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칼날에만 베이는 건 아니다.

곽순미2008.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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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막 끝난 오후 1시, 여자는 이 시간의 대형서점을 좋아한다.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와 식사를 마치고 들른 직장인들의 유쾌한 얘기소리.

여자는 이런 것들이 사람이 만드는 듣기 좋은 소리라고 생각한다.

여자 옆의 남자는 이런 소리가 귀찮은 소음처럼 느껴진다.

성의 없이 책 몇권을 골라내는 남자를 곁눈질하다가 여자는 책장에 손가락을 베인다.

 

여자_   아!!

남자_    괜찮아?

 

여자의손가락에 붉은 실처럼 종이에 벤 흔적이 돋아난다.

살짝 깨물자 피가 묻어 나온다.

 

남자_    나가자! 그러게 내가 서점 재미없다고 했잖아. 괜히 고집은 부려가지고...

            앞으론 그냥 내말 들어.

여자_   그냥 괜찮냐고만 물어봐주면 안 돼? 꼭 다친 사람을 그렇게 몰아붙여야 돼?

남자_    어서 나가자니까! 예민하게 굴지마

 

여자_    꼭 칼날에만 베이는 게 아냐. 이렇게 얇은 종이에도 베이고 상처가 나는 게 사랑이야.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는 건 상관없어, 귀 닫고 마음 닫으면 되니까. 하지만 너한테만은

              그렇게 안돼.

              네가 먼저 던지는 무심한 눈빛 하나에도 눈물이 나고

              네 따뜻한 눈빛 하나에도 웃음이 나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