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날것인 자신과 직면하게 되는 가장 에누리 없는 방식이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 번씩 자신의 추악함을 겪고 나면 그 증세가 많이 완화된다는 점이었다. 인혜가 더 많은 사랑을 해보고 싶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인지도 몰랐다. 사랑은 분명 자기가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자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피나게 투쟁하는 일이고,그것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아가 확장되는 것을 느끼는 일이었다. 한 사람이 머물다 떠날 때마다 내면의 공간도 그만큼 넓어졌고 그 자리에 더 많은 빛과 바람이 드나들었다. 물론 다음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도 한결 쉬었다.
느닷없이 나이가 떠 올랐다. 인간이 영원히 산다고 해도 사랑이 그토록 간절할 수 있을까...그러나 그것은 환영일 뿐이었다. 현실에서 먼 꿈을 꿀수록 현실을 견디기가 더 어렵고, 땅을 바꾸어 다른 삶을 찾는다 해도 그것은 곧 그토록 도망치고 싶어했던 또하나의 현실이 될 뿐이었다.
답답한 무엇, 산다는 일의 막막함 같은 것, 또는 저마다 갇혀 사는 자기 세계의 완강함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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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결혼하는 사람에게서 무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가치관이 맞아야 한다는 거요. 다른 건 다 참아도 가치관이 다르면 못참을 것 같아요. 부도덕하거나 정당치 못한 사람들을 볼 때면, 저런 사람들 부인은 어떻게 저 사람을 견디면서 살까 생각하던 때도 있었어요."
그 후부터 인혜에게는 모든 이별이 똑같아졌다. 고통에도 슬픔에도 내성이 생겼다. 처음에는 온몸을 난도질당하는 듯한 고통이더니, 그 다음에는 바늘로 찔리는 듯한 고통으로 약화되고 그 다음에는 회초리로 맞는 듯한 정도가 되었다. 슬픔도 마찬가지였다. 때로는 가로수에 이마를 박고, 때로는 우체통에 기대서서, 때로는 버스 손잡이를 잡고 서서 눈물을 닦았지만 점차 눈물의 양, 눈물을 닦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별이란, 사랑의 감정이 기억의 지층 밑에서 화석화되거나 손전등의 건전지처럼 닳아 없어지는 일인 줄 알았다. 그래서 이별 앞에서 그토록 텅 빈 느낌, 소진한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사랑이 소모성 물질인 줄 알았던 시절의 얘기였다.
융의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35세에서 50세 사이에 한 번 씩 위기를 맞으며, 그 면담자 중 3분의2가 바로 그 문제로 상담실을 찾았다고 한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어느 정도 성취한 다음에 문득 삶의 무의미함, 무감각, 무기력의 상태에 처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40대 쯤이면 인생에의 도전이 충족되어 버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휘몰아치듯 갈구하던 젊음의 욕망은 이미 채워진 후이고, 젊은 시절의 가치관은 이제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열정이나 에너지가 남아있는데 마땅히 소비할 곳은없다는 것이다.
이타심은 결국 자기 연민의 투사일 뿐이었다.
내가 느꼈던 낭떠러지란 바로 자아가 보이지 않는 지점이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한다. 동시에 죽는 법도 배워야 한다.'
스콧펙, 에리히 프롬.이 세네카(그리스 철학자)의 글을 인용.
이 사람들도 다 사는 게 쉽지 않았던 모양이구나.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어지면서 마음이 평평해진 것 같고, 내 안의 추악함을 보고 나니 타인의 추악함에 대해 너그러워지고, 분별심도 사라지고, 상구보리는 무르겠지만 하화중생은 더 쉬워진 것 같아요."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김형경
김형경.푸른 숲
[1권]
사랑은 날것인 자신과 직면하게 되는 가장 에누리 없는 방식이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 번씩 자신의 추악함을 겪고 나면 그 증세가 많이 완화된다는 점이었다. 인혜가 더 많은 사랑을 해보고 싶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인지도 몰랐다. 사랑은 분명 자기가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자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피나게 투쟁하는 일이고,그것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아가 확장되는 것을 느끼는 일이었다. 한 사람이 머물다 떠날 때마다 내면의 공간도 그만큼 넓어졌고 그 자리에 더 많은 빛과 바람이 드나들었다. 물론 다음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도 한결 쉬었다.
느닷없이 나이가 떠 올랐다. 인간이 영원히 산다고 해도 사랑이 그토록 간절할 수 있을까...그러나 그것은 환영일 뿐이었다. 현실에서 먼 꿈을 꿀수록 현실을 견디기가 더 어렵고, 땅을 바꾸어 다른 삶을 찾는다 해도 그것은 곧 그토록 도망치고 싶어했던 또하나의 현실이 될 뿐이었다.
답답한 무엇, 산다는 일의 막막함 같은 것, 또는 저마다 갇혀 사는 자기 세계의 완강함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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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결혼하는 사람에게서 무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가치관이 맞아야 한다는 거요. 다른 건 다 참아도 가치관이 다르면 못참을 것 같아요. 부도덕하거나 정당치 못한 사람들을 볼 때면, 저런 사람들 부인은 어떻게 저 사람을 견디면서 살까 생각하던 때도 있었어요."
그 후부터 인혜에게는 모든 이별이 똑같아졌다. 고통에도 슬픔에도 내성이 생겼다. 처음에는 온몸을 난도질당하는 듯한 고통이더니, 그 다음에는 바늘로 찔리는 듯한 고통으로 약화되고 그 다음에는 회초리로 맞는 듯한 정도가 되었다. 슬픔도 마찬가지였다. 때로는 가로수에 이마를 박고, 때로는 우체통에 기대서서, 때로는 버스 손잡이를 잡고 서서 눈물을 닦았지만 점차 눈물의 양, 눈물을 닦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별이란, 사랑의 감정이 기억의 지층 밑에서 화석화되거나 손전등의 건전지처럼 닳아 없어지는 일인 줄 알았다. 그래서 이별 앞에서 그토록 텅 빈 느낌, 소진한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사랑이 소모성 물질인 줄 알았던 시절의 얘기였다.
융의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35세에서 50세 사이에 한 번 씩 위기를 맞으며, 그 면담자 중 3분의2가 바로 그 문제로 상담실을 찾았다고 한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어느 정도 성취한 다음에 문득 삶의 무의미함, 무감각, 무기력의 상태에 처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40대 쯤이면 인생에의 도전이 충족되어 버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휘몰아치듯 갈구하던 젊음의 욕망은 이미 채워진 후이고, 젊은 시절의 가치관은 이제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열정이나 에너지가 남아있는데 마땅히 소비할 곳은없다는 것이다.
이타심은 결국 자기 연민의 투사일 뿐이었다.
내가 느꼈던 낭떠러지란 바로 자아가 보이지 않는 지점이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한다. 동시에 죽는 법도 배워야 한다.'
스콧펙, 에리히 프롬.이 세네카(그리스 철학자)의 글을 인용.
이 사람들도 다 사는 게 쉽지 않았던 모양이구나.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어지면서 마음이 평평해진 것 같고, 내 안의 추악함을 보고 나니 타인의 추악함에 대해 너그러워지고, 분별심도 사라지고, 상구보리는 무르겠지만 하화중생은 더 쉬워진 것 같아요."
정신분석을 받아보고 싶다.