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 버릴 줄 알아야 하는 것들..

김하운200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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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할 때 알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사랑 할 때 버릴줄 알아야 하는 것들도 있는 듯 하다.

 

사랑할 때 알아야 할 중요한 것들 중의 하나가 '서로의 차이에 대한 이해'라면,

사랑할 때 버릴줄 알아야 하는 것들 중의 하나는 '자존심', 그리고 '욕심'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 존. 심.'

잠시 옆길로 새는 이야기를 늘어놓자면,

'자존심'에 관해서 대학시절 교수님이 해주셨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괴짜인데다가 유별난 구석이 있으신 분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그 키작고 ET스러운 외모를 가진 교수님을 존경했었다.

뭐랄까... 그분의 어떤 인간적인 면을 알았다기 보다는 그분의 실력을 존경했던 것 같다.

 

 아무튼 그 분이 어느날 여학생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어느 정도의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가?"

 

여러가지 답변이 나왔지만,

그 교수님께서 마지막에 내어놓은 현답은 이러했다.

 

"여자에게 가장 좋은 직업은 여자가 스스로의 자존심을 구기지 않을 만큼의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다.

 타기 싫은 커피를 상사의 명령으로 억지로 타야한다거나, 불편한 술자리에 끌려가 원치 않는  술따름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직업 말이다.

  스스로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이 가장 좋은 직업이다.

  그러니 그런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 너희들은 열심히 공부해야겠지?"

 

 결국 결론은 공부였지만... 그 말은 가슴에 크게 아로새겨졌다.

물론... 그 말을 좀 더 절실히 머릿속에 각인시켜놓았다면 좋았을 것을...

(이쯤에서는 살짝 후회가 묻어나기도 한다.)

 

 아무튼...

자존심이라는 건... 내가 원치 않는 자리에서, 원치 않는 사람에게,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수 있도록 나를 지켜주고 세워주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가장 열심히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는 상대는 직장 상사나 까탈스런 선배가 아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대관절 그러한 자존심들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수많은 여자들은 오늘도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투덜거린다.

물론 나역시 예외가 아니다.

내가 뭐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나라고 틀리겠는가...

틀리지 않기에... 나역시 너무나 평범한 한 여자이기에...

조금이라도 이런 나의 이기를 벗어버리고, 털어버리고자 오늘도 글을 쓰는것 뿐이다.

 

"나는 바쁜 시간도 쪼개면서 그에게 연락을 넣고 있어요. 고작 10초, 단지 10초면 되잖아요. 문자 하나 답장 하나 보내는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내가 그렇게 장문의 문자 메세지를 보냈는데, 고작 답변은 '응, 그래. 고마워'가 전부였어요. 그게 말이 되어요?

 예전에는 그렇게 다정했는데 애정이 식은 걸까요?"

 

"그가 너무 분주해하고 바빠해서 하루종일 통화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요. 하루종일 그의 퇴근을 기다렸다가 밤에 전화 하면서 얘기라도 좀 나누려고 했더니 피곤하데요, 글쎄! 어쩜, 이럴 수 있죠"

 

 "나한테는 늘 피곤하다고 말하던 사람이 친구들과 낚시를 간다네요. 어처구니가 없어요."

 

 상황은 다르다...

하지만... 아마 상황은 다르지만...

서로 죽고 못사는 금술 좋은 커플이나, 알콩달콩함에 서로 밖에 안 보이는 연애 초기 커플이 아니라면...

아마 대다수의 커플들이 이와 유사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지 않을까?

 

 분명 그는 친절하고 자상하고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나의 말벗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내게 어쩐지 퉁명스러워지는 것 같고, 점점 피곤해하기 시작했으며, 내가 하는 말은 잘 듣지 않으려고 하거나, 보통은 건성으로 듣고 넘기고 만다.

나와 그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문제점을 풀고 서로의 서운함을 얘기하며 털어버릴 수 있는 시간인데...

전화 통화 중에 그는 대개는 피로를 호소하기 일수고, 막상 얼굴을 대하고 얘기하려고 하면 모처럼 만났는데 그런 칙칙한 얘기들로 분위기 망치지 말자고 한다.

그럼 어떡하란 말인가!!!

 

 이쯤되면 여자들의 스트레스 수위는 점점 높아지게 되고,

슬슬 그를 알거나 혹은 모르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불평,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굳이 그를 험담하고자함이 아니다. 단지 그가 들어주지 않는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고 공감해주길 원해서이다.

그리고 이해받고 싶어서이다.

여자는 누군가에게 이해 받고, 공감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짐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너무나 친절한 주변 인물들은 그녀에게 이제 충고를 시작한다.

적당히 그 남자 너무한다, 이기적이다, 매정하다, 배려심없다, 이해심없다 라는 말로 운을 떼며...

아마 심한 경우 '네가 아깝다, 그냥 때려쳐!' 라고 남의 속도 모르고 속 편하게 말하는 인물들도 생겨난다.

 

 어쨌든...

그가 야속하게 느꺼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랑 헤어지고자 상담을 청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여자는 그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여자는 보통 두 가지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한다.

하나는... 정말 복장 터져 죽을 것 같아도 그래도 한 번 더 참고, 다시 참으며 도리어 그 남자를 내가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

 

다른 하나는... 오냐, 좋다. 네가 이기냐, 내가 이기냐 해 보자. 식으로... 네가 연락 안하면, 나도 연락 안한다.

네가 아쉬우면 연락하겠지, 네가 정말 날 사랑하면 연락하겠지.

식으로 버티는 형.

 

 그리고 이도 저도 선택하지 못한 여자들은...

처음에는 계속 어떻게든 대화로 풀어보려고 남자에게 대화를 시도하다...

번번히 거절당하고, 대화의 단절을 맞게 되면... 결국 화낌에 버럭 싸우고는...

버티는 후자의 선택을 맞고 만다.

 

 자존심도 상할 만큼 상하게 된다.

"내가 뭐가 아쉬워서 이렇게까지 이 남자한테 목을 메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나만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나만 연락해야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사랑은 주고 받는 건데, 왜 내가 주는데 그 사람은 안 주지? 이게 사랑인걸까?' 의심하기도 하고,

"다른 커플들 얘기 들어보면 그래도 우리보다는 상황이 낫던데, 이 관계 정말 아닌걸까?" 부정해 보기도 하는 등...

자존심에 상처 입은 여자는 이렇게 생각에 생각을 반복하다...

자멸해 버리는 경우가 만다.

자신의 상처 입은 자존심을 복구받지 못해서 계속 슬퍼하고 분해하고 남자와 대립하다가,

결국은 이별이라는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장거리 커플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거의 100% 이별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자주 보지 못하고, 자주 만나지 못하는데, 연락까지 소원해진다고 하면...

여자는 혼자 남겨졌다 생각하고 외로워하기 시작하다가 결국에는 차라리 이런  식의 사귐을 지속하느니

헤어지는게 낫겠다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조금만 자신의 마음의 무게를 털면... 상대도 스스로도 편안해진다...

 

 문자 한 통 보내고, '네가 언제까지 답장을 보내나 두고 보겠어' 라고 결심하고...

시간 시간마다 핸드폰을 들여다 보느니...

그냥 문자 한 통 보내고 자기 할 일 하다가, 답 없으면 많이 바쁜가보다...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문자 보내길, '많이 바쁘냐고... 혹시 빨리 일 끝내려고 너무 서두르는 건 아니냐고, 몸 상할까 걱정이라고. 한가해지면 문자 보내라'고 한 번 더 문자 발송하면 되는 것이고...

그러다 그가 '미안해, 지금 너무 바빠.' 라고 하면...

'그러냐고, 알겠다고, 바쁜데 굳이 무리해서 문자 보내지 말라고. 오히려 눈치볼까 미안하다고. 문자는 안 보내도 되지만 항상 내 생각은 해달라고. 내 생각하면서 힘내라고.'

문자 한 통 더 보내면 되는 것이다.

 

 내가 LMS 보냈는데, 그가 SMS 보내왔다고 속상해 할 필요도 없다.

대체 그런 글자수 몇 자가 뭐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어차피 그런 서운함과 섭섭함은... 그 사람 얼굴 한 번 마주대하면 사르르 풀릴 텐데...

왜 하지 않아도 될 마음 고생을 사서하는가.

 

 나 역시도 장거리 커플인데다가...

수많은 연애를 해왔지만, 역시나 나밖에 모르고, 곧 죽어도 내 자존심 다치는 것에 벌벌 떤...

너무나 평범한... 지극히 평범한 이기심을 부리는 여자였다.

아니 아직도 그러한 듯 하다.

단지 지금은 그러한 내가 싫어서 참 많이도 바꿔나가고 있고, 스스로도 변하고 있다.

 

 그는 아무리 일이 많아도 매주마다 나를 보러 달려와 주었고,

그는 차가 있고. 나는 차가 없다는 사실로 그가 나를 보러오는 것이 어느새 아주 당연시 되어있었다.

그렇게 그는 수고스럽게... 어떻게든 주말 특근을 피하기 위해서 평일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늘 그에게 짜증만 부렸었다.

 

 다른 커플들은 근처에 살아서 평일 저녁에도 만나 같이 식사도 하는데 우린 이게 뭐냐며...

고작 일주일에 한 번 보는게 다인데 자기 전에 잠깐 통화하는게 뭐 그리 어렵냐며...

어쩌다 일주일이 아니라 이주일에 한 번 볼라치면

혼자 퉁퉁 불어서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못 보는 것도 속상한데,

그런 주말약속마저 취소시키다니 너무한게 아니냐며 늘 짜증을 부렸었다.

 

 부끄럽게도... 너무나 부끄럽게도...

나 또한 그러했다.

그때의 나는... 그것이 그를 너무 많이 좋아하는 내 사랑이 크기 때문인 거라고 착각했었고...

내가 그리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늘 그에 맞춰주지 못하는 그에게 속이 상해 있었다.

 

 역지사지라고 했던가...

이기심을 버리니까... 욕심을 버리니까...

보이지 않는 것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절대 이해하지 못했던... 아니...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그의 입장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 중에 나랑 단 몇 분의 전화통화를 더 하기 위해서...

일하던 중에도 잠시 빠져나와 화장실에서 몰래 내게 전화를 해 주던 그를...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야근에 몸도 피곤하고, 마음도 지쳤을 텐데도...

내게만은 지친 목소리 들려주지 않으려고 늘 밝게 말하려고 애썼던 그를...

차가 있던 없던 장거리 여행은 피곤하긴 마찬가지인데도

한 번도 불평불만 하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와주었던 그를...

어쩌다 주말 업무가 생기면 나보다 사실은 훨씬 더 많이 속상해 하며,

그 사실에 내가 마음 상해할 것을 알고,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까지 받아가며 지쳐갔을 그를...

 

 지금의 내가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장거리커플이라고 하지만... 그런 거리 따위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

차가 있든, 없든 그런 건 상관없다는 점...

그가 거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 하나도 고생스럽지 않다는 것...

매주가 아니라 2주만에 그를 보게 되어도, 3주만에 그를 보게 되어도...

그를 만날 수 있다는 그 사실에 감사하고 행복해할 수 있다는 것...

장거리 커플이라고 해서 시간 날 때마다 서로가 서로를 엮어매려 하는 것보다...

서로에게 모두 각자의 시간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

기다림은 짜증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리움의 설렘으로 얼마든지 활력소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들을 말이다.

 

이제서야...

너무나 철없고, 이기적인 사랑만 했던 나는...

정말로 이제서야...

조금씩 이해해 가고 있다.

 

그를 이해하기 시작하니...

좀 더 욕심을 버리는 것이,

내 안의 이기심을 버리는 것이,

나의 아무짝에 쓸도 없는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다.

 

욕심을 버리고, 이기심을 버리고, 자존심을 버리고 나니까...

훨씬 마음이 편안해진다.

 

자존심을 버리는 것은 '자신'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이별 앞에서는 '자존심'이 아니라 '자신'까지 내던져 버리는 사람들이...

어째서 사랑할 때는 그 못난 '자존심'을 부여잡고 안달복달해야하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 물론 사랑 아니다...

하지만 내가 연락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큼,

그가 연락에 응답하지 않고, 내게 관심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나만이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랑은 '확인'이 아니라 '확신'이다.

 

 사랑에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은...

다시 사랑해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내 안의 불안함을 완전히 털어내진 못하였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믿지 못하여, 그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내 맘에 상처를 주느니...

 

 내 사랑을 믿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그의 사랑을 믿겠다.

그리고 후회없이 사랑하겠다.

차라리 그것이 낫다.

그것이 행복하다.

 

 행복해지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알면 그 순간부터 행복은 시작되는 것.

 

 행복은 네잎크로버처럼 어쩌다가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다.

행복은 항상 무수히 많이, 우수수 내 발밑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늘 내 자신이 더 높은 곳만 바라보고 아래를 내려다 보지 않기에...

그 행복을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토록 한 사람에게 열중할 수 있도록 해주어서,

이토록 나를 넘치게 행복하게 해주는...

그에게 늘 감사한다...

 

- 출처. 디어마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