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솎아보기] 꺼지지 않은 ‘김인규 KBS 사장설’

이강율2008.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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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길들이기’ 나선 조선에 한겨레 ‘일침’

 

“근본적으로 너무나 천박한 역사인식이기 때문에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1948년 정부 수립을 주도한 세력조차 분단 단독정부 수립이란 자괴감과 문제의식이 있었는데, 최근 건국 60년 담론에는 이런 현실 인식이 아예 없어진 게 문제다.”


백낙청 6·15실천 상임대표가 광복절을 맞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광복절 63주년, 정부수립 60주년이 되는 오늘, 진보와 보수진영은 각각 ‘광복절’과 ‘건국절’ 기념행사를 연다. 광복절 행사까지 두 편으로 나뉘어 치러야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슬프다.

다음은 예순세번째 광복절에 발행된 아침신문의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 “60년, 자랑스러운 역사” 65% / “한국 국민으로서 만족” 60% >
서울신문 < ‘금보다 값진 투론’ 그대는 진정한 영웅>
세계일보 < “미, 일 기계·물자 사라 강요 / 한국 재건비로 일 살리려 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 “한국이 이룬 60년 기적 서재필 박사도 놀랄 것”>
한겨레
한국일보

 

아직 꺼지지 않은 ‘김인규 KBS 사장설’

 

청와대가 아직도 ‘김인규 카드’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는 3면 “꺼진 불로 여겨졌던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설’이 다시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 이사회가 14일 새 사장 공모 절차에 들어가자, 김인규 전 한국방송 이사가 관련 서류를 갖춰 다음 주에 공모에 응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이사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캠프 방송전략실장을 거쳐 인수위 시절 당선인 언론보좌역을 지낸 대표적인 ‘MB맨’이다.

 

▲ 8월15일자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최근까지 청와대 내부에서는 ‘코드 인사’ 논란 때문에 김 전 이사를 한국방송 사장으로 임명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며 “그러나 최근 “다른 대안이 없다”거나,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김인규 카드’를 주장하는 의견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청와대의 언론담당 관계자는 “캠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은 옳지 않다” “전문성과 조직 장악력 등에서 김인규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이명박 대통령이 김 전 이사에 대한 ‘마음의 빚’이 크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이 대통령은 김 전 이사를 청와대 첫 정무수석으로 기용하려 했으나, 한국방송 사장을 염두에 둔 김 전 이사는 끝내 이를 고사했다”며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한국방송의 독립성 보장’ 등 대국민 약속을 하고, 김 전 이사 낙점을 강행할 가능성 등이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최시중 방통위원장 → 이몽룡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사장 → 정국록 아리랑티브이 사장 →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 구본홍 와이티엔(YTN) 사장 기용에 이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이 정점에 이르게 된다”는 게 한겨레의 시각이다.

 

정부•여당•보수신문, MBC 공격 총공세

 

청와대가 KBS 사장 자리에 ‘김인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사이, 정부와 여당의 칼끝은 MBC를 겨누고 있다.

 

▲ 8월15일자 경향신문 2면

 

경향은 2면 기사에서 “정연주 KBS 사장을 강제로 해임시킨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MBC를 정조준하고 나섰다”며 “검찰이 14일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방침을 밝힌 데 이어 한나라당이 MBC 경영진의 책임까지 묻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지난 13일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PD수첩’에 대해서는 끝까지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론을 고수”했고 앞서 12일에는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이 MBC ‘PD수첩’ 보도에 대한 MBC의 사과방송이 나온 직후 “검찰의 수사와 원본 테이프 공개 요구 등에 대해 MBC는 당당히 응하라”고 압박했다.

 

“‘PD수첩’의 ‘저격수’로 나섰던 같은 당 김용태 의원은 “MBC는 MBC의 미래를 위해 진실을 향한 레이스에 성실히 동참하라”고 요구”했고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한 발 더 나가 “‘PD수첩’을 직·간접적으로 그렇게 만든 사람들도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보수단체와 인사들도 MBC 압박에 가세해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은 “이제 (MBC에 대한) 해체 수준의 개혁, 방송사업 허가 취소 단계까지 가야 한다”며 “‘PD수첩’보다 훨씬 심했던 왜곡·편파 방송의 진원지는 ‘뉴스데스크’이기 때문에 MBC의 사과는 응징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고 했고,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사과를 하려면 MBC 사장이 직접 해야 한다”며 “KBS는 결산심사와 국민감사를 받는데 MBC는 아무 견제장치가 없어 민영화가 필연적 과제”라고 정부와 여당의 강경론을 거들었다.

 

이에 대해 MBC 경영진과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물리력을 동원해 MBC 장악에 나설 경우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조원과 사원들이 합심해 결사적으로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다음달 5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 8월15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이날자 1면 < 쇠고기 ‘잘못된 협상’ 책임 쏙 뺀채 피디수첩에 뭇매 / 정부·여당 ‘책임 떠넘기기’ 총공세> 기사에서 정부와 여당 못지 않게 ‘PD수첩’에 ‘융단폭격’을 가하는 진원지로 ‘보수언론’을 지목했다.

 

한겨레는 “지난 12일 의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한 사과방송 이후, ‘촛불시위’로 나타난 국민 저항을 ‘피디수첩’의 보도 탓으로 몰아가려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공세가 거세다”며 “피디수첩에 대해 검찰이 거듭 강제수사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하는 것은,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합작한 여론몰이 영향이 크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이런 주장은, 촛불시위에 참가한 국민들을 ‘허위보도에 속아 부화뇌동한 철없는 사람들’로 폄하한다는 지적을 받는다”며 “한승수 국무총리가 담화로 발표한 검역주권 보완조처나, 이명박 대통령의 두 차례 대국민 사과, 그리고 이어진 한-미 통상장관 추가협상 등 그동안 정부가 스스로 인정해서 고친 쇠고기 협상의 문제들까지 부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수신문 KBS•MBC 공격은 방송 진출"

 

그렇다면, 보수신문이 KBS와 MBC에 대해 ‘융단폭격’을 가하는 이유는 뭘까.

 

유성식 KBS ‘시사기획 쌈’ 기자는 이날 한겨레 여론면에 게재한 에서 그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 낙하산 인사, ‘피디수첩’ 검찰 수사 등 방송 관련 사안에 대해서 보수는 그야말로 정권, 신문, 시민단체 등이 합세해 마치 자웅 동체인 한몸처럼 일사불란한 대응을 보였다. 정작 중요한 국가 정책에 관해서는 갈팡질팡하며 엇박자를 보였던 점에 비하면 유독 방송에 관련된 행동에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공조를 맺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왜 그럴까? 방송만 장악하면 보수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두 배쯤 뛰어오른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나는 그 한 가지 이유를 현재 보수층의 구조 안에서 찾고 있다. 그것은 현 상황 속에서 보수 신문이 갖고 있는 역할 때문이다. 현재 보수는 이른바 ‘조중동’이라고 부르는 3대 신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보수권이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보수 신문들이 방향을 제시해 준다. 며칠 후 각 보수 기구와 정부 기관들은 십중팔구 이들의 훈수대로 움직인다.

 

그러면서 보수는 점점 조중동의 이해관계를 보수 전체의 시각으로 받아들이고, 때로는 착각하고 있다. 촛불시위 뒤 인터넷 매체에 대한 규제, 광고 중단 운동에 대한 수사 등 보수 신문들이 원하는 것은 뭐든 들어준다. 방송에 대한 과도한 집착 역시 상당 부분 쇠락하고 있는 보수 신문들이 미디어 시장에서 헤게모니를 다시 찾고 앞으로 ‘먹거리’를 창출하려고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현 시국은 방송을 민영화해 보수 신문들에게 주고자 하는 정권의 미디어 정책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정부는 우선 대기업의 방송 참여를 쉽게 해 주고 나서 신문의 방송 겸업을 허용해 준다. 또 과 을 민영화한다. 그러면 대기업들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방송사 인수에 나서게 되고 여기에 겸업이 허용된 신문들이 참여한다. 그때 어떤 신문들이 참여하겠는가? 당연히 보수 정권과 한몸이고 자본 규모가 큰 보수 신문들이 될 것이다. 그러면 삽시간에 방송의 절반이 보수의 영향력 아래 들어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관련 법규를 마련해야 하고 방송의 힘을 빼 놔야 한다. 이것이 정권을 비롯한 보수권이 무리하게 방송을 장악하려고 하는 이유라고 본다.

 

보수는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기보다는 이른바 빨갱이와의 대립을 통해서 자신을 인식한다. 진보 세력을 공격하면서 보수 간의 연대를 인식할 뿐, 정작 보수 안에서 공유하고 있는 도덕관•미래상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점점 보수 안에서 브레인 기능을 하는 보수 신문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보수 신문들의 이해관계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법부 길들이기’ 나선 조선, 일침놓는 한겨레

 

조선의 ‘사법부 길들이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일 10면 머리기사 에서 “불법 촛불시위 주동자에 대한 재판을 맡은 판사가 재판 과정에서 잇달아 피고인을 두둔하고 현행법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사견을 드러내 물의를 빚고 있다”며 판사의 실명을 거론하고 사진까지 게재해 비판하더니, 이튿날은 사설까지 썼다.

 

 

▲ 8월13일자 조선일보 10면

 

14일자 사설 에서 조선은 “'판사는 구체적 사건에 대해 공개 논평하거나 의견을 밝혀선 안 된다'는 건 모든 법관이 지켜야 하는 법관윤리강령이다. 이 판사는 일반인도 아는 법의 상식도 모르고, 모든 판사가 지켜야 할 법관윤리강령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란 말이다. 이런 판사가 아직껏 판사 노릇을 하고 있는 사법부의 현실이 놀랍기만 하다”며 “이 판사는 자신이 그 동안 촛불시위에 나가지 못하게 했던 거추장스러운 법복을 벗고 이제라도 시위대에 합류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8월14일자 조선일보 사설

 

15일에는 사설 에서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안진걸씨에 대해 열린 첫 재판에서 “법정에 들어서는 안씨를 향해 박수를 쳤던 방청객들을 퇴정시켰었”던 재판장이 지난 11일 열린 재판에서는 “방청객들이 증언을 방해하며 소란을 피우는데도 힐끗 쳐다봤을 뿐 제지하지 않았다”며 “재판장은 이날 안씨가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고 비판했다.

 

▲ 8월15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은 또 “지난 13일 시위 여대생 사망설을 처음 퍼뜨린 최모씨의 재판정에서도 방청객들은 걸핏하면 "피식" 소리를 내며 경찰관 증인들을 비웃”고 야유를 보냈다면서 “법원조직법과 형법은 법정의 존엄과 질서를 해친 방청객에 감치에서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판사가 법정의 존엄을 지킬 각오가 없다면 아무도 법정의 존엄을 지켜주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정의 존엄이 짓밟히면 판사도 법의 권위도 함께 사라지는 법”인데 “그러나 요즘 사법부엔 이런 인과의 고리조차 모르는 판사가 너무 흔한 듯하다”고 사법부를 비난했다.

 

이 사설은 지난 14일 10면에 게재된 기사와 연관이 있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촛불시위 여대생 사망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지방지 기자 최용근씨에 대한 공판이 열린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523호 법정”에서 “최씨 재판 순서가 되자 법정 밖에서 대기하던 30여명의 방청객(미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관련 구속자 재판 때마다 나타나는 시위 지지 인물들)들이 방청석을 가득 메웠”고 “재판 중 검찰측 증인인 20대 초반의 전경이 증언 도중 말을 바꾸자 이들 중 방청석 맨 뒷줄에 있던 사람들이 '피식' 하는 식의 코웃음 소리를 냈다”고 보도했다.

 

또, “이 같은 광경은 불법 촛불시위를 주동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광우병 대책위원회 팀장 안진걸씨의 재판에서도 나타났다”며 “보름여 만에 열린 이날 공판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재현됐지만 재판장은 한 번 흘끔 쳐다볼 뿐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선의 계속되는 ‘사법부 길들이기’에 한겨레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 8월15일자 한겨레 3면

 

한겨레 박현철 기자는 이날 3면에 게재한 기자칼럼 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는 지난 11일 촛불집회 주도 혐의로 기소된 안진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에게 보석을 허가했다”며 “촛불집회 주도자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보수언론은 마뜩지 않았을 것”이라고 칼럼을 시작했다.

 

박 기자는 “아니나 다를까. 는 13일치에서 “재판장이 피고인을 두둔하고 재범을 방조했다”고 비난했다”며 “박 판사가 공판에서 안 팀장에게 “야간집회금지 조항의 위헌성 논란이 있는 만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지만, ‘풀어주면 촛불집회에 다시 나가겠냐’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부분을 트집잡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기자는 “재범 의사를 묻는 것은 보석 결정에서 ‘재범 위험성’을 판단하기 위한 당연한 과정”으로 당시 “안 팀장은 “합법 집회와 야간 문화제 형식의 집회”에 “한 명의 시민”으로 참여하겠다고 답했”고 “박 판사도 ‘불법집회’에 나가라고 허락하지는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 신문(조선일보)은 판사가 불법집회 참가를 부추겼다는 투의 논지를 펴며 재판부가 법관윤리강령에 어긋난 언행을 했다고도 지적했다”고 비판했다. .

 

박 기자는 또 “법관윤리강령이 금지하는 ‘공개적 의견 표명’이란 판사가 법정 밖에서 공개적으로 특정 사건에 대해 유무죄를 예단할 수 있는 발언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면서 “박 판사는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닥친 상황을 설명하고 그의 견해를 들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 기자는 “판사에게까지 ‘이념 공세’를 가한 기사에 대해 법원 내부전산망 게시판에는 “이제 조선일보는 사법부도 자신들의 발 아래 두려 하는가?”라는 의견이 올라왔다”는 소식과 함께 “조선일보 주장대로라면 판사는 법정에서 아무 말도 말아야 한다” “피고인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유무죄 판단은 법과 원칙에 따라 하는 게 바람직한 자세”라는 서울고법 한 판사의 말을 전하며 칼럼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