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주식↓ 부동산↓… 중(中)경제 "30년 잔치" 끝났나

이양자2008.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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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주식↓ 부동산↓… 중(中)경제 '30년 잔치' 끝났나   사상 첫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에 부닥친 중국
"돼지고기값이 금값" 서민들 울상
증시 폭락에 투자자 92%가 손실

 

물가↑ 주식↓ 부동산↓… 중(中)경제 "30년 잔치" 끝났나

상하이 국제금융센터 완공

   

물가↑ 주식↓ 부동산↓… 중(中)경제 "30년 잔치" 끝났나

▲ ‘중국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상하이의 금융회사 밀집지역.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상하이증시의 하락세가 멈추지 않자 이곳 금융가 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올림픽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중국 베이징 시내 동북부 둥즈먼(東直門) 부근의 한 수퍼마켓 체인점. 중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삶은 돼지머리 고기 1근(500g)을 샀더니 가격이 25위안(약 3900원)이었다. 정육점 여주인은 "지난해만 해도 12~13위안 정도 했는데, 지금은 거의 2배로 올랐다"며 "요즘 돼지고기 값이 금값"이라고 했다.


최근 중국 경제가 들썩이고 있다. 투자와 소비가 급격히 가라앉는 가운데 물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시민들도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택시기사 궈홍밍(郭洪明·41)씨는 "돼지고기, 채소부터 외식비, 휘발유까지 안 오르는 게 없다"며 "월 수입은 늘지 않고 물가만 오르는데, 정부는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베이징에서 만난 회사원 전천(陳辰·30)씨는 주식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지난 2년간 모은 월급 4만 위안(640여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반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전씨는 "4개 종목에 나눠 투자했는데 전부 마이너스 수익률이 났다"며 "농촌에 계신 부모님에게 말씀도 못 드리고 혼자만 앓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증권사 직원은 "작년 10월까진 투자자들이 줄을 길게 서서 계좌를 열고 매매주문을 했는데 이젠 썰렁해졌다"고 했다.

430억 달러를 들여 성대한 올림픽을 치렀지만 중국 경제 곳곳에서는 잔칫집 분위기는커녕 불안한 조짐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물가 오름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도산이 줄을 잇는 등 경기 침체 조짐이 완연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30년 고도 성장 후 처음으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압력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13일 중국의 대표적인 일간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는 1면 톱기사로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3%에 그쳤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5월의 7.7%, 6월의 7.1%에 비해 낮은 수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지표를 분석해보면 중국 물가를 낙관하기가 쉽지가 않다. 식용유(30.8%), 생선(18.3%), 육류(16.0%), 곡물(8.6%), 채소(8.4%) 등 서민 생활에 직결되는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자 물가에 선행하는 생산자물가지수는 같은 달 10.0%로 199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올림픽 이후에도 물가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식료품 가격 상승률이 소폭 둔화됐다 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그동안 억제해온 유가와 전기료 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어두운 터널에 진입한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물가를 잡기 위해 동원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긴축 조치로 문닫는 중소기업들이 속출하고 있고, 경제 성장률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11.9%를 기록한 이후 올 2분기까지 5분기 연속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어

중국경제의 침체는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 절감할 수 있다. 중국 주요 70개 도시의 부동산 가격 지수 증가율은 올 들어 매달 떨어져 7월에는 7.0%로 내려앉았다. 베이징, 선전,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그동안 부동산 시장을 주도해온 중국 주요도시에서는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건설업체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건설업체마다 대규모 할인 공세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증시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계속된 증시 폭락으로 중국 내 투자자의 92% 가량이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으로 현지 증권사들은 집계했다. 박진용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빚을 내서 투자했던 중국 내 투자자 대부분이 손실을 입었다"며 "증시가 망가지자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4.5% 수준인 정기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도 불안해지고 있다. 달러화 강세와 위안화 약세 속에 핫머니가 대거 빠져나갈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 핫머니는 중국의 외환보유액 1조8000억 달러 중 5000억 달러 가량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영호 상무는 "상반기 중국 외환보유액 증가율과 무역흑자 규모 등을 감안하면 소폭이지만 핫머니 유출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핫머니가 대량으로 빠져나갈 경우 중국경제의 침체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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