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a의 이탈리아 여행기-La Strada3

복지연2008.08.20
조회838

아씨시의  변태 코르니유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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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 위치한 흰 머리의 나이 지긋한 분이 문제의 변태 코르니유 영감.

 

민박집에서 만난 여자아이들과 아침일찍 아씨시로 떠났다.

원래 여행 일정은 나폴리로 떠나는 거였지만,

앞으로 내내 혼자 여행할 것 같아 여러 사람들하고 여행하는 적지 않은 기회일 것 같아서

급히 계획을 변경했다.

 

미리 표를 끊어두었거나 유레일 패스가 있었던 그들은 먼저 열차 플랫폼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혼자서 매표소로 향했다.

내 차례가 오니까 왜 그렇게 덜덜 떨리던지...

내 뒤에 줄이 죽 늘어서 있는데0 얼빠져 있는 나를 보고 역무원은 짜증섞인 어조로 보챈다.

 

"마담! 마담!"

 

제 정신이 돌아온 나는 떠듬떠듬

 

"보르레이 운 빌리엣또...안다따에 리또모~음 세콘다 클라쎄!"

 

나에게 표를 달라. 왕복 2등석~이런 뜻인데 영어를 못해서 어설픈 이탈리어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역무원이 갑자기 친절하게 웃으며 표를 건네준다.

표를 개찰기에 펀칭하고 열차에 올라탔다.

기차가 출발하기가 무섭게 소문으로 듣던 역무원이 나타나 표검사를 하며 돌고 있다.

일일이 표를 확인하면서 펀칭기로 표 하단에 작은 구멍을 낸다.

창 밖을 보니 불길하게도 먹구름이 끼어 있다.

같이 기차에 탔던 일행들이 이탈리아의 때아닌 비에 대한 원성을 털어 놓는다.

이탈리아여행 내내 비가 와서 여행을 망쳤으며,

심지어는 운동화가 흠뻑 젖어서 버리기까지 했다고.

주로 이탈리아만 여행할 나에게는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2시간 정도 지났을까..

아씨시역에 도착.

다행히 먹구름은 거치고 환한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서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안의 담배가게에서 아씨시 중심지로 들어가는 버스표를 끊어 버스를 탔다.

산 중턱에 자리한 아씨시의 고풍스럽고도 예쁜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버스에서 내려 입구쪽으로 들어서는데 웬 백발의 할아버지가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나는 미안하다며 영어를 할 줄 모른다고 하는데 웬지 끈질기게 따라 붙는 것 같다ㅇ

일행중에 한 명이 곤란해 하는 나를 보고 앞에서 빨리 오라고 소리친다.

이때다 하고 그들에게로 뛰어갔다.

 

중세의 도시 아씨시다운 고풍스러운 풍경

 

아씨시는 성프란체스코가 태어난 곳.

자신을 평화의 도구로 써달라고 기도를 드렸다는 성프란체스코의 흔적이 남아서일까.

아씨시 곳곳에 고요하고 평화로운 기운이 감돈다.

기념품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면 성프란체코 성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성프란체스코 성당 곳곳에 관광객으로 넘친다.

그러나 북적대던 관광객들도 성프란체스코 무덤앞에서는 경건해진다.

성프란체스코 무덤앞에 선 나는 무언가 상이한 기운을 느꼈다.

그것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게 하고 내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힘이었다.

그 힘은 강제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성프란체스코 무덤앞에서 마음의 평화를 느낀 나는 바보같이 훌쩍거렸다.

 

성 프란체스코 성당

 

마음이 평안한 상태로 밖을 나오자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친다.

샤베트처럼 엷은 하늘빛과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같은 구름,

그 아래 펼쳐진 싱그러운 초록빛 들판과

동화책에 나올 듯한 마을.

 

 

 

아씨시의 거리를 걷을 때마다 휴식과 같은 정경이 펼쳐진다.

걸어도 또 걸어도 지루하지 않고,

걷는 것 자체가 명상이고 기도가 되는 마을.

그 곳에서의 산책은 고즈넉한 시골길을 걷는 듯이 정겹고 소박했다.

 

 대여섯시간을 아씨시의 마력에 빠져 있다가 열차 시간때문에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슬슬 기차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버스 정류장으로 가고 있는데,

시간이 좀 남는듯 하여 근처에 보이는 성당을 둘러봤다.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없는 것 같고, 문은 굳게 닫혀 있는 것 같길래 다시 돌아서려는데,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끈질기게 따라붙었던 할아버지가 또다시 말을 걸어왔다.

영어를 못하는 나는 무시하고 말았지만,

하필 옆에 있던 한국인 유학생이 영어로 대꾸하는 바람에 그는 눈을 빛내며 계속 말을 걸어왔다.

 

너무나 친절하게 이곳을 구경시켜 주겠다며 굳이 괜찮다는 우리를 옆에 이끌어 닫혀진 성당문을 열고 우리를 들어 보내주었다.

그리고 성당안으로 들어간 그는 성당 곳곳에 있는 역사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했다.

열심히 설명해주는 걸 보니 사심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그리고 진지하게 열중하는 그의 태도에 도중에 도저히 나가기가 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우리를 붙들어 놓고 있었다.

 

너무나 열심히 이야기하는 그를 보자니 옷에 붙어 있는 명찰이며,

가지고 있는 해박한 지식들이며 이곳을 지키는 관리자인 것 같았다.

같은 관광지인데 관광객이 북적이던 성 프란체스코성당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성당.

그곳을 지키며 오가는 이들을 붙들고 열심히 이곳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그가

알퐁스 도데가 쓴 마지막 풍차를 지키는 코르니유 영감과 겹쳐 보였다.

사라져가는 무언가를 열심히 이어가려는 그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여,

그가 설명하면서 때때로 등과 어깨에 손을 댄 것 마저도 기분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같이 있던 유학생은 그게 아니였던가 보다.

 

그가 입장료가 씌어진 박물관에 입장료를 받지 않고 우리를 들어 보내고,

그곳에 있는 중세때부터 씌어진 종을 치게 하고 성호를 긋게 할 때

그녀의 인내심은 폭발하고 말았다.

그녀는 갑자기 버스와 기차 시간은 운운하며 강력하게 나가겠다고 표현했다.

순간 스치는 그의 서운한 눈빛.

그리고 이어지는

 

"ok, good bye"

 

그 한마디.

그 코르니유 영감같은 노인은 갑자기 차가워진 태도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린다.

끈질기게 붙잡을 줄 알았던 우리에게 그의 반응은 의외였다.

단순히 여자에게 집적대는 노인네같으면서도 성당내부를 설명할 때 반짝이는 눈으로

즐겁게 설명하는 모습은 그의 진심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곳에 벗어나서는 무언가 미안하기도 하고, 찜찜하기도 했다.

 

여행이 거의 다 끝날 무렵에.

로마를 여행하고 있을 때 만난 한국인 여행객과

아씨시에 다녀왔던 공동된 주제에 관해 한창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그 애가 아씨시에서 이상한 영감이 집적댔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pmp에 저장된 아씨시 파일에 있는 코르니유 영감의 사진을 보여주니

그가 맞다고 난리였다.

 

어느 정도로 더듬었냐고 물어보니,

등과 어깨를 만졌단다..

다행히 성추행범으로 몰리지 않기 위해 엉덩이와 같은 노골적인 부위는 손대지 않는 것 같았다.

성추행이라고 말하기엔 애매한 태도로 더듬으니 여자들은 화를 낼 수도 없었던 것이다.

 

로마의 민박집에서 그 이야기를 하니,

남자인 집주인은 대수롭지 않게 별 마음없이 그랬을거라고 말한다.

그 정도의 스킨쉽은 그냥 노인이 어린 손녀를 예뻐하는 마음처럼 쓰다듬어 준 것 아니겠냐면서.

만약 그 말이 맞다면,

우리는 아씨시의 전통을 지키는 코르니유 영감을 오해한 것을 아주 미안해야 할 것이다.

사실 아직도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그 성당안에서의 진지한 태도나 그 곳을 지키는 그의 자긍심은 절대 거짓이 아니였음을

가슴으로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