 없는 편이 차라리 편히 잠들 수 있다고 여겼던

어둠 속의 빛이었다.

_

생명력으로 넘치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내 마음은

메마른 겨울 길과, 새벽녘의 강가를 그리워한다. 이대로,

사라져 버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_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를 열 살이나 연하로 느낀다.

_

한낮에 이렇게 문득 떠오르면서도,

울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 왠지 서글프다.

_

혹 그녀가 거짓말쟁이고,

가슴 설레며 달려간 내가 어리석었다 해도 상관없다.

그녀는 내 마음에 무지개를 보여주었다.

뜻밖의 일을 기대하는 설레임이 되살아나,

내 마음에 바람이 들어왔기 때문에.

_

그러나, 생각이 없는 만큼 그 행위의 깊이가 전해져 왔다.

갓 태어난 새끼 오리 같았다.

새끼 오리는 태어나면 처음으로 자기 눈에 보이는

움직이는 물체가 엄마라고 생각하고 뒤뚱뒤뚱 따라간다.

그 모습이 새끼 오리한테는 아무렇지 않아도

보는 이의 가슴을 적신다.

이렇게 적신다.

봄빛 속에서, 인파에 섞여 그는 물끄러미, 물끄러미

윈도를 보고 있었다.

테니스 기구 옆에 있으면 그는 아릿한 기분이 되리라.

내가 히라기와 함께 있을 때만, 히토시를 닮은 만큼

차분해지는 것처럼.

그건 슬픈 일이다.

_

그의 전신이 눈동자가, 한 가지 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결코 말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말로 하자면 아주 힘든 말이다.

아주 고통스러운. 그것은,

ㅡ 돌아와 줘.

말이라기보다 기도였다. 나는 안타까웠다.

_

그와 서로 껴안을 때마다 나는 말이 아닌 말을 알았다.

부모도 아니고 나 자신도 아닌 타인과 가까이 있음의

불가사의함을 알았다. 그 손을, 가슴을 잃고, 나는

사람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지 않는 것,

사람들이 가장 만나기 싫어하는 깊은 절망의 힘과 만났음을 느꼈다.

_

모래를 씹는 듯한 시간이 재깍재깍 흐른다.

지금 강으로 가면,

히토시가 꿈속에서처럼 서 있을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미칠 것만 같았다.

썩을 것 같았다.

_

청렬한 공기가 맛있었다.

_

"지금이 가장 힘들 때예요.

죽는 것보다 더 힘들지도 모르죠.

하지만 아마 더 이상은 힘들지 않을 거예요.

그사람의 한계는 변하지 않으니까.

언젠가 또 감기 걸려서,

지금처럼 아플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본인만 건강하면 평생,

없을 거예요. 그래,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지겨워서 넌더리가 날 수도 있겠지만,

이까짓쯤 하고 생각하면 덜 힘들지 않을까?"

......이 사람은 정말 감기에 대해서만 말한 것일까.

_

지금은 어제보다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다.

또다시 찾아올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고독한 밤은

나를 진저리치게 한다.

인생이 그 반복이라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그런데도,

돌연 편히 숨쉴 수 있는 순간이 분명 있어

나를 설레게 한다.

때로,

설레게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웃을 수 있다.

열이 갑자기 내려 나의 사고는

술주정뱅이 같다.

_

옆에 우라라가 서 있었다.

살이라도 에어내는 것처럼 슬픈 눈동자로.

_

"정말 백 년에 한번 꼴로,

우연히 겹치고 겹쳐서 그런 일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장소도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죠.

알고 있는 사람들은 칠석 현상이라고 해요.

큰 강이 있는 곳에서만 생기죠.

사람에 따라서는 전혀 보이지 않아요.

죽은 사람이 이 세상에 남긴 사념과,

남은 사람의 슬픔이 서로 반응했을 때

아지랑이가 되어 보이는 거예요."

_

"이별도 죽음도 힘들죠. 하지만 그게

마지막인가 싶지 않을 정도의 사랑은,

여자한테는 심심풀이 시간 죽이기도 못 돼요."

_

그래도, 그래도 그때 나는

눈앞에서 미소짓는 우라라를 보면서, 엷은 커피 향 속에서,

자신이 에 아주 가까이 있음을 느꼈다.

_

그러나 그가 너무도 의연하여,

어쩌면 얘 굉장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을 직접 자기한테로

불려들였는지도 모른다.

 

 

후기  

_

오직 한 가지를 얘기하고 싶어 소설을 썼고,

_

나는,

격렬하게 혹은 차분하게 싸우면서

일상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와 아는 사람이 많아, 사실은 그들 모두에게 나의 처녀작

...... 이 단행본을 바치고 싶은 마음입니다.

 

 

옮긴이의 말   

_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셀 수 있거나 혹은 셀 수 없는 여러 가지 상처를 안게 된다.

셀 수 있는 경우는 자기 안에서 인식되어

새 살이 돋을 수도 있겠지만 셀 수 없는 경우는

마치 카오스덩어리처럼 내면에 자리하고 앉아

자신과 주변을 괴롭힌다.

_

행복한

_

라는 여인은

오컬트적인 신비한 힘을 지닌 천사이며

영매이며 의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