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스무살 친구와 영화공간주안에서 를 보았다. 이미 몇 달 전 음지의 경로를 통해 이 영화를 보았기에 살짝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어린 친구가 무척 보고 싶어하는 눈치에다 큰 스크린으로 다시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역시나 영화는 극장에서 큰 스크린으로 봐야 한다. 아무리 와이드모니터라 해도 컴퓨터로 영화를 온전히 감상하는 건 불가능하다. 여섯 인물로 다시 살아난 밥 딜런이, 그리고 그의 음악이 정말 생생하게 살아나는 느낌이다.
를 처음 봤을 때가 마침 촛불집회 초창기 국면이어서 당시 청계광장에 나왔던 가수들을 떠올리며 약간은 쓸쓸한 리뷰를 남겼던 기억이 난다. 한 예술가에게 들씌워진 과도한 정치적 무게가 안쓰럽기도 했고, 노래 하나로 세상이 바뀔 거라 절대 믿지 않는 대중들이 역설적이게도 노래 하나에 한 예술가를 신의 자리에 앉혔다가 악마의 자리로 내팽개쳐버리는, 또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 을 꼭 보리라 생각했다. 20세기 최고의 뮤지션이라 자타가 공인하는 비틀즈의 맴버였고 언론과 국가기관에 독설을 서슴지 않는 괴짜였고, 행위예술가 오노 요코를 만나면서 비틀즈를 떠나 반전운동가로 살았고, 그러한 영웅들의 최후가 대부분 그랬듯 결국 총탄에 맞아 40세에 요절한 비운의 예술가. 그의 삶을 와는 정 반대의 시선으로 그려냈을 것 같은 영화 홍보문구를 보며 두 영화를 비교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난 그저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는 가수일 뿐"이라며 "날 좀 그냥 내버려두라"고 말하던 주드 퀸의 밥 딜런과 존 레논은 어떻게 달랐을까?
이 영화는 존 레논을 생전을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다. 그의 생전 중에서도 비틀즈 이후, 오노 요코를 만나 영국인이면서 미국의 베트남 침공을 강하게 규탄하며 반전운동의 선두에 섰던 그 시절, 베트남전의 전범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닉슨 대통령의 재임시절에 초점을 맞췄다.
존 레논을 증언하는 이들의 직업과 정치적 성향은 아주 다양하다. 존 레논의 아내이자 평생 동지였던 오노 요코는 물론이고 절친한 고향 친구, 반전운동 동지들, 흑인인권운동가, 그리고 당시 백악관의 관료들, 존 레논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했던 당시 FBI요원, 눈엣가시 존 레논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고의적인 추방정책에 대항에 그를 변호했던 변호사, 그를 따라다니며 기사를 썼던 저널리스트들, 그리고 노암 촘스키 같은 석학까지. 당시 그와 함께 했던 사람 혹은 그를 제거하기 위한 미국 정부를 위해 일했던 사람 혹은 존 레논이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기억 속에는 아주 다양한 존 레논이 살고 있었다. 거기다 당시 미국 전역을 거세게 휘몰아쳤던 반전운동과 그에 대응하는 보수세력들의 움직임이 자료화면으로 또 다른 존 레논을 증언했다.
내가 태어날 무렵이 영화의 배경인지라 당시 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알 리 없었지만, 책을 통해 대강대강 건조하게 전해들었던 이야기는 이 영화를 통해 생생한 역사의 현장으로 되살아났다.
"Give Peace a Chance" "War Is Over, If You Want It" "Power to the People" 반전을 외치는 미국의 대중들 속에 섞여 함께 노래를 부르는 존 레논은, 아니 사랑과 평화를 한목소리로 노래하는 군중들의 행렬은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베트남의 순박한 농부와 소년이 제국주의 군대의 총탄에 맥 없이 쓰러질 때, 반전을 외치던 대중들이 경찰과 군인의 군홧발과 곤봉에 맞아 쓰러질 때,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폭압적인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쓰라린 고통이 느껴졌다.
영화의 마지막 존 레논의 죽음 앞에서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리는 대중들 속에서 나 또한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
는 영화 제목 그대로 당신들 머리 속엔 무수한 밥 딜런이 있지만, 정작 밥 딜런이란 인간은 거기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의 숱한 인터비들과 당시의 영상들은 바로 그곳에 존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그는 여전히 이곳에 살아 있다고 말한다.
일견 두 영화는 정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내게는 두 영화가 전해주는 정 반대의 목소리가 하나의 의미로 전해졌다.
밥 딜런이든 존 레논이든, 그들은 노래했다. 노래가 가지는 힘은, 예술이 가지는 힘은, 그 노랫말이 얼마나 정치적인가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의 인터비 중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사랑과 생명을 노래하는 것은 죽음을 노래하는 이들에게 공포였다"
존 레논 컨피덴셜
존 레논 컨피덴셜 (The U.S. Vs. John Lennon, 2006)
감독 : 데이빗 레프, 존 쉐인펠드
이것이 바로 노래의 힘, 예술의 힘이다!
"사랑과 생명을 노래하는 것은 죽음을 노래하는 이들에게 공포였습니다"
지난 일요일 스무살 친구와 영화공간주안에서 를 보았다. 이미 몇 달 전 음지의 경로를 통해 이 영화를 보았기에 살짝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어린 친구가 무척 보고 싶어하는 눈치에다 큰 스크린으로 다시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역시나 영화는 극장에서 큰 스크린으로 봐야 한다. 아무리 와이드모니터라 해도 컴퓨터로 영화를 온전히 감상하는 건 불가능하다. 여섯 인물로 다시 살아난 밥 딜런이, 그리고 그의 음악이 정말 생생하게 살아나는 느낌이다.
를 처음 봤을 때가 마침 촛불집회 초창기 국면이어서 당시 청계광장에 나왔던 가수들을 떠올리며 약간은 쓸쓸한 리뷰를 남겼던 기억이 난다. 한 예술가에게 들씌워진 과도한 정치적 무게가 안쓰럽기도 했고, 노래 하나로 세상이 바뀔 거라 절대 믿지 않는 대중들이 역설적이게도 노래 하나에 한 예술가를 신의 자리에 앉혔다가 악마의 자리로 내팽개쳐버리는, 또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 을 꼭 보리라 생각했다. 20세기 최고의 뮤지션이라 자타가 공인하는 비틀즈의 맴버였고 언론과 국가기관에 독설을 서슴지 않는 괴짜였고, 행위예술가 오노 요코를 만나면서 비틀즈를 떠나 반전운동가로 살았고, 그러한 영웅들의 최후가 대부분 그랬듯 결국 총탄에 맞아 40세에 요절한 비운의 예술가. 그의 삶을 와는 정 반대의 시선으로 그려냈을 것 같은 영화 홍보문구를 보며 두 영화를 비교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난 그저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는 가수일 뿐"이라며 "날 좀 그냥 내버려두라"고 말하던 주드 퀸의 밥 딜런과 존 레논은 어떻게 달랐을까?
이 영화는 존 레논을 생전을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다. 그의 생전 중에서도 비틀즈 이후, 오노 요코를 만나 영국인이면서 미국의 베트남 침공을 강하게 규탄하며 반전운동의 선두에 섰던 그 시절, 베트남전의 전범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닉슨 대통령의 재임시절에 초점을 맞췄다.
존 레논을 증언하는 이들의 직업과 정치적 성향은 아주 다양하다. 존 레논의 아내이자 평생 동지였던 오노 요코는 물론이고 절친한 고향 친구, 반전운동 동지들, 흑인인권운동가, 그리고 당시 백악관의 관료들, 존 레논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했던 당시 FBI요원, 눈엣가시 존 레논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고의적인 추방정책에 대항에 그를 변호했던 변호사, 그를 따라다니며 기사를 썼던 저널리스트들, 그리고 노암 촘스키 같은 석학까지. 당시 그와 함께 했던 사람 혹은 그를 제거하기 위한 미국 정부를 위해 일했던 사람 혹은 존 레논이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기억 속에는 아주 다양한 존 레논이 살고 있었다. 거기다 당시 미국 전역을 거세게 휘몰아쳤던 반전운동과 그에 대응하는 보수세력들의 움직임이 자료화면으로 또 다른 존 레논을 증언했다.
내가 태어날 무렵이 영화의 배경인지라 당시 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알 리 없었지만, 책을 통해 대강대강 건조하게 전해들었던 이야기는 이 영화를 통해 생생한 역사의 현장으로 되살아났다.
"Give Peace a Chance" "War Is Over, If You Want It" "Power to the People" 반전을 외치는 미국의 대중들 속에 섞여 함께 노래를 부르는 존 레논은, 아니 사랑과 평화를 한목소리로 노래하는 군중들의 행렬은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베트남의 순박한 농부와 소년이 제국주의 군대의 총탄에 맥 없이 쓰러질 때, 반전을 외치던 대중들이 경찰과 군인의 군홧발과 곤봉에 맞아 쓰러질 때,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폭압적인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쓰라린 고통이 느껴졌다.
영화의 마지막 존 레논의 죽음 앞에서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리는 대중들 속에서 나 또한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
는 영화 제목 그대로 당신들 머리 속엔 무수한 밥 딜런이 있지만, 정작 밥 딜런이란 인간은 거기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의 숱한 인터비들과 당시의 영상들은 바로 그곳에 존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그는 여전히 이곳에 살아 있다고 말한다.
일견 두 영화는 정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내게는 두 영화가 전해주는 정 반대의 목소리가 하나의 의미로 전해졌다.
밥 딜런이든 존 레논이든, 그들은 노래했다. 노래가 가지는 힘은, 예술이 가지는 힘은, 그 노랫말이 얼마나 정치적인가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의 인터비 중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사랑과 생명을 노래하는 것은 죽음을 노래하는 이들에게 공포였다"
바로 예술가의 진정성이야말로 총보다 더 위력한 무기인 것이다.
2008. 0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