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드라마를 연출한 올림픽 야구 미국전

이채우200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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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13일 저녁 7시 시작된 한국과 미국의 올림픽 본선 첫경기

한국은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케네디 스코어 8-7로 승리했다.

그것도 9회말 극적인 동점과 재역전으로 짜릿한 첫승을 올렸다.

정말 등에 땀이 나는 명경기였고 야구의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모두가 승리의 주역이고 수훈 선수지만 그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을 보자.

 

먼저, 대표팀 리드오프로 나선 이종욱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표면적으로 보면 평범할 성적일지 모르나 내실을 들여다 보면, 다르다.

이종욱의 유일한 1타점은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극적인 승리의 결승타가 되었다.

그리고 3회말 좌전안타로 출루한뒤 센스있는 리드와 빠른발로 상대투수를 거슬리게 만들었고

명백한 세이프임에도 석연찮은 판정으로 아웃이 된 2루도루 또한 그의 전매특허.

아직 어리고 대표팀 첫 선발임에도 불구하고

타격, 수비, 주루플레이 모든것이 최고의 리드오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4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 1홈런

이전까지 내가 본 이대호는 컨디션이 좋을때는 결점이 가장 적은 타자이다.

큰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유연함, 바깥족 낱은 공도 잡아당겨 담장 밖으로 넘길 수 있는 파워.

허나, 올림픽 예선에선 그의 이름에 걸맞지 않는 활약으로 대표팀 승선도 의구심을 들게 했다.

하지만 1점차 리드당하고 있던 2회말 한국 공격 김동주의 강습안타로 만들어진 무사1루 찬스에서

그는 그의 존재가치를 입증했다.

미국 선발 나이트의 2구째 몸쪽 직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초대형 홈런을 만들어냈다.

연습구장 마운드까지 날려버린 추정비거리 140m짜리 홈런으로 역전을 이끌어 냈다.

이 한방으로 자칫 끌려다닐 수 있었던 경기 흐름을 한국쪽으로 끌어왔고,

상대팀에게 이승엽 외에도 이정도의 타구를 만들 수 있는 타자가 있다는 두려움을 심어주었다.

승리의 발판은 바로 이 홈런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맞기는 했지만 무사 2,3루 상황에서 두타자를 삼진, 2루 플라이 아웃으로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면서 추가실점을 하지 않고 9회초를 마무리한 윤석민,

단 한타석에서 2루타를 쳐내고 대범하고 센스있는 주루플레이로 대 역전의 서막을 장식한 정근우

불펜포수가 없는 상황에서 불펜투수들의 볼을 받아주다 급하게 대타로 들어서서

1,2간 내야땅볼을 쳐내며 3루주자 정근우를 불러들이고, 젭슨의 1루 견제 악송구때

빠른발로 3루까지 내달려 역전 득점을 만들어낸 이택근

이들의 활약이 없었다면 다잡은 경기를 역전패로 놓치고 앞으로 남은 경기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미칠뻔했다.

 

 

4타수 1안타 1타점

대표팀 4번타자로서는 뭔가 좀 아쉬운 기록이지만, 보여지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작용한 경기였다. 

김경문 감독은 말했다. "이승엽이 타선에 있는것과 없는것은 하늘과 땅차이라고.."

WBC를 기억하는가. 그는 5홈런 10타점으로 최다홈런 최다타점왕을 차지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배출한 최고의 스포츠 스타 중 한명이다.

미국의 데이빗 존스 감독 역시 경계대상 1호로 그를 지목했고 역시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 마다

피해가는 피칭이 눈에 보일 정도로 철저하게 배드볼 위주의 공략을 했다.

여기서 그의 존재감이 들어난다.

나이트 투수는 이승엽을 경계하다 3회 어이없는 폭투로 한점을 헌납한다.

그 외 타석에서도 미국의 투수들은 이승엽에게 좋은 공을 주지 않으려다 어이없는 볼들을 던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게다가 5외말 1사 1,2루에서는 몸쪽공을 밀어쳐 좌측담장 앞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2루타로 2루주자를 불러들였다.

이것이 김경문 감독이 말한 이승엽효과이다.

앞서 이대호의 투런홈런도 같은 맥락에 있다.

올시즌 부상후유증으로 긴 부진에 빠졌지만 그래도 그는 국민타자이고,한국 타선의 핵임에는 틀림없다.

남은 경기에서도 이승엽효과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 김동주와 이대호의 연쇄폭발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김경문 감독이 원하는 진정한 이승엽효과의 최대치인 것이다.

 

그 외에도 선발투수로 책임을 완수한 봉중근, 비록 동점 홈런을 내주긴 했지만 5타자 연속 삼진의

위력투를 선보인 미국킬러 정대현, 큰경기임에도 비교적 호투해 1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김광현

2번 타자로써 200프로 능력을 발휘한 이용규, 보이지 않는 활약으로 중심을 잡아준 김동주,

노련한 리드로 젊은 투수진을 이끈 진갑용. 모두가 히어로임에 틀림없는 사실이다.

끝으로, 시즌중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을 이끌며 감독으로써 그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

김경문 감독. 타팀 감독들이 모두 고사한 가운대 외롭게 대표팀을 이끄는 그의 지략과 판단은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데이비존스 감독을 압도할 정도로 대단했다.

어제의 경기는 심판진의 편파판정에도 불구하고

장타력, 집중력, 스피드, 작전과 응집력 모든면에서 야구종주국 미국을 압도한 훌룡한 경기였다.

 

이 여세를 몰아서 9전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다.

 

p.s 1.대표팀의 불안요소

남은 경기에서 보완해야 할 대표팀 불안요소는

더블 스토퍼 중 한명으로 낙점받은 한기주의 자신감 결여와 무딘 볼끝

젊은 투수들의 실리적 안정, 그리고 수비의 실책성 플레이다.

비록 단 한개의 실책이지만 그것이 박진만이었기에 그 충격은 크다.

세계적 수비력을 인정받은 그이기에 단 한개의 실책도 용납되지 않는것이다.

남은 모든 경기에서 이런 불안요소를 모두 이겨내길 기도하고 염원해본다.

 

p.s 2. 또 다른 승리의 주역.

 

미국팀 리드오프로 나온 존 갈.

플로리다 말린스 산하 트리플A에 소속돼 있는 갈은 올 시즌 95경기에서 타율 3할1푼3리·12홈런·74타점으로

당당히 대표팀에 합류했고 한국 야구 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1번타자의 중책을 맡고

선발 출장했지만, 역시나 변함없이 "공갈"이었다.

그는 2006년 부산롯데에 마이로우의 대체선수로 영입되어 갈매기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43경기에서 타율 2할4푼3리·10타점으로 극도로 부진했고 홈런은 단 한개도 없었다.

그야말로 존갈에서 공갈이 되어 쓸쓸히 한국무대에서 사라졌다.

각설하고, 이번 올림픽야구 본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찬스때 마다 타석에 들어서서 5타수 무안타로 맥을 끊어주시어 한국팀의 추격 혹은 역전의 발판을 만들어 주신

존갈에게 감사하면서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