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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200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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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밤이 되면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뭐 그래도 아직 며칠쯤 무더운 날들이 남아 있겠지만. 오늘처럼 말야.

 

푹 쉬다 개학하니 평소 기상 시간이 오후 1~2일때랑 확 리듬이 깨져버려 온 몸이 피곤하다. 근데 일찍 일어나도 밤에 잠 못자는건 왜 똑같지?

 

묘하다.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아니 너무 사소한 뭔가가 거슬리면 시니컬하게 변하는 내 모습이 희극적일뿐.

 

가을인가? 라고 중얼거리며, 지금 내가 하고 싶은건 뭐지?

 

궂이 나 자신을 감추지 않고 다 보여도  상관없어 하는 사람과 광안리 방파제에서 담배 뻐끔거리며 멍하니 바라는것도 괜찮겠지. 반고리관에는 터널형식의 이어폰이 세상과의 단절을 도와주는 것도 필요할듯해.

 

4년전처럼 경대 앞거리가 내 집인 마냥 동기녀석들과 왁자지껄 떠드는것도 좋겠지. 지금은 뭐 시커먼 남자들뿐이겠지만. 재밋음 장땡.

 

내 인생의 조언자들과 만나서 소주 일잔 기울이며 과거를 회상하거나 앞길을 위해서 걱정해보는것도 유익할거야.

 

나란히 누워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바라보고 아무 말없이 그냥 지긋이 바라보는 것도 좋겠지. 실없이 쳐다본다고 핀잔줄때는 조금 서럽지만 그래도 그땐 그게 전부였으니까. 그것만큼 좋은건 없었지.

 

그리 크지 않은 내 가슴에 사랑하는 이를 안고서 잠이 들면 정말 몇시간 안 자도 개운해질테니까 그것도 좋겠지.

 

잠에 깨서 퉁퉁부은 얼굴이랑 눈을 하고서 헝크러진 머리까지 사랑스럽게 보이는 이의 웃는 모습은 동화속 잠자는 숲속의 공주 만큼이나 이쁠거야 아마도.

 

사람들이 자고 세상도 잠이 들 무렵 길에는 아무도 없는 그런 시간에 단둘이서 손을 꼭 잡고 동네한바퀴돌며 바다를 바라보는것도 꽤나 재밌을거야.

 

조금은 귀찮겠지만 혼자서 손수 내린 커피를 마시며 그간 사모은 책들을 다시 보는 재미도 좋겠지.

 

이왕 푸른 하늘이 많은 계절이 왔으니 카메라를 들고 그냥 정처없이 떠돌며 셔터를 눌러보는것도 꽤나 좋겠지.

 

그러다 집에 돌아오는 길엔 깊은 슬픔 속에 빠져도 괜찮겠지.

 

 

 

가을엔 좋은 일이 많구나. 언제 다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