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에 대한 법원의 영장 심사 결과는 ‘공안정국’의 흐름을 결정할 전환점이었다. 법원이 경찰 손을 들어주면 이명박 정부의 ‘공안 칼바람’은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이적단체 구성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았던 오세철 교수 등 7명의 구속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경찰의 공안정국 무리수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영장 기각, 공안정국 급제동
이번 사건은 시작부터 무리수의 연속이었다. 오세철 교수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진보성향의 원로 학자이다. 연세대 상경대 학장, 한국경영학회장을 지낼 만큼 공인된 인물이다. 사노련도 비밀 결사조직과 거리가 먼 단체이다.
올해 초 사노련 출범 사실을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고 오세철 교수가 사노련 운영위원장을 맡은 것은 동아일보 인터넷 인물 검색만 해도 나와 있는 사실이다. 법원이 오세철 교수의 영장을 기각한 것은 도주나 증거인멸 염려가 없기 때문만이 아니라 경찰의 이적단체 구성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사건을 주도했던 경찰은 결과적으로 공안정국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보수 성향의 자유선진당도 경찰의 부실수사를 개탄했다. 박선영 대변인은 29일 논평에서 “3명의 판사가 각각 독자적으로 영장심사를 한 결과, ‘사노련이 국가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 한겨레 8월29일자 6면.
자유선진당 "경찰 무리한 수사, 국보법 철폐 힘 얻어"
박선영 대변인은 “경찰이 이렇게 부실하고도 무리한 수사를 계속하기 때문에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며, 따라서 국가보안법이 철폐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 것”이라며 “적용과 해석이 결코 쉽지 않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을 할 때에는 내실 있는 수사와 원칙적인 이론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체면을 구겼다. 자유선진당 대변인의 지적처럼 무리한 수사로 역효과만 보게 됐다. 이번 사건은 공안카드를 빼든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조급증과 과잉충성 집단의 무리수가 맞물린 사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6개월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이명박 정부가 탄생하게 된 근본 배경은 경제 문제 해결에 대한 민심의 반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경제는 꼭 살리겠다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게 변했다.
"경제는 살린다더니" 기대에서 실망으로 바뀐 40대
▲ 조선일보 8월25일자 1면.
조선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이 되는 8월25일자 1면에 라는 제목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의 기반이 됐고 여론 형성의 주도세력이기도 한 40대의 국정운영 평가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지난 25일 여론조사에서 40대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23.0%로 20대, 30대보다도 낮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10분의 1이 지났고 10분의 9가 남아 있다. 지난 6개월은 국정 드라이브를 위한 ‘예열 기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임기 첫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6개월의 실패’는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행정부 의회, 사법부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권력 집중의 시대’는 임기 마지막까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임기 후반 레임덕은 물론이고 2010년 지방선거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중간평가 성격 띤 2010년 지방선거
▲ 지난 28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을 띨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선거결과는 2012년 대통령 선거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정치사에 기록될 압승을 거뒀다. 당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참패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여당 정치인들은 여론의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지금처럼 20~30% 수준에 불과하다면 여당 후보들은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지방선거가 여당의 패배로 끝이 난다면 2012년을 준비해야 할 대선 예비후보들은 대통령과의 각 세우기를 통한 해법 찾기에 나설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2008년 8월 말 현재 4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설익은 '공안 칼바람' 정부 무리수 일깨워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지도력과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2009년까지 강력한 드라이브를 통해 국정 철학을 구현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여론을 경청하고 비판여론을 수렴하며 차근차근 국정을 운영하기보다 밀어붙이기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촛불 집회 참가자들에게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댔고 조선·중앙·동아 일보 광고 중단 운동을 벌인 누리꾼을 사법 처벌하기도 했다. 조직사건, 간첩사건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공안정국의 긴장감을 높였지만 설익은 ‘공안 칼바람’은 이명박 정부의 무리수를 일깨우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29일 논평에서 “공안통치 기도하는 현 정권의 과잉충성 권력집단의 무리수가 만든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김석수 창조한국당 대변인도 “법과 질서를 외치면서도 이명박 정권의 편의주의적 잣대가 불러오는 심각한 공권력 남용은 헌법에도 보장된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이는 곧 국민의 정치참여를 위축시킬 뿐”이라고 우려했다.
[뉴스분석] 냉전시대 착각한 ‘공안통치’ 과잉충성
마음만 급한 이명박 정부, 어설픈 공안 칼날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에 대한 법원의 영장 심사 결과는 ‘공안정국’의 흐름을 결정할 전환점이었다. 법원이 경찰 손을 들어주면 이명박 정부의 ‘공안 칼바람’은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이적단체 구성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았던 오세철 교수 등 7명의 구속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경찰의 공안정국 무리수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영장 기각, 공안정국 급제동
이번 사건은 시작부터 무리수의 연속이었다. 오세철 교수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진보성향의 원로 학자이다. 연세대 상경대 학장, 한국경영학회장을 지낼 만큼 공인된 인물이다. 사노련도 비밀 결사조직과 거리가 먼 단체이다.
올해 초 사노련 출범 사실을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고 오세철 교수가 사노련 운영위원장을 맡은 것은 동아일보 인터넷 인물 검색만 해도 나와 있는 사실이다. 법원이 오세철 교수의 영장을 기각한 것은 도주나 증거인멸 염려가 없기 때문만이 아니라 경찰의 이적단체 구성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사건을 주도했던 경찰은 결과적으로 공안정국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보수 성향의 자유선진당도 경찰의 부실수사를 개탄했다. 박선영 대변인은 29일 논평에서 “3명의 판사가 각각 독자적으로 영장심사를 한 결과, ‘사노련이 국가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 한겨레 8월29일자 6면.
자유선진당 "경찰 무리한 수사, 국보법 철폐 힘 얻어"
박선영 대변인은 “경찰이 이렇게 부실하고도 무리한 수사를 계속하기 때문에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며, 따라서 국가보안법이 철폐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 것”이라며 “적용과 해석이 결코 쉽지 않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을 할 때에는 내실 있는 수사와 원칙적인 이론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체면을 구겼다. 자유선진당 대변인의 지적처럼 무리한 수사로 역효과만 보게 됐다. 이번 사건은 공안카드를 빼든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조급증과 과잉충성 집단의 무리수가 맞물린 사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6개월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이명박 정부가 탄생하게 된 근본 배경은 경제 문제 해결에 대한 민심의 반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경제는 꼭 살리겠다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게 변했다.
"경제는 살린다더니" 기대에서 실망으로 바뀐 40대
▲ 조선일보 8월25일자 1면.
조선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이 되는 8월25일자 1면에 라는 제목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의 기반이 됐고 여론 형성의 주도세력이기도 한 40대의 국정운영 평가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지난 25일 여론조사에서 40대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23.0%로 20대, 30대보다도 낮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10분의 1이 지났고 10분의 9가 남아 있다. 지난 6개월은 국정 드라이브를 위한 ‘예열 기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임기 첫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6개월의 실패’는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행정부 의회, 사법부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권력 집중의 시대’는 임기 마지막까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임기 후반 레임덕은 물론이고 2010년 지방선거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중간평가 성격 띤 2010년 지방선거
▲ 지난 28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을 띨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선거결과는 2012년 대통령 선거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정치사에 기록될 압승을 거뒀다. 당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참패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여당 정치인들은 여론의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지금처럼 20~30% 수준에 불과하다면 여당 후보들은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지방선거가 여당의 패배로 끝이 난다면 2012년을 준비해야 할 대선 예비후보들은 대통령과의 각 세우기를 통한 해법 찾기에 나설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2008년 8월 말 현재 4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설익은 '공안 칼바람' 정부 무리수 일깨워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지도력과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2009년까지 강력한 드라이브를 통해 국정 철학을 구현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여론을 경청하고 비판여론을 수렴하며 차근차근 국정을 운영하기보다 밀어붙이기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촛불 집회 참가자들에게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댔고 조선·중앙·동아 일보 광고 중단 운동을 벌인 누리꾼을 사법 처벌하기도 했다. 조직사건, 간첩사건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공안정국의 긴장감을 높였지만 설익은 ‘공안 칼바람’은 이명박 정부의 무리수를 일깨우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29일 논평에서 “공안통치 기도하는 현 정권의 과잉충성 권력집단의 무리수가 만든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김석수 창조한국당 대변인도 “법과 질서를 외치면서도 이명박 정권의 편의주의적 잣대가 불러오는 심각한 공권력 남용은 헌법에도 보장된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이는 곧 국민의 정치참여를 위축시킬 뿐”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