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기구랑, 공포 영화랑, 실연은 비슷해.

전정희200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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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기구랑, 공포 영화랑, 실연은 비슷해.

다시는 안 하려고 했지, '사랑'이라고 부르는거..

근데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니?

발은 도망가도, 마음은 이미 거기 가 있는걸..

 

놀이 기구랑, 공포 영화랑, 실연은 비슷해.

나이가 들어가면 견디는 힘이 약해지거든.

 

몇 년 전에 놀이 공원가서 놀이 기구를 탔는데

평소엔 세번을 연달아 타던 기구였어.

그런데 갑자기 구토가 느껴지더라구, 뱃속부터..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애.

그 무렵부터 무서운 영화도 못 보고..

사람들의 사소한 언행에도 마음 상하고..

사람과 헤어진 후에 견디는 것도 힘들어졌어.

 

나는 원래 남자 친구랑 헤어진 뒤에도, 

이별에 관한 노래를 듣지 않았어.

단 한번도 해야되는 일을 미루게 된 적도 없고,

헤어진 뒤에 티슈 들고서 슬픈 영화 보는건 내 취향이 아니야.

옛날 남자 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그냥 안부만 묻고 끊었지.

감정 남기는 건 나한테는 굉장히 어색한 일이었거든..

 

그런데 그게 놀이 기구 탓이었을까?

그 놀이 기구를 타는 순간,

내 뇟속의 전기 흐름에 어떤 오류가 생긴걸까?

어느 순간, 이별이 유행가 가사처럼 되더라구.

 

옛날이 편했던 것 같애.

감정이 쉽게 생기고, 쉽게 정리되던 때 말이야.

 

지금은 만일 다시 남자 친구가 생긴다면,

또 만일 그 사람과 헤어진다면 많이 힘들어질 것 같애.

이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왜 그런걸까?

단지 그게 나이드는거라고 말하지 말아줘.

그건 성의 없는 대답이야.

 

얼마전에 공포 영화 보다가 예전 남자 친구를 만났어.

우연히..

자기 친구랑 내 앞에 앉아서 영화를 보더라.

그런데 굉장히 무서워 하는 거야.

전에는 잘 보던 애였는데..

그 애도.. 다리를 건넌 거야..

 

- 그녀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