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이놈아

노현석200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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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륵 밀려드는

뉘엇뉘엇 창 둔덕 넘어오는 바람

허리에 부둥켜 안기길래

손 뻗어 훠이 물리려 하니

이내  손가락 사이사이 잦아들고는

여우울음 내더니 사그라지고

벽 틈 사이로

그림자 발자욱 소리마냥

방안을 빠져나간다.

 

고놈

얄미운 놈일세

본디 정처없이 싸돌아 다니고

뿌리 내리지 못하여

그런가 보다 하며 

용서하려는데

어느 틈엔가

스르륵 또다시 밀려들더니

내 허리를 부둥켜 안더라

 

이놈

어미 없이 자란 바람인가 

한 곳에 머물 자리가 없는 놈인가

불쌍하다라는 생각에

내 한번 그래 다독여줘야겠다고

손 뻗어 와락 안아주려는데

이내 손가락 사이사이 잦아들고는 

여우울음 내더니 사그라지고

벽 틈 사이로

그림자 발자욱 소리마냥

방안을 빠져나간다.

 

이놈

지 외로움을

나한테 심어놓고는

내빼부렸구나

 

허허 허탈웃음 한껏 웃고는

어깨에 남기고간

고놈 외로움의 또아리를

탈탈 털어버리곤

 

달빛 은은하게 내리쬐는 구름 

뜯어다가 배개 삼고

낮에 꼼쳐 둔 빛살 잘라 만든 낚시대로

그 바람이 다시 올 때는

잡아매어 한번 안아주겠다 하며

밤기슭녘에 별빛으로 담근

누르끼리한 술 한잔 걸치고

기다림이란 것이 어울리지 않는

기다림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