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솎아보기]"위기설’ 자초한 강만수, 그래도 만수무강?”

이강율200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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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한겨레·야권 ‘경질론’에 동아도 거들어

 

‘9월 위기설’이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설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보유 중인 채권(67억 달러·약 7조4000억 원)의 만기가 9월에 집중돼 있는데, 이를 한국에 재투자하지 않고 전부 달러로 바꿔 갖고 나갈 것이며 그 결과 환율·금리가 급등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심각한 금융시장 혼란이 있을 것이란 루머다(조선일보).

 

일부 신문은 이 소문을 지렛대 삼아 정부의 실책을 비판하며 야권 일각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경질’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일부 신문은 “위기설은 과장됐다”며 진화 작업에 나선 정부에 힘을 보탰다. 위기를 불러오거나 부추기는 건 잘못된 소문, 즉 ‘괴담’인 경우가 많다는 논리다.

 

나무랐으니 정부를 믿어보자는 얘기인 듯한데,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걸 앞으로도 ‘쭉’ 보여주리란 게 한편의 ‘우려’인 동시에 다른 한편의 ‘기대’이고, 지금의 위기와 위기설을 모두 자초한 게 정부라는 지적이 크게 틀리지 않다면, 무슨 근거로 정부를 계속 믿어야 할지 난감한 게 사실이다.

 

다음은 3일자 주요 아침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9월 위기설’ 실체 논란…정부 계속 믿을 수 있나

 

조선일보는 ‘9월 위기설’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뒤늦었다고 봤다. 일단 위기설이란 게 위험하고 오도된 측면이 있으니 일단 정부를 믿으면서 정부가 이를 진화하는 일에 힘을 보태고 보자는 게 보수 신문들의 해법인 것 같다. 하지만 애초에 잘못돼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고 반년여 간 해온 것을 보니 바로잡기도 여간 해선 쉽지 않으리란 게 진보 성향 신문들의 분석이다.

 

조선일보는 A3면 머리기사 에서 “‘9월 금융 위기설’로 원화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1997년 외환위기를 현장에서 겪었던 당시의 정책 당국자들은 ‘제2의 외환위기’ 같은 대형 경제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경제 동향이나 외환보유고, 외채구조 등에서 당시와 지금은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이들은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한국 경제도 내수침체와 투자부진, 일자리 부족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동의했다”면서 “정부의 정책운용이 대외적인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부풀려진 위기는 그나마 외생변수 탓이고 정부는 이를 감안하는 동시에 흔들리지 말라는 당부로 들린다.

 

▲ 중앙일보 9월3일자 3면.

 

중앙일보도 3면 머리기사 에서 ‘20년 넘게 자금시장을 들여다보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온 A대기업 그룹 계열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B씨’를 인용해 “요즘 금융시장에는 광풍이 부는 것 같다. 하지만 ‘제2의 외환위기’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신문은 또 B씨가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시장을 빨리 안정시켜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하고, 정치권과 언론에서도 ‘9월 위기설’이니 ‘10월 위기설’이나 하며 괜한 불안감을 키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도 전했다. 그는 “실체도 없는 위기론을 자꾸 거론하면 상황이 진짜 그렇게 흘러갈 수 있는 게 금융시장”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동아일보의 진단도 비슷하다. 동아일보는 A1면 머리기사에서 “‘카더라’ 식 소문에서 시작된 위기설은 이제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 수준을 넘어 괴담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는 1997년 외환위기 때와 같은 심각한 위기가 금융시장에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진단하지만 ‘위기설 확산’ 현상은 매우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정부 당국은 실체가 있는 지표약화보다 논리는 취약하지만 확산세를 보이는 위기설에 먼저 맞서 싸워야 하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9월3일자 A3면.

 

조선일보는 위기설의 확산이 정부의 ‘늑장 대응’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A3면 기사 에서 “정부가 그동안 ‘9월 위기설’에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해온 것이 금융시장 혼란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국인들이 갖고 있는 7조4000억 원 어치의 채권 만기기 9월에 집중돼 외환시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9월 위기설’이 금융시장에서 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5~6월인데 정부당국은 언론의 해명 요구에 대해 “루머다”, “설(說)에 불과하다”고 일축했을 뿐 적극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문은 “결국 9월 첫째날 금융시장을 기다렸다는 듯이 환율이 27원 폭등하고 주가(코스피 지수)가 59포인트 폭락하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고, 이날 영국 신문 ‘더 타임스’ 온라인판까지 가세해 ‘한국이 외환문제로 검은 9월을 맞을 것’이라는 보도를 하면서 불안심리는 더 확산됐다”면서 “이처럼 ‘설’로 탄생한 불안심리가 시장을 망치고 나서야 정부는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향신문, 한겨레 등은 위기 자체도 심각하게 봤다. 정부의 실책이 낳은 신뢰 위기라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 “‘9월 위기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2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론 청와대까지 진화에 나섰지만 금융시장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며 “시장참여자들이 정책당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현재의 경제 난국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대표적인 실례가 혼선을 거듭한 (고)환율 정책”이라며 “정부 고위 관료들도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보다는 변명으로 일관해 시장 참가자들을 실망시켰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정부와 청와대는 최근 경제 위기설 확산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정작 경제 위기론을 부추긴 것은 청와대와 여권이었다”며 “한·미 쇠고기 협상이 졸속으로 타결된 뒤 지난 5~6월 성난 민심이 ‘촛불’로 타오르자 청와대는 ‘경제가 위기상황’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이 단결해야 한다’고 위기론을 퍼뜨렸다”고 분석했다.

 

▲ 한겨레 9월3일자 3면.

 

한겨레는 3면 머리기사 에서 “금융시장의 전문가들은 위기설이 과장된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진짜 문제의 핵심은 정부의 정책 및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 부재라고 지적한다”면서 “부동산 거품과 관련해서도, 금리 급등에 따라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시스템에 심각한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지만, 정부는 ‘문제 없다’고 장담하며 고가주택 보유자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2일 금융시장 불안 등 심각해지고 있는 경제상황과 관련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책임론을 제기하며 경질을 촉구하고 나섰다. 환율과 주식시장 불안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잃다는 게 주요인이다.

 

 

▲ 동아일보 9월3일자 A5면.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는 A5면 통단 머리기사 에서 “여권의 한 관계자가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고 환투기 세력을 겨냥해 어디 맛 좀 봐라는 식으로 달러를 쏟아 붓는 것은 10년 전 발상’이라고 꼬집었다”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잇따른 정책 실패에도 계속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강 장관을 빗대 ‘만수무강’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정태인 “박형준 홍보기획관, ‘한국의 괴벨스’ 소리 들을 것”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경제평론가 정태인씨는 경향신문 ‘경제칼럼’ 코너에 기고한 에서 박 홍보기획관을 ‘20년 된 친구’로 지칭하며 “이 정부가 지금까지 한국 언론을 피투성이로 만든 것만으로도 자넨 한국의 괴벨스란 소릴 들을 수밖에 없다네”라고 질타했다.

 

 

▲ 경향신문 9월3일자 31면.

 

이와 함께 정씨는 “박정희식 수출지상주의, 부동산 경기진작의 정책은 이제 통하지 않네. 다만 버블을 일으키고 결국은 꺼질 뿐이지. 더구나 세계의 금융이 다 연결돼 있는 상태에서 그런 정책은 여차하면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네”라며 “안됐지만 ‘경제성장 없는 박정희’ ‘위기를 자초한 히틀러’가 자네 대통령의 미래 모습”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일보, KBS 반론보도문 게재

 

조선일보는 A2면에서 KBS의 반론보도를 실었다. 아래와 같다.

 

“본지 7월4일자 ‘KBS는 조선중앙TV 서울출장소인가’ 제하의 사설과 관련하여 KBS는 시사기획 쌈 촛불집회 편은 촛불집회의 성과와 한계를 재조명하기 위한 것으로, 사설의 내용처럼 ‘조선중앙TV 서울출장소’ 역할을 하며 국민을 선동하거나 정부 전복 투쟁 역할을 위한 내용과 편집의도는 없었다고 밝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