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덜터덜. 집에 오는 길. 내게 집은… 신발 벗는 곳, 가스 빼는 곳, 옷 갈아입는 곳, 샤워하는 곳, 지구 표면 위에 허리 펴는 곳. 해는 저물어 어둑어둑. 내 남동생에게 집은… 들것, 은신처, 도피처, 동굴, 사회범죄 연구소, 몸 만드는 곳, 인터넷 되는 곳. 이어폰을 한쪽 귀에 끼우고, 굳게 다문 입술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집 근처. 아쉽다, 집에 들어가기. 남동생에게 ‘뭐해?’ 문자를 보내보니 ‘생수 사와’ 하고 답장이 온다. 이어서 한 통이 더 온다. ‘맛있는 걸로’ 그래, 피는 물보다 진하지. 편의점에 들어가 냉장고를 훑어보았다. 문득 냉장고에 비친 내 모습. 묵직한 몸, 지친 어깨, 미소가 사라진 얼굴, 초점 없는 눈. 이게 진짜 나인지 알 수가 없다. 삼다수, 아이시스, 에비앙, 동원샘물, 그리고 해양심층수 블루마린. 나의 선택은 1500원짜리 블루마린.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 때문이 아니다. 이것 때문이다. “블루마린을 사면 박태환 브로마이드를 드립니다” 그래, 매일 역기 들며 몸 만드는 남동생 주면 좋아하겠네. 계산서에 블루마린 한 병을 올려놓고, 지갑을 뒤적이는 동안 새로운 알바 여학생이 단골손님인 나를 파악하려는 게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은 같이 웃으며 너스레를 떨어줄 힘이 없다. 말없이 2천 원을 내고 말없이 5백 원을 받았다. 1초. 2초. 3초… 나도 가만히 서있고, 그녀도 가만히 서 있은 지 7초 경과. 난 큼직한 입술을 힘없이 들어올리며 말했다. “박태환 브로마이드 주세요.” 갑자기 이곳 분위기, 전복됐다. 내 눈 먼저 보고 진심을 확인하던 알바생 수다 시작. “어머, 박태환 브로마이드요? 킥킥킥, 점장님~ 이 손님 박태환 브로마이드 달라고 하시는데요? 푸히히. 아~ 이거 안 되는데, 이거 드려도 되나 몰라.” 어, 왜 그러지? 순간 브로마이드 수량이 얼마 안 남았나 싶었다. 계산대 밑에서 브로마이드 한 개를 조심스레 꺼내든 그녀에게 나는 차분히 물어보았다. “왜요, 아슬아슬해요?” 앗, 이 말을 뱉은 순간 사태는 절정이 되었다. “꺅, 어머, 하하하 그럼요, 아슬아슬하죠. 얼마나 아슬아슬한데요.” 브로마이드를 펼쳐보이며 그녀는 난리가 났다. “보세요. 옷도 거의 안 입고 수영복만 아슬아슬하게 입고 있는데, 이런 거 방에 붙여놓으시면 안되는데, 이거 오늘밤에 잠이 오시겠어요? 손님, 하하하” 그저 난 묵묵부답과 미소로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였다. 오직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를 읊조리며. 근데 너무 웃네. 조그맣게 “동생 주려고”라고 해보았다. 망했다. 완전 궁색했다. 참으로 변명 같은 진실이다. 온갖 놀림을 받고 손에 꼭 쥔 박태환 브로마이드. 막상 받고 나니 왠지 욕심이 난다. 두근두근. “동생아, 생수 사왔어. 그럼 나 이만 피곤해서 잘게.” 동생은 모른다. 내 방에 왜 박태환 브로마이드가 붙어 있는지.
박태환, 아슬아슬해요?
집에 오는 길.
내게 집은…
신발 벗는 곳, 가스 빼는 곳, 옷 갈아입는 곳,
샤워하는 곳, 지구 표면 위에 허리 펴는 곳.
해는 저물어 어둑어둑.
내 남동생에게 집은…
들것, 은신처, 도피처, 동굴, 사회범죄 연구소,
몸 만드는 곳, 인터넷 되는 곳.
이어폰을 한쪽 귀에 끼우고, 굳게 다문 입술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집 근처.
아쉽다, 집에 들어가기.
남동생에게 ‘뭐해?’ 문자를 보내보니
‘생수 사와’ 하고 답장이 온다.
이어서 한 통이 더 온다. ‘맛있는 걸로’
그래, 피는 물보다 진하지.
편의점에 들어가 냉장고를 훑어보았다.
문득 냉장고에 비친 내 모습.
묵직한 몸, 지친 어깨, 미소가 사라진 얼굴, 초점 없는 눈.
이게 진짜 나인지 알 수가 없다.
삼다수, 아이시스, 에비앙, 동원샘물,
그리고 해양심층수 블루마린.
나의 선택은 1500원짜리 블루마린.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 때문이 아니다.
이것 때문이다.
“블루마린을 사면 박태환 브로마이드를 드립니다”
그래, 매일 역기 들며 몸 만드는 남동생 주면 좋아하겠네.
계산서에 블루마린 한 병을 올려놓고, 지갑을 뒤적이는 동안
새로운 알바 여학생이 단골손님인 나를 파악하려는 게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은 같이 웃으며 너스레를 떨어줄 힘이 없다.
말없이 2천 원을 내고 말없이 5백 원을 받았다. 1초. 2초. 3초…
나도 가만히 서있고, 그녀도 가만히 서 있은 지 7초 경과.
난 큼직한 입술을 힘없이 들어올리며 말했다.
“박태환 브로마이드 주세요.”
갑자기 이곳 분위기, 전복됐다.
내 눈 먼저 보고 진심을 확인하던 알바생 수다 시작.
“어머, 박태환 브로마이드요? 킥킥킥, 점장님~
이 손님 박태환 브로마이드 달라고 하시는데요? 푸히히.
아~ 이거 안 되는데, 이거 드려도 되나 몰라.”
어, 왜 그러지?
순간 브로마이드 수량이 얼마 안 남았나 싶었다.
계산대 밑에서 브로마이드 한 개를 조심스레 꺼내든 그녀에게
나는 차분히 물어보았다.
“왜요, 아슬아슬해요?”
앗, 이 말을 뱉은 순간 사태는 절정이 되었다.
“꺅, 어머, 하하하 그럼요, 아슬아슬하죠. 얼마나 아슬아슬한데요.”
브로마이드를 펼쳐보이며 그녀는 난리가 났다.
“보세요. 옷도 거의 안 입고 수영복만 아슬아슬하게
입고 있는데, 이런 거 방에 붙여놓으시면 안되는데,
이거 오늘밤에 잠이 오시겠어요? 손님, 하하하”
그저 난 묵묵부답과 미소로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였다.
오직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를 읊조리며.
근데 너무 웃네. 조그맣게 “동생 주려고”라고 해보았다.
망했다. 완전 궁색했다. 참으로 변명 같은 진실이다.
온갖 놀림을 받고 손에 꼭 쥔 박태환 브로마이드.
막상 받고 나니 왠지 욕심이 난다. 두근두근.
“동생아, 생수 사왔어. 그럼 나 이만 피곤해서 잘게.”
동생은 모른다. 내 방에 왜 박태환 브로마이드가 붙어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