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지하철 <마중물>

원형임200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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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지하철 <마중물>


행복한 지하철

전동차 문이 열리자, 두 아이가 쪼르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어어, 자리가 없네."
어린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뭇거렸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타이르듯 말했다.
"퇴근 시간이라 지금은 자리가 없어.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

아이들은 심드렁한 얼굴로 지하철 한쪽에 쪼그려 앉았다.
고개를 들고 사뿐히 앉아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채송화 같았다.
온종일 놀이공원에서 뛰어노느라 지친 아이들은 꾸벅꾸벅 졸았다.
한 노신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이들을 불렀다.
"아가들아, 이리 와서 앉거라.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구나."
아이들은 쪼르르 달려가, 노신사가 일어난 빈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아이들 엄마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에요, 할아버지. 할아버지께서 앉으셔야죠.
얘들아, 어서 일어나. 어서."
"놔두세요. 저는 곧 내려야 하거든요."
"그래도 힘드신데…… ."
아이들 엄마는 머쓱해진 얼굴로 말했다.
"늙은이 한 사람 대신 피곤한 두 아이가 앉았으면 됐지요."
"요즘 아이들은 저렇게 버릇이 없어요. 죄송해요, 할아버지."
"원, 별말씀을요. 이렇게 하면, 아이들에게 양보하는 것도
가르칠 수 있잖아요. 말로만 사랑을 가르치면, 말로만 사랑하거든요."
노신사는 바로 옆, 출입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종점까지 가야 할 노신사는
출입문 한쪽에 몸을 기대고 서서 눈을 감았다.
백발의 왕관을 쓰고, 살며시 눈을 감은 노신사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

『연탄길3』 중에서
(이철환 지음 | 랜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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